[걷고 싶은 길] 기암·솔향·파도의 3중주…대왕암공원 둘레길

현경숙 2026. 9. 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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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울산 동쪽 끄트머리 바닷가의 대왕암을 먼저 비춘다.

대왕암공원 둘레길은 기암괴석, 소나무 내음, 파도 소리가 빚어내는 힐링을 선물한다.

대왕암공원 둘레길은 한반도 외곽을 잇는 코리아둘레길 중 동해안 길인 해파랑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대왕암공원을 지나는 해파랑길 8코스는 울산 북구 염포삼거리에서 출발해 울산대교, 방어진항, 대왕암공원을 거쳐 일산 해수욕장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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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룡 전설이 얽힌 치유의 길
바다 쪽에 바라본 대왕암[사진/임헌정 기자]

(울산=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동해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울산 동쪽 끄트머리 바닷가의 대왕암을 먼저 비춘다. 대왕암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킨다는 문무대왕비(文武大王妃)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대왕암공원 둘레길은 기암괴석, 소나무 내음, 파도 소리가 빚어내는 힐링을 선물한다.

바다와 숲이 전하는 진정한 치유와 쉼

대왕암공원에 들어서면 100년가량 된 곰솔 1만5천여 그루가 만들어내는 짙은 숲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내염성, 내풍성이 강해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곰솔은 내륙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키 큰 곰솔 군락에 옅은 해무가 낀 풍경은 향수나 그리움에 가까운 아련함과 자연에 대한 경이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내륙의 소나무들은 수피가 붉은빛을 띠어 적송이라고 불리는 데 비해 '해송'이라고 불리는 곰솔은 나무껍질이 검은색에 가까운 흑갈색이다.

대왕암공원 곰솔 숲[사진/임헌정 기자]

'곰솔'이라는 이름도 검은 소나무라는 뜻의 '검솔'에서 비롯됐다.

짙은 소나무 숲은 작열하는 태양을 가려 주었고,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한여름임에도 공원에서는 대왕암으로 대표되는 기암괴석, 에메랄드빛 동해, 향긋한 솔 내음이 탐방객들에게 진정한 쉼과 치유를 안겨주고 있었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대왕암공원은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정유 등 기간 산업 시설이 밀집한 한국의 대표 산업도시이다.

대왕암공원은 울산이 산업뿐 아니라 자연과 생태가 풍요로운 고장임을 일깨운다.

대왕암공원 둘레길과 해파랑길 8코스

대왕암공원에는 둘레길이 4개나 된다. 전설바위 길, 송림 길, 사계절 길, 바닷가 길로 명명된 산책로들이다.

둘레길을 모두 걷는 데는 2시간가량 걸린다.

전설바위 길에서는 탕건암, 용굴, 할미바위 등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출렁다리. 다리에 서면 울산 시가지와 일산해수욕장이 보인다.[사진/임헌정 기자]

전설바위 길에 있는 출렁다리는 탐방객들에게 아찔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길이 303m인 이 출렁다리는 바다 위에 설치된 출렁다리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출렁다리 밑으로는 비췻빛 청정 바다가 펼쳐졌다.

출렁다리는 안전을 위해 한쪽으로만 걸을 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대왕암 쪽으로 걸을 때만 지나갈 수 있고 반대 방향에서는 다리를 건널 수 없다.

출렁다리에 서면 대왕암공원 북쪽으로 이어지는 일산해수욕장과 시내 아파트단지, 조선소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산해수욕장에서 제트스키 타는 휴양객[사진/임헌정 기자]

해수욕장에서는 제트스키, 모터보트 등을 탄 휴가객들의 물놀이가 한창이었다.

공원 입구에서 대왕암으로 이어지는 송림 길은 곰솔 군락 사이로 나 있다.

도중에,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울기등대를 만날 수 있다.

이 등대는 일본이 만주와 조선의 지배권을 독점하기 위해 러일전쟁을 일으키면서 1905년 긴급히 세웠다.

주변 나무들의 키가 커져 해상에서 등대 불빛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1987년 새 등대가 옛 등대 옆에 다시 세워졌다.

'울기'는 울산의 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바닷가 길은 대왕암공원 해안선을 따라 슬도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는 관광객들[사진/임헌정 기자]

몽돌 해변과 전망대들이 중간중간에 있어 탁 트인 동해와 시원한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걸을 수 있다.

대왕암공원 둘레길은 한반도 외곽을 잇는 코리아둘레길 중 동해안 길인 해파랑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대왕암공원을 지나는 해파랑길 8코스는 울산 북구 염포삼거리에서 출발해 울산대교, 방어진항, 대왕암공원을 거쳐 일산 해수욕장에 이른다.

대왕암과 울기등대[사진/임헌정 기자]

호국 의지가 담긴 제2의 해금강…대왕암

경주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문무대왕릉은 아버지 태종 무열왕의 위업을 이어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나라의 침략을 막아내 삼국통일을 완성했던 신라 문무왕의 수중 왕릉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울산 동구 일산동 해안가에 솟은 대왕암은 문무왕의 왕비와 관련된 전설을 간직한 해안 암석 지대이다.

대왕암[사진/임헌정 기자]

문무왕이 서거 후 호국룡이 되자, 그의 왕비 역시 죽어서 호국룡이 되어 왕을 따라 동해를 지키고자 바다 밑 커다란 바위 아래로 잠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대왕의 왕비가 잠든 바위'라 하여 대왕암 또는 댕바위라 부르게 됐다.

대왕암은 하늘로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

우아한 자태와 범상치 않은 기품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붉은빛이 돌고, 절리가 발달한 대왕암은 동해의 거친 파도와 바람이 빚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화강암 기암괴석이다.

거제 해금강에 이어 제2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대왕암은 보행교인 대왕교로 육지와 연결돼 있어 직접 다리를 건너 바위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대왕교 아래에는 용이 바닷속으로 잠겨 들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용추수로가 있다.

슬도 등대와 고래 조형물[사진/임헌정 기자]

파도를 리듬 삼아 거문고 소리를 내는 슬도

대왕암에서 슬도까지 이어지는 바닷가 길은 거리가 약 2.3㎞이다.

몽돌 해변을 지나면 고동섬을 만날 수 있다. 모양이 고동을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고동은 소라, 다슬기, 골뱅이, 우렁이 등을 통칭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고동섬을 지나면 바닷가 길에는 숲 그늘이 많지 않아 한여름에는 걷기가 수월하지 않다.

슬도는 작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사랑스러운 섬이다.

일몰과 일출 촬영지로 인기가 많다.

슬도는 파도가 밀려올 때 거문고 음 비슷한, 신비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는 억겁 세월을 거치면서 해양 생물, 염분 등에 의한 풍화 작용이 바위에 남긴 작은 구멍들 때문이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구멍을 통과할 때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슬'의 한자는 '瑟'(거문고 슬)이다.

슬도는 모래가 퇴적돼 생긴 사암 지형이어서 풍화에 약하다.

슬도는 시루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 하여 '시루섬',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곰보섬'이라고도 불린다.

슬도의 바위들[사진/임헌정 기자]

섬 중앙에는 1950년대 설치된 하얀 무인 등대가 홀로 서 있다.

슬도 입구에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에 나오는 '새끼 업은 고래'를 재현한 대형 입체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녕과 행복을 바라는, 바다를 향한 염원을 담았다.

산업시설이 밀집한 울산은 주변에 고속도로가 그물처럼 발달해 있다.

경부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함양울산고속도로, 울산고속도로가 격자 모양을 이루며 울산으로 이어진다.

대왕암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나들목은 울산고속도로의 울산IC이다. 울산IC에서 공원까지는 약 30분 걸린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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