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보면 감동? 꼴도 보기 싫다!”···MZ가 산에 오르면 벌어지는 일[오마주]

전지현 기자 2026. 9.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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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운동 좋아하시나요? (아니요). 등산 좋아하시나요? (아니요, 산책은 좋아합니다).

괄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한 분도 많으시겠죠. 애석하게도 저는 아닙니다. 오늘 소개할 넷플릭스의 예능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의 제목을 듣자마자 생각했습니다. ‘그러게, 내 말이.’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산을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휴양림에 가는 것도, 계곡에서 놀거나 텐트를 치고 지내는 것도, 고즈넉한 산사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완만한 등산로를 걷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정상까지 두 발로 ‘굳이’ 걸어 올라가야 하는 이유를 잘 찾지 못했습니다. 오르막을 오르는 건 힘들고, 경치라면 그 위까지 가까스로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걸요.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는 여행 예능에 일가견이 있는 나영석 PD 사단의 새 예능입니다. 조금이라도 보신 분이라면, 제가 이번 주 ‘오마주’로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 이유를 아실 겁니다. 등산 예능을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저와 아주 비슷한 등산관을 지닌 출연자들이 주인공이거든요.

지난 몇 년간 유튜브 채널로 입담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을 필두로 밴드 데이식스의 드러머 도운, 혼성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리더 타잔, tvN <폭군의 셰프>의 주인공이었던 이채민이 모였습니다.

‘나영석 PD의 예능에 섭외됐다’는 기대감을 안고 모인 출연자들은 ‘등산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대놓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입니다. ‘아예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카더가든을 제외하면 다들 꽤 체력도 좋은 편인데도요. 농구를 좋아한다는 이채민은 “경쟁 스포츠를 즐긴다. 달리기를 하더라도 경쟁을 한다. 등산은 안 좋아한다기보다 그 재미를 아직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의 ‘하산악회’ 멤버들이 야간 등반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는 이 비자발적 등산러들이 ‘억지로’ 설악산을 시작으로 한국의 명산을 오르게 되는 여정을 그립니다. 촬영 시기는 한겨울, 무려 설산 등반입니다. 이런 고생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면 남자 출연자들이 고생스럽게 산을 오르는 건, 십여년 전 예능에서 자주 봤던 광경입니다. 나 PD가 연출했던 KBS <1박 2일>이나 KBS <남자의 자격> 등이 기억 나네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묵묵히 걷는 ‘형제’들. 마침내 정상 혹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눈 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감동한 듯 말을 잇지 못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바로 그려집니다. 방송인 강호동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외칠 것도 같고요.

산에서 본 일출.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의 ‘하산악회’ 멤버들이 설산 등반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가 새로운 건, MZ세대인 출연자들의 반응에 있습니다. 묵묵히 걷긴 합니다. 일이니까요. 그러나 벅차오르는 감격? 그런 건 없습니다. 카더가든은 오르막을 만나면 “열 받는다”고 성을 내고, 동생들도 칼바람 부는 산에 “손끝이 마비될 거 같다”며 옷을 여미기 바쁩니다. 그래도 나름 산악회라고 이름도 지었는데요. ‘하산악회’랍니다. 오르는 것이 아닌, 얼른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에 의의를 두자는 거죠.

나 PD에게도 이런 반응은 신선했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달 12일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제작발표회에서 “옛날에는 일출을 보면 울어야 했는데 지금은 꼴도 보기 싫다고 하더라. 진짜 리액션이며 요즘 코드라고 생각한다”며 “세월이 변했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툴툴대면서도 천천히 올라가는 산행이라 더 부담없이 볼 수 있습니다. 베테랑 제작진이 우리나라 산에 대한 정보나 겨울산에 오를 때의 주의사항을 꼼꼼히 일러주는 덕에 등산에 관심이 있다면, 유용한 팁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산악회 멤버들은 과연 여정의 끝에서 등산의 재미를 느끼게 될까요? 넷플릭스에서 10부작 전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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