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세에 호르무즈 파병까지.. 美 왜 이러나

정용진 2026. 9. 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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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겨냥한 반도체 관세 압박
호르무즈 파병 요구까지…한국 외교·안보 셈법 복잡
대미 투자 확대 속 국내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
관세와 안보 연계한 미국 압박에 한국 협상력 시험대
[지데일리] 한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도체 관세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까지 내놓으며 한국의 통상·안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미 투자와 동맹 협력 사이에서 국익을 지킬 협상력이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픽사베이

이번에는 국가 안보와 핵심 산업을 동시에 겨냥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정조준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구하면서 관세 카드를 꺼내 든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까지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통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5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으면 표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세우라는 요구를 관세와 연결해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해외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핵심 대상으로 떠오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추가 투자를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투자 확대가 국내 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인력, 협력업체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다. 미국 투자가 과도하게 확대되면 국내 생산시설 증설과 연구개발 투자에 필요한 자원이 분산될 수 있다. 

인공지능용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을 키운다.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어느 지역에 생산능력을 배치하느냐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겹쳤다. 미국이 이란과 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면서 한국도 선택을 압박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에서 중요한 통로인 만큼 한국 경제에도 직결되는 전략적 지역이다. 

한국이 파병에 참여하면 한미동맹 차원의 안보 협력 강화라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군사적 위험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외교적 부담도 함께 떠안게 된다.

특히 반도체 관세와 호르무즈 파병 요구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두 사안을 별개의 문제로만 다루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통상과 안보를 협상 수단으로 묶어 한국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파병이 결정된다면 이를 대미 투자와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동맹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기도,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고, 기업의 가격 경쟁력 저하는 결국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에 지나치게 끌려갈 경우 국내 투자와 고용, 소재·부품·장비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협상의 기준이다. 미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 어느 수준까지 관세 혜택을 제공할지, 경쟁국과 동일한 조건을 보장할지 명확하지 않다면 기업의 투자 판단도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국가 차원의 대미 협상과 기업별 투자 결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정부와 기업 모두 협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반도체와 안보를 각각의 현안으로 바라볼 수 없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다. 미국은 관세와 투자, 동맹과 안보를 하나의 협상 틀 안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반도체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한미동맹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많이 응하느냐가 아니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느냐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익을 기준으로 협상 우선순위를 세우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동맹의 책임과 경제적 실리를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