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병원인데 전문의 3명뿐… 환자 못 받아 병상 70% 비었다

조성호 기자 2026. 9. 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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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거점 국립공주병원 가보니
지난달 27일 충남 공주시 국립공주병원 병동에 환자가 없어 병실이 텅 비어 있다. 국립공주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의사들 커뮤니티에 유료 광고도 해봤습니다. 연봉도 상한을 없애 3억5000만원까지 나름 끌어올렸는데 그래도 구할 수가 없네요.”

지난달 27일 충남 공주시 국립공주병원에서 만난 남동진 전략기획실 팀장은 빈 병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병원의 정규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3명. 정원이 10명인데, 2022년 이후 계속 충원을 못 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환자도 제대로 못 받는다. 100병상을 운영할 수 있는 이 병원에 현재 입원 환자는 33명에 그쳤다.

국립정신병원은 그동안 민간 병원에서 맡기 어려운, 자·타해 위험이 높은 중증 또는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아주는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망’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립정신병원 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제 역할은커녕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복지부 종합감사 결과, 국립정신건강센터를 포함한 공주·나주·부곡·춘천병원 등 국립 정신병원 5곳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2019년 61.2%에서 지난해 49.1%까지 떨어졌다. 전문의 부족은 병상 운용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 정신병원 5곳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2019년 56.7%에서 2025년에는 25.5%까지 떨어졌다. 환자당 평균 입원 일수도 2020년 130일에서 2025년 65일로 줄었다. 국립춘천병원은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2022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입원병동 전체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픽=박상훈

문제는 이 상황에도 입원이 필요한 응급 정신 질환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 응급 입원 의뢰는 지난해 2만839건으로 5년 전(5452건)의 약 3.8배를 기록했다. 응급 입원은 정신 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매우 커 즉각 치료가 필요할 경우를 의미한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몇 년 전부터 민간 병원들은 관리가 어려운 정신질환 환자들을 계속 맡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방치된 이들이 갑작스레 자해나 다른 사람을 해하려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전문의 부족으로 국립 정신병원도 이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공주병원이 책임지는 충남 지역의 경우, 월(月) 응급 입원 거부율이 2024년 한때 38.4%(전국 평균 4.6%)에 달했다고 한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민간 병원보다 낮은 보수와 지방 근무 기피 등을 전문의 부족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서 활동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4131명(2024년 기준)으로 10년 전보다 약 40% 늘어났다. 국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국립 정신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주병원이 제시한 연봉 3억5000만원도 민간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받는 연봉(약 5억원)에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 이후 늘어난 업무 부담도 국립 정신병원 인력난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립 정신병원의 역할이 만성 환자 관리에서 응급 정신 질환 치료 위주로 바뀌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는 입원 환자들을 야간이나 휴일에도 집중 관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보호자 민원이나 각종 분쟁에 대한 부담까지 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종혁 국립공주병원장은 “의사들도 쇳덩어리가 아닌 그냥 일반인”이라며 “그런데 국립 정신병원에선 의사들이 환자 관리에 대해 책임져야 할 부담만 계속 늘어나니까, 그냥 이쪽으로 오려는 전문의를 점점 찾기 어렵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정신병원 출신 한 의사는 “지방 국립정신병원은 숙소도 병원 안에 있어 마치 당직을 365일 서는 기분”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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