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살기’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로 [고혜련의 삶이 있는 풍경] (24)

“요즘 부부 운동으론 파크골프가 최고야.” 작은 골프채 하나 들고 모임에 나온 한 친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골프도 아니고 파크골프는 뭐야?” “아직 몰라?”
며칠 후 현장 답사차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파크골프장에 모였다. 폭염 속 8월 하순 평일 오전 9시. 이미 여느 필드의 ‘골퍼’인 양 멋 부린 남녀들로 가득 차 있었다. 22년 전 생긴 그곳이 국내 최초의 정식 규격 파크골프장인 데다 무료라서 그런가 했더니 다른 곳에도 장노년층이 넘친단다. 전국 파크골프대회도 곳곳에서 줄을 잇는다고.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보험사 직원은 파크골프가 현재 전국적으로 유행인 데다 향후 성장세도 대단할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한 시니어 보험상품을 개발할까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고객들도 만나고 현장 조사도 할 겸. 현재 전국에 400여곳이 성업 중이며 급속도로 증가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최근 각 지자체장이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과 유권자 유인책으로 파크골프장 신설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다고 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등록된 정식 회원만 20만명을 넘어섰고, 실제로는 50만~100만명 정도 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파크골프장은 주로 하천·공원 부지에 쉽게 들어서는데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시설관리공단 등에 위탁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이 운동의 다양한 장점 때문이다. 경제성과 접근성, 낮은 진입 장벽에 건강 증진 효과까지 갖췄다. 우선 입장료가 거의 무료 수준에 장비 자체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골프와 달리 골프채 하나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모두 할 수 있다. 코스가 짧아 2시간이면 18홀을 돌 수 있어 체력 부담이 덜하고 장소도 가까워 시공간 활용도가 높다. 또 금방 배워 쉽게 경기에 임할 수 있고, 또래들과 자연스레 팀을 이뤄 고립 퇴치용 사교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은퇴 후 건강 상태와 주머니 사정이 달라진 기존의 골프 인구가 파크골프 쪽으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더위 때문에 야외 활동이 곤란하다”는 이들은 대안으로 일반 상가 내에서 영업 중인 ‘스크린 파크골프장’으로 향한다. 야외 스포츠와는 맛이 다르지만 에어컨이 가동되고 사용료도 저렴해 여럿이 피서 겸 오붓하게 즐기기에는 제법 괜찮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점차 관계가 소원해지는 장노년 부부가 함께 즐기기에도 적격이라고 열을 올린다. 다들 그 말에 꽂힌 듯했다. 나이 들어 부부 공히 넘쳐나는 시간을 제멋대로 보내다 보니 집안에서 서로 만나는 횟수와 시간조차 점차 줄어드는 ‘소통 단절’을 실감하기에 말이다. 부부 한쪽이 외출을 자주 하면 다른 한쪽도 질세라 약속을 잡아 나가니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어느덧 ‘하숙집 옆방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단다. 하지만 파크골프장에서는 함께 운동하고 다른 부부들과도 어울리니 소원했던 부부 관계에 점차 변화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따로 살기’에서 벗어나 ‘함께 살기’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얘기.
결혼 생활 수십 년이 되면 부부 사이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다른 방 쓰기, 각자 외출하기, 따로 밥 먹기와 취미 찾기가 지속되면 공통 관심사도 사라지니 어쩌다 식탁에 마주 앉아도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식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말년 외로움과 우울증은 삶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든다. 요즘 빈번한 황혼이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때로는 옆방에서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져도 한참 후 발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 인생 제아무리 잘 꾸려 왔다 해도 부부지간 말년의 행복과 평안이 최후 성적표다. 상대 탓 말고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성숙한 거다. 작은 변화가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파크골프장 부부 모임에 가보자는 ‘식구’ 제안에 못 이기는 척 따르라는 이유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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