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 10만명 정보 무단 확보.. ‘노조 명단’ 파문
노조 간부와 직원 등 6명 송치…개인정보 수집·조회 경위 수사
2만여 차례 비정상 접속 확인…사내 개인정보 관리 허점 도마 위
검찰, 정보 취득·조회 목적과 명단 활용 범위 놓고 법적 판단 전망
[지데일리]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노조 가입 여부와 결합된 형태로 확보된 정황을 둘러싸고 경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대규모 개인정보가 사내 시스템을 통해 수집되고 일부 직원의 노조 가입 정보까지 조회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과 노조 간부, 삼성전자 직원 등 6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경찰이 확보한 임직원 정보가 10만여 명에 달한다는 의미와 10만여 명 전원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의미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송치는 수사기관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며, 향후 검찰의 판단과 재판을 거쳐 유무죄가 최종 결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조 간부 A씨는 사내 시스템 관련 업무 권한을 이용해 임직원 명단 파일을 확보한 뒤 노조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 직원 4명은 사내 시스템에 비정상적으로 접속해 다른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조회한 혐의로 송치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삼성전자가 특정 부서 단체 대화방에서 부서명과 성명,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4월에는 사내 업무 사이트에서 약 한 시간 동안 2만여 차례 개인정보 조회가 이뤄진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기흥사업장 서버 등을 대상으로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약 5개월 동안 관련 자료를 살폈다.
경찰은 대량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사건과 비정상적인 접속을 통해 정보를 조회한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원 4명의 조회 행위와 관련해서도 개인정보를 명단 형태로 작성하거나 외부로 유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갈등 속에서 개인정보가 노동조합 활동과 결합됐다는 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노동3권 행사와 직결되는 정보인 만큼 수집 목적과 접근 권한, 이용 범위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사내 시스템 접근 권한이 부여됐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직원의 민감한 정보를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 보호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직원들의 접속 행위가 곧바로 조직적인 개인정보 유출이나 명단 작성으로 연결되는지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업무상 접근 권한의 범위와 조회 목적, 저장 및 전달 여부, 정보가 어디까지 활용됐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월 임금협상 잠정 합의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민사·형사 고소를 취하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그러나 고소 취하서가 접수되기 전 수사가 이어졌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당사자의 처벌 의사만으로 형사 절차가 자동 종료되는 성격이 아니어서 경찰 수사는 계속됐다.
앞으로 검찰은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확보됐는지, 각 인물에게 접근 권한이 있었는지, 정보를 취득하고 조회한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명단이 어떻게 관리됐는지 등을 따질 전망이다. 특히 최 위원장과 노조 간부에게는 명단 작성과 관리 과정에서의 역할이, 직원 4명에게는 개인정보 조회가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였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 내부의 개인정보 관리 체계가 얼마나 촘촘한지를 되짚는 계기도 되고 있다. 노사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직원 개인정보가 갈등의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도 커지는 만큼 접근 권한 관리와 조회 기록 점검, 정보 이용 목적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회사 측의 처벌불원 의사가 향후 양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형사책임의 존부를 곧바로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 이제 공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으며, 구체적인 증거를 토대로 사건의 실체와 책임 범위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