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통합, 사업·인력 없는 조직 합치기에 그쳐선 안 돼”
에너지전환 인재개발원 설립·특별정원·총인건비 특례 제안
[수소신문] 발전공기업 5사 통합이 단순한 조직 재편을 넘어 에너지전환의 실질적인 수단이 되려면 재생에너지 사업 물량과 전문인력, 제도적 지원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나왔다.
통합기업에 역할만 부여한 채 정원과 예산을 기존 기준으로 묶어두면 현장 인력을 신규사업에 돌려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4일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에서 발전 5사 통합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통합 이후 무엇을 할 것인지, 정부가 통합발전공기업에 어떤 역할과 수단을 부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공공 물량 늘려야"
최철호 위원장은 먼저 통합발전공기업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확보를 요구했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입찰에서 선정된 전체 물량 1.8GW 가운데 공공주도형으로 배정된 물량은 400MW였으며, 실제 선정된 공공주도형 사업은 160MW 규모 1건에 그쳤다.
그는 "공기업에 에너지전환을 책임지라고 하면서 시장에서는 민간사업자의 보조적인 투자자 역할에 머물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향후 해상풍력 입찰에서 공공주도형 물량을 대폭 늘릴 것을 주장했다.
특히 해상풍력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는 '계획입지 발전지구'에서 통합발전공기업을 핵심 공공사업자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상풍력 입찰 물량 가운데 일정 비율을 공공주도 사업에 할당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사업이 충분하지 않다면 통합기업을 '재생에너지 이행주체'로 삼겠다는 정부 구상이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석탄발전 인력, 재생에너지 직무로 연결
석탄발전 폐지 과정에서 발생할 직무 전환에 대비한 전문 교육기관 설립도 제안했다.
석탄화력의 발전·정비·기술 인력이 해상풍력과 태양광, 수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이동하려면 직무분석부터 교육, 자격 취득, 현장실습, 전환배치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해상풍력은 사업개발과 인허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시공, 해상안전, 운영·정비 등 화력발전과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기존 노동자의 기술과 경험을 새로운 산업의 직무로 연결할 전담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전력연맹의 판단이다.
최 위원장은 통합발전공기업 출범에 맞춰 가칭 '에너지전환 인재개발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발전인력의 역량을 분석해 재생에너지 분야의 직무와 연계하고, 실제 전환배치까지 지원하는 전문기관을 두자는 취지다.

◆신규 역할 주고 정원 묶으면 '인력 돌려막기'
통합과 신규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력을 일반적인 공공기관 정원·총인건비 기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발전소 현장에서는 폐지 예정 발전소의 정원을 미리 반납하거나 신규사업에 필요한 정원이 반영되지 않아 인력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력연맹의 설명이다. 여기에 발전공기업 통합을 준비할 인력마저 기존 조직에서 차출되면서 현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기업이 출범하면 기존 발전소의 안전한 운영과 재생에너지 신규사업 개발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원과 총인건비를 늘리지 않으면 기존 현장 인력을 빼내 신규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최 위원장은 2026년도 공공기관 총인건비가 기본적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 범위에서 관리되고, 국정과제 우수기관에 주어지는 추가 인센티브도 0.1~0.2%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현재의 관리체계로는 대규모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에 통합 준비와 재생에너지 신규사업, 전환교육에 필요한 인력을 별도 정원으로 인정하는 '에너지전환 특별정원'을 도입하고, 통합 초기 일정 기간에는 관련 인건비를 기존 총인건비 관리 대상에서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비용도 각 발전회사의 기존 교육예산이 아닌 정부의 별도 전환교육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