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등급’이 실제론 ‘다등급’?...그라스울 샌드위치패널 성능 논란

서의수 기자 2026. 9. 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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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L 시험서 원자재·심재 열전도율 차이 확인
녹색연합, 국토부에 설계·납품·시공 전반 조사 촉구
▲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건물 단열에 널리 쓰이는 그라스울 샌드위치패널의 성능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단열재의 등급을 가르는 핵심 수치인 열전도율이 원자재와 실제 패널 심재 사이에 다르게 측정됐음에도, 원자재의 시험성적서가 그대로 적용돼 왔다는 주장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4일 그라스울 샌드위치패널의 실제 심재 성능과 기존 시험성적서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전면적인 조사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라스울 샌드위치패널은 유리섬유 단열재인 그라스울 양면에 철판을 붙인 건축자재다. 제조 과정에서 그라스울 보온판을 일정한 너비로 잘라낸 뒤, 섬유 배열 방향을 달리해 패널 심재로 사용하는 구조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 제조 과정에 주목했다. 보온판을 가공해 심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제품의 구조와 섬유 배열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열전도율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온판의 시험성적서를 심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단체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결과, 국가기술표준원은 그라스울 보온판과 패널 심재를 동일한 제품으로 보기 어렵고, 보온판의 열전도율 시험성적서를 패널 심재에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대구경북녹색연합은 밝혔다.

공인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한 시험에서도 두 제품의 열전도율 차이가 실제로 확인됐다.

두 수치의 차이는 단순한 소수점 자릿수 문제가 아니다. 현행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적용하면, 0.032W/(m·K)는 단열재 '가'등급에, 0.041W/(m·K)는 '다'등급에 해당한다. 등급이 두 단계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단열재 등급이 달라지면 건축물에 요구되는 단열재 두께도 달라진다. 공동주택 거실 외벽을 기준으로 지역별 요구 두께가 달라질 수 있어, 설계와 자재 사용량은 물론 건축물의 실제 에너지 성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이에 따라 실제 패널 심재의 성능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는 시험성적서가 설계·납품·시공 과정에서 사용됐는지를 정부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또 다른 모순도 지적했다. 패널 제조사들이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수직성형을 통해 압축강도와 구조력을 높인다고 설명하면서, 정작 단열성능 평가에서는 구조 변경 전 보온판의 열전도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성능 평가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보온판과 패널 심재가 동일한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국가기술표준원의 판단이 나온 만큼, 실제 패널 심재의 성능을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열전도율 차이가 단열재 등급과 설계 두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적용 과정 전반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앞서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관련 문제에 대한 긴급 조사와 시정,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