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창 넘어 투자 판단까지”…AI 입은 MTS, 리테일 격전지로

유혜린 기자 2026. 9.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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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일평균 거래액 48조…수수료 대신 경험 승부
모바일 중심 플랫폼 PC로 확장…WTS 투자 본격화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매 창구에 그치던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투자 정보 탐색부터 분석, 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기반의 실적·공시 요약과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결합하면서 리테일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MTS 경쟁축이 수수료 할인과 단순 주문 편의성을 넘어 '투자 정보의 질'과 '개인화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외부 포털이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은 뒤 매매할 때만 앱을 켜는 구조에서 벗어나, 정보 탐색부터 거래까지 한곳에서 완결 짓도록 해 고객의 이용 빈도와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그동안 증권사 간 경쟁은 수수료 면제, 환전 우대, 속도 개선에 집중됐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의 매매 기능과 사용자 환경(UI·UX)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최근에는 앱 안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며 필요한 투자 정보를 편하게 얻을 수 있는지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올랐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참여 확대도 플랫폼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의 개인 일평균 거래대금은 48조2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늘어난 거래 수요를 일회성 수수료 수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자산 관리 고객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커진 셈이다.

AI가 뉴스·공시 요약…앱 안에서 분석부터 주문까지

최근 MTS 고도화의 핵심은 AI 기술이다. 과거 투자자들은 포털, 공시, 리서치 보고서, 유튜브 등을 각각 찾아본 뒤 MTS에 접속해 주문을 냈지만, 이제는 앱 안에서 AI가 핵심 정보를 추려주고 질문에 답하며 곧바로 거래까지 연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츠증권이 지난 1일 선보인 신규 금융 플랫폼 '모음(MOUM)'이다. 약 1년 6개월간 개발한 모음은 주식 매매 기능에 투자 정보, 글로벌 커뮤니티, 금융 특화 AI 서비스를 하나로 결합했다.

이용자가 계좌를 연동하면 관심·보유 종목의 뉴스, 리포트, 커뮤니티 반응이 한 화면에 모인다. 특히 위불의 금융 특화 AI 엔진인 '베가 AI'를 적용해 기업 실적이나 주가 변동을 질문하면 공시와 실적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을 제공한다. 

메리츠증권은 이를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MTS를 잇는 '4세대 투자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모음 출시 행사에서 "투자 의사결정의 주체와 매매 방식, 거래 환경이 모두 바뀌는 상황에서 기존과 다른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기존 트레이딩 시스템을 고치는 수준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4세대 투자 플랫폼인 모음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들도 기존의 틀을 벗는 AI 서비스 강화에 한창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이용자의 자산 현황과 투자 성향, 생애주기에 맞춰 서로 다른 수준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1인 1 AI 투자 에이전트'를 내놨다. 질문에 답변하는 챗봇을 넘어 고객의 투자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시하는 방향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미국 기업 경영진의 실적 발표를 실시간으로 한국어로 번역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AI 어닝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기업 실적 발표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영상과 번역 서비스, 시세 화면을 오갈 필요를 줄이고 앱 안에서 분석과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안타증권은 '티레이더M'에 AI 기반 종목 분석 기능을 적용했다. 차트와 수급, 실적을 바탕으로 종목을 진단하고 적정가치와 애널리스트 전망을 함께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키움증권도 AI를 활용해 시황·종목 리포트와 국내외 리서치 자료를 쉽게 풀어 제공하고 있으며,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중 기존 MTS '원큐프로'를 간편·일반모드 선택형으로 전면 개편한다. 자주 쓰는 기능을 배치하는 맞춤형 사용자환경(UI)와 AI 기반 보유종목 분석·시장정보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1일 선보인 신규 금융 플랫폼 '모음(MOUM)'의 AI 분석 기능. 사진=메리츠증권

수수료 무료 다음은 '플랫폼 경험'…핀테크 추격 대응

증권사들이 AI와 맞춤형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수수료 혜택만으로는 플랫폼을 쉽게 옮겨 다니는 개인투자자를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토스증권 등 핀테크 증권사의 급성장도 전통 증권사에 위기감을 주고 있다. 토스증권은 직관적인 화면과 소수점 거래를 앞세워 지난 7월 기준 누적 가입자 100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650만명을 확보했다. 올해 상반기 외화증권 위탁매매 금액은 367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핀테크의 공세와 시장 변화에 대응해 주요 증권사들은 고객의 정보 탐색과 거래 경험을 편리하게 만드는 AI 기반 기술을 앱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주문만 넣고 빠져나가는 앱이 아니라, 투자 판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소비하고 머무르는 '투자 플랫폼'으로 체질을 개선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MTS에 탑재된 AI 분석은 투자자 간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핵심 요소"라며 "그동안 전문 리포트나 PB 상담을 접하기 어려웠던 일반 투자자도 종목과 시장, 개인 포트폴리오에 대한 해석을 즉각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거래할 때만 접속하는 앱이 아닌, 투자를 생각할 때 언제든 여는 앱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다시 PC로…클라우드 기반 WTS 재조명

MTS의 성장과 더불어 PC 거래 환경을 개선하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 투자도 늘고 있다. WTS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이다.

전통 HTS가 정교한 분석을 제공하지만 설치와 이용이 복잡한 반면, WTS는 모바일의 익숙한 경험을 PC의 대화면으로 옮겨와 여러 종목을 비교·분석하기 용이하다. 또한 웹 기반 특성상 AI 분석이나 새로운 기능을 신속하게 업데이트하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유리하다.

과거 기술적 제약으로 속도와 기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WTS는 최근 클라우드와 최신 웹 기술이 적용되며 HTS 수준의 정교한 분석과 신속한 주문 처리가 가능해졌다. 메리츠증권은 '모음'을 MTS와 WTS로 동시 제공하며, NH투자증권은 WTS 형태의 '나무 MAX'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키움·KB·신한·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도 WTS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TS가 거래의 빈도를 높이는 채널이라면, WTS는 투자 판단의 깊이를 더하는 채널"이라며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종목의 차트와 호가, 뉴스, 재무정보, 포트폴리오를 한 화면에 놓고 비교·분석하기에는 화면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TS는 주문·분석 기능이 다양하지만 별도 설치와 초기 설정이 필요하고, 이용 환경도 상대적으로 복잡해 젊은 액티브 투자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대화면에서 투자 정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싶지만 HTS까지 이용할 필요는 없는 고객 수요를 WTS가 흡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WTS는 브라우저만 있으면 별도 설치 없이 여러 기기에서 접속할 수 있고, 웹 기반인 만큼 AI 분석이나 맞춤형 자산관리 같은 새 기능도 비교적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며 "MTS·WTS·HTS가 서로 경쟁하는 구조라기보다, 고객이 상황에 따라 채널을 옮겨도 투자정보와 거래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능보다 고객 이해"…플랫폼 경쟁 승부처로

향후 증권사 플랫폼 경쟁은 기능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고객의 투자 성향과 자산 현황을 얼마나 정교하게 파악하고, 이를 실제 투자 판단과 자산관리로 연결하느냐를 겨루는 방향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AI가 공시·뉴스·리서치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별 관심 종목과 거래 이력, 위험 선호도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안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다.

채널 간 연결성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MTS에서 확인한 종목 분석과 투자 판단의 근거가 WTS·HTS, 대면 상담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져야 고객이 플랫폼 안에서 일관된 투자 경험을 할 수 있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정보의 정확성과 투자자 보호,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증권사 플랫폼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플랫폼은 고객이 묻기 전에 AI가 자산과 거래 이력을 분석해 먼저 투자 판단을 제안하고 승인받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MTS, WTS, HTS는 물론 대면 상담까지 어떤 채널을 이용하더라도 투자 판단의 근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능과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되지만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는 단기간에 구축되지 않는다"며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역량과 신뢰도가 장기적으로 리테일 시장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