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600억 정산분쟁' 부른 석유 최고가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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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름값 급등을 잡겠다며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정유사와 알뜰주유소 사업자 간 '1600억원대 정산 분쟁'으로 번졌다.
알뜰주유소 측은 정유사가 매일 제시하는 잠정 공급가격으로 먼저 대금을 낸 뒤 한 달이 끝나 MOPS(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 월평균이 확정되면 최종 가격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더 내거나 돌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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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정산하는 방식은 그대로 둬
제도 시행 전후로 가격기준 꼬여
200여개 알뜰주유소 '정산 폭탄'
정유사는 "돈 안내면 공급 못해"
중재 손뗀 정부 "민간계약 사안"
정부가 기름값 급등을 잡겠다며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정유사와 알뜰주유소 사업자 간 ‘1600억원대 정산 분쟁’으로 번졌다.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정유사 공급가격과 사후 정산가격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정부가 중재에서 손을 떼면서 갈등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알뜰주유소 사업자는 결국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가격 묶은 뒤 ‘두 개의 가격’ 충돌

4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와 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농협경제지주 등 알뜰주유소 운영 3사의 정산대금 차이는 총 1609억6000만원에 달했다. 농협 858억3800만원, 도로공사 454억7200만원, 석유공사 296억5000만원이다. 농협은 알뜰 측 방식대로면 10억2000만원을 돌려받지만 정유사 방식대로면 848억18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일반 주유소와 달리 알뜰주유소는 대규모 공동구매 계약을 맺기 때문에 한 달 평균 국제가격을 기준으로 최종 공급가격을 정한다. 그런데 최고가격제가 미·이란 전쟁이 발발하던 지난 3월 중간에 시행되면서 한 달 안에 두 가격 기준이 겹쳤고, 3월 공급분을 놓고 정유사와 알뜰주유소 측 계산이 크게 갈리게 됐다.
알뜰주유소 측은 정유사가 매일 제시하는 잠정 공급가격으로 먼저 대금을 낸 뒤 한 달이 끝나 MOPS(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 월평균이 확정되면 최종 가격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더 내거나 돌려받는다. 사후정산은 일반 주유소에서도 쓰여온 방식이지만 알뜰은 대규모 공동구매 계약에 MOPS 월평균을 정산 기준으로 명시해 놨다는 점이 다르다.
문제는 최고가격제가 3월 중간에 도입되면서 커졌다. 정부가 13일부터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씌웠지만 월말 정산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이후 MOPS가 계속 오르면서 실제 공급가격은 상한에 묶인 반면 월말에 적용할 가격은 높아지는 상황이 됐다.
정유사는 계약대로 3월 전체 MOPS 평균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알뜰 측은 1~12일은 MOPS를 적용하되 13일부터 최고가격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이나 시장 상황이 크게 바뀌면 계약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 시장 영향 검토했나 의문”
산업통상부는 갈등 초기 중재에 나섰다. 정유사 측이 3월분 정산 없이는 유류 공급이 어렵다고 하자 4월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우선 이견이 작은 1~12일분부터 MOPS 기준으로 정산했다. 나머지는 추후 협의하기로 했지만 이후 정부 주도 회의는 더 열리지 않았다. 산업부는 윤 의원에게도 “사적 계약조건에 따른 협의 사안”이라고 답했다.
갈등은 6월 다시 커졌다. 당시에는 MOPS가 최고가격 아래로 내려가 정유사가 알뜰 측에 돈을 돌려줘야 했다. 그런데 GS칼텍스는 이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3월분 금액까지 차감했다. 양측이 다투고 있는 돈을 정산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회수한 것이다.
이 부담은 공공기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직영 9곳을 제외한 200여 곳을 민간사업자가 운영하고 상당수가 정유사와 직접 계약한다. 정산 결과에 따라 수십억원의 부담을 개별 사업자가 떠안을 수 있다. 결국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운영 사업자와 함께 정유사를 상대로 3월분 정산 기준을 다투는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도로공사도 소송 제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윤 의원은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도입하면서 부작용이나 시장 영향을 제대로 검토한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문제가 터지자 민간 계약이라며 빠지는 건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유사 측을 향해서도 “뺨은 정부에서 맞고 다른 곳에 화를 풀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은/박종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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