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퇴직연금, 75%가 원금보장…“저축에서 투자로 바꿔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되면서 노후소득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퇴직연금을 단순한 저축이 아닌 장기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디폴트옵션의 자동운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남 연구위원은 "물가상승과 은퇴 이후 장기간 필요한 생활비를 고려하면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의 저축 관행으로는 충분한 연금자산을 쌓기 어렵다"며 퇴직연금 운용의 관점을 장기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년 평균 수익률 2.64%·연금 수령 16.5% 그쳐
디폴트옵션 자동운용 강화…국민연금 참여에는 부정적

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되면서 노후소득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퇴직연금을 단순한 저축이 아닌 장기 투자자산으로 운용하고, 디폴트옵션의 자동운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KCMI 이슈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2020년 말 255조5000억원보다 96.2% 증가했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물러 있다.
최근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DB)형이 2.27%로 가장 낮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 2.99%, 확정기여(DC)형 3.09% 순이었다. 지난해 퇴직급여를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받은 퇴직자도 전체의 16.5%에 불과했다.
남 연구위원은 "물가상승과 은퇴 이후 장기간 필요한 생활비를 고려하면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의 저축 관행으로는 충분한 연금자산을 쌓기 어렵다"며 퇴직연금 운용의 관점을 장기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본격 시행된 디폴트옵션도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조3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이 가운데 85.4%가 예금 등 안정형 상품에 집중됐다. 전체 수익률은 3.69%, 안정형 수익률은 2.63%에 머물렀다.
남 연구위원은 가입자가 제시된 상품 가운데 하나를 직접 골라야 운용이 시작되는 현행 '옵트인' 방식을 문제로 지목했다. 운용에 관심이 없거나 방법을 모르는 가입자에게 다시 선택을 요구하면서 자금 방치를 막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 별도 선택이 없으면 타깃데이트펀드(TDF)나 타깃리스크펀드(TRF) 등 장기 분산투자 상품으로 자동 운용하고, 가입자가 원할 때 다른 상품으로 옮길 수 있는 '옵트아웃' 방식이 제시됐다. 100% 원리금보장상품은 디폴트옵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전문성과 운용 책임을 높이기 위해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해 전문 운용과 이해상충 관리, 장기 성과평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공단이 공공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운용 목적과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달라 같은 포트폴리오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용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과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운용을 한 기관에 집중하는 것 역시 위험분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는 단순한 상품제공기관이 아니라 가입자의 연금자산에 실질적인 운용 책임을 지는 수탁기관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적립금이 안정적인 연금소득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제도 개편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