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방어 실패한 인류...1.8도 넘으면 무슨 일?

"최선 다해도 1.8도 상승 불가피"
2일(현지시간) 유엔환경계획(UNEP)은 보고서 '리미팅 오버슈트(Limiting Overshoot)'를 통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넘어서는 시점이 몇 년 안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1.5도를 넘어서는 초과분을 최대한 작고 짧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오히려 더 큰 야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퇴출 속도를 끌어올리고 메탄 배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지구 기온은 1.8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른 시나리오들은 2도 이상을 예상하기도 한다. 잉거 앤더슨 UNEP 사무총장은 "목표치를 1.5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기후행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도 초과 폭과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유엔이 1.8도를 새로운 목표치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도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경로상의 최고점이라는 설명이다. 목표는 여전히 1.5도이고, 넷제로를 지나 장기적으로 넷네거티브(순배출 마이너스) 상태까지 나아가면 온도를 다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이 경로를 '오버슈트-피크-감소'로 부른다.

1.5도 초과 기간 길어질수록 급격히 커지는 피해
보고서는 1.5도를 넘어선 상태가 길어질수록 피해가 비선형적으로 커진다고 경고했다. 3도 미만 상승을 가정해도 2100년까지 빙하 질량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지고, 이로 인한 해수면 상승 폭만 12.5c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효과적인 적응 조치가 없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식량 생산은 최대 14%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인간 사회의 시간표로는 되돌리기 힘든 '티핑포인트(임계점)'다. 보고서는 남극·그린란드 빙상의 불안정화,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 온난화를 조절하는 대서양 해류 순환(AMOC)의 교란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런 변화는 서서히 누적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1.5도가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1.5도라는 목표는 언제부터, 왜 이렇게 중요해진걸까?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번 보고서의 무게감도 달라진다.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될 당시 공식 목표는 "2도보다 훨씬 낮게"였고, 1.5도는 "가능하면 노력한다"는 부차적 문구로 겨우 포함됐다.
이 문구라도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몰디브, 투발루 등 태평양·카리브해 군소도서국들의 강한 요구 때문이었다. 이들은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부터 "1.5도여야 살아남는다(1.5 to stay alive)"는 구호를 내걸고 목소리를 냈다. 국토 상당 부분이 해수면과 맞닿아 있는 이들 국가에게 0.5도의 차이는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이 숫자에 과학적 근거가 붙은 건 그로부터 3년 뒤였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의 요청으로 세계기상기구(IPCC)가 1.5도와 2도의 차이를 정밀하게 검증한 특별보고서(SR1.5)를 냈고, 이 보고서는 2018년 10월 승인됐다. 40개국 91명의 저자가 6000편 이상의 논문을 종합한 결과였다. 이때부터 1.5도는 상징적인 구호를 넘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마지노선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보고서가 제시한 수치들은 0.5도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산호초는 1.5도에서 70~90%가 사라지지만, 2도에서는 99% 이상이 사실상 전멸한다. 북극 여름 바다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빈도는 1.5도에서는 100년에 한 번꼴이지만, 2도에서는 10년에 한 번꼴로 늘어난다. 해수면 상승 폭도 2100년 기준으로 1.5도가 2도보다 10cm 낮다. 온도가 조금씩 오를 때마다 피해가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라 특정 지점을 넘으면 급격히 불어나는 임계값 구조라는 의미다.
"1.5도 목표 여전히 유효"
이준이 부산대 교수(IPCC 7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챕터 책임 주저자)는 이런 흐름이 IPCC 차원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일 <뉴스펭귄>에 "1.5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은 이미 6차 보고서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며, 2030년 이전에 불가피하다는 게 가시화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고, 넘어서더라도 다시 내릴 수 있는 경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대응에 따라 온도를 다시 낮출 가능성이 있느냐가 지금 국제 기후과학계의 핵심 질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