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디폴트옵션’, 수익률 2.6%…여전히 원금보장에 묶인 500조 퇴직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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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원으로 불어난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핵심축이 돼야 하지만, 원리금보장상품 편중과 낮은 장기수익률이 제도의 목적을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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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자동 운용 강화해야"
"국민연금공단 참여는 부적절"

500조원으로 불어난 퇴직연금 적립금 대부분이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퇴직연금이 저수익 상품에 방치되지 않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디폴트옵션 역시 자금의 85%가 안정형에 쏠려 있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핵심축이 돼야 하지만, 원리금보장상품 편중과 낮은 장기수익률이 제도의 목적을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이 ‘원금을 지키는 저축상품’이 아닌 ‘노후를 위한 투자자산’처럼 운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501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물렀다.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 확정급여형(DB)의 수익률이 2.27%로 가장 낮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와 확정기여형(DC)이 각각 2.99%, 3.09% 순이었다.

쌓아놓은 퇴직연금이 실제 노후소득으로 이어지는 비중도 낮다. 지난해 전체 퇴직자 가운데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은 사람은 16.5%에 불과했다.
2023년 본격 시행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IRP 가입자가 별도로 적립금 운용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사전에 약속한 방식대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가입자의 투자 지식이나 관심이 부족해 방치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디폴트옵션 적립금 53조3000억원 가운데 85.4%는 여전히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정형'에 집중됐다. 전체 수익률은 3.69%, 안정형 수익률은 2.63%에 머물렀다.
남 연구위원은 가입자가 디폴트 상품을 다시 골라야 운용이 시작되는 ‘옵트인’ 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운용법을 몰라 자금을 방치했던 가입자에게 다시 선택 의무를 지우는 것은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신 별도 선택이 없으면 타겟데이트펀드(TDF), 타겟리턴펀드(TRF) 같은 장기 분산투자 상품에 자금이 자동 투자되고,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100% 원리금보장상품은 디폴트옵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다.
남 연구위원은 “원리금보장상품은 퇴직연금의 장기적인 운용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물가상승률과 은퇴 이후 필요한 생활비를 고려해 충분한 노후자산을 쌓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자동 운용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사에 대해서도 “단순한 상품제공기관이 아니라 가입자의 연금자산에 실질적인 운용책임을 지는 수탁기관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를 만들고, 전문 운용조직에 수탁자책임을 부여하는 지배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시장 참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공공형 퇴직연금인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과 뚜렷한 차별성이 없고,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운용을 한 기관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분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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