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상자산 이원화 규제 검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과정서 벤치마킹할 듯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발맞춰 실질적인 감독·관리 방안을 준비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을 기능별로 나눠 이원화 구조로 감독하고 있는 홍콩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금융중심지지원센터) 북경사무소는 지난 1일 '홍콩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 주요 내용'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통화청(HKMA)이 가상자산의 성격과 업무 영역에 따라 감독 역할을 나눠 맡고 있습니다. SFC는 증권선물조례(SFO)와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조례(AMLO)를 바탕으로 증권성 자산과 가상자산거래플랫폼(VATP)의 인가·감독을 맡았습니다. HKMA는 스테이블코인 조례(Cap.656)에 따라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FRS) 발행자와 은행권의 가상자산 수탁·판매중개 등을 감독합니다.
별도의 가상자산 감독기구를 만드는 대신 기존 금융감독당국이 업무 성격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국 역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 기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감독·검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향후 2단계 입법 과정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시장법(MiCA)를 통해 포괄적인 단일 규율체계를 구축한 것과 달리 홍콩은 기존 금융법 체계와 별도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결합해 시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감독기구를 만드는 대신 기존 기관의 역할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국내 제도 설계 과정에서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홍콩은 가상자산사업자(VASP)와 거래플랫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진입요건과 자산 보호장치도 마련했습니다. VATP는 최소 2명의 책임임원과 최저 납입자본금 500만 홍콩달러를 갖춰야 하며 고객자산의 98% 이상을 오프라인 콜드월렛에 분리 보관해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HKMA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유통총액의 100% 이상을 고유동성 자산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용자에 대한 이자 지급도 금지됩니다. 무인가 영업에는 최대 징역 7년과 500만 홍콩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한국은 2024년 7월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불공정거래 처벌과 이용자 예치금 보호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가상자산 발행(ICO)과 영업행위, 스테이블코인 관리 등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제정에 나섰지만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원화·외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규제 공백을 메울 정밀한 감독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국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거래소를 비롯해 토큰 발행과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 만큼 홍콩의 감독기관 역할 분담과 세부 인허가 기준 등이 비교·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감원 국제업무국 관계자는 "해외사무소가 별도로 조사한 내용이라 홍콩식 가상자산 규제를 참고하려는 배경이 있었는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홍콩에서 일어나는 감독당국의 움직임과 규제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