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산당 고위인사 처벌 흐지부지에…청년층 분노 폭발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6. 9. 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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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한 소녀가 사망한 교통사고에 전직 고위 공직자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체 '시비쿠스'의 요제프 베네딕트 아시아 연구원은 "베트남에선 시민 사회 공간이 폐쇄돼 수십명의 활동가, 언론인, 비평가들이 민감한 활동이나 발언을 이유로 수용됐다"며 "그럼에도 청년들은 특히 온라인상에서 본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점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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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사망 사고냈으나 1년 넘게 잠잠
운전자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장관의 남편
인터넷에서 논란 일자 당국 뒤늦게 시인
시민들, 사고현장에 꽃 놓으며 추모
FT “공산당 주석 정치적 시험대 올라”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18세 소녀가 교통사고를 당한 현장에 놓인 꽃다발 옆에 한 여성이 서있다. [AFP=연합뉴스]
베트남에서 한 소녀가 사망한 교통사고에 전직 고위 공직자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청년들이 반대하는 다른 사안과 겹치며 베트남 내에서도 시위 등으로 확산할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 당국은 지난 8월 람 티 프엉 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남편이자 전 공산당 의원인 인물이 작년 하노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했다고 시인했다. 당국의 발표는 온라인상에서 추측과 계속해 올라오던 장관의 남편을 비판하는 수많은 게시물 이후에 나온 것이다.

정부 발표 이후에도 온라인상에서 시민들의 분노는 이어지고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던 하노이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사고 현장에 꽃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었다.

FT는 “책임 규명과 정의를 요구하는 온라인상의 반대 목소리는 수십 년 만에 베트남에서 가장 강한 지도자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에게 시험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에서는 거리 시위든 온라인상 시위가 매우 드문 가운데 벌어진 현상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정부 당국에 의해 정부 비판 견해는 억압되며, 반대자들은 종종 투옥되고, 정치 개혁을 요구할 경우 테러 단체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메타, 구글, 바이트댄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약 1억명에 달하는 베트남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비판적인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정부 요청에 정기적으로 응하고 있다.

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체 ‘시비쿠스’의 요제프 베네딕트 아시아 연구원은 “베트남에선 시민 사회 공간이 폐쇄돼 수십명의 활동가, 언론인, 비평가들이 민감한 활동이나 발언을 이유로 수용됐다”며 “그럼에도 청년들은 특히 온라인상에서 본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점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분노를 더 부추긴 요인은 베트남 문화부가 자국 인기 래퍼 MCK의 최신 앨범을 검열한 사건이다. 당국은 MCK 앨범에 수록된 외설스러운 가사와 관련해 조사에 들어가면서 정부 당국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이 와중에 작년 5월에 발생한 교통사고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면서 여론이 더 악화한 것이다.

영상에 담긴 사고에선 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고속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 아버지와 18세 딸이 탄 오토바이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고교 졸업 시험을 앞둔 딸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열흘 뒤 사망했다. 당시 하노이 경찰이 수사를 맡았으나, 최초 사고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소식은 끊겼다.

항의 여론이 확산하자 하노이 경찰은 지난 17일 관영 방송을 통해 운전자의 도로교통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희생자 가족의 고소 취하 등 사유를 참작해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문화부 장관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 여론과 관련해 경찰이 속한 공안부는 방송에서 “적대 세력, 반동분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이 불안과 소요를 조장하려는 매우 위험한 음모와 의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도 Z세대를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나 정치적 격변이 발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베트남 청년들은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의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 피해를 초래했다는 의혹과 고등학교 졸업 시험 부정 사건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다. 또, 특정 수사 기관을 폐지하고, 권한을 경찰과 군에 이관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에도 반대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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