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퇴직연금이 잠자고 있다"…75%가 원금보장, 수익률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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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자금의 4분의 3이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였고 원리금보장상품은 2.11%, 실적배당상품은 4.48%를 기록했다.
남 위원은 "퇴직연금 개편의 본질은 상품 몇 개를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질지를 바꾸는 데 있다"며 "개인의 투자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전문적인 자산배분 역량이 퇴직연금 운용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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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구조론 노후소득 대체율 13%…운용 개선 땐 20~30%
기금형 도입해 전문운용·규모의 경제 확보해야
![적립금 규모 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돼 장기수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연금 운용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출처=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4/552778-MxRVZOo/20260904153004375xipp.jpg)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자금의 4분의 3이 원리금보장상품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평균 수익률도 연 2%대에 그쳤다.
초고령사회에서 국민연금을 보완할 핵심 노후자산으로 퇴직연금을 키우기 위해선 적립금 규모 확대를 넘어 운용 방식과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255조5000억원에서 5년 만에 96% 늘었다.
◆500조 쌓였지만 장기 수익률 2%대
문제는 자금이 불어나는 속도에 비해 운용 효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들어가 있었다.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24.6%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전체의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연 2.64%에 머물렀다.
제도별 격차도 컸다. 지난해 기준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확정급여형(DB)이 8.1%, 확정기여형(DC)이 33.0%, 개인형퇴직연금(IRP)이 44.3%였다. 같은 기간 연간 수익률은 DB 3.53%, DC 8.47%, IRP 9.44%로 실적배당 비중이 높은 유형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냈다.
다만 단기 시장 상승 효과를 제외한 장기 성과는 여전히 낮다. 전체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였고 원리금보장상품은 2.11%, 실적배당상품은 4.48%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운용으로 연금자산의 실질가치를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이 단순한 퇴직금 보관 계좌에 머물러서는 초고령사회에서 요구되는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연금자산에 맞는 장기 자산배분과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용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의 실질적인 노후소득 기여도 역시 낮다는 평가다. 보고서 추정에 따르면 적극적인 제도 개편이 없을 경우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구조적으로 13.2%를 넘기 어렵다. 반면 중도 인출 등 적립금 누수를 막고 운용수익률을 연 5%로 높이면 소득대체율은 20.1%, 수익률이 7%까지 올라가면 29.7%까지 확대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약 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의 역할을 키우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체 퇴직자 가운데 퇴직급여를 연금 형태로 받는 비중도 16.5%에 불과해 '적립-운용-연금수령'으로 이어지는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게 자본시장연구원의 판단이다.
◆"상품이 아니라 지배구조 바꿔야"
자본시장연구원은 해법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운용 효율화를 동시에 제시했다.
기금형 제도의 핵심은 여러 가입자의 자금을 단순히 한데 모으는 데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와 수탁자책임을 기반으로 전문가가 장기 자산배분을 담당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운용성과와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영국과 호주 등은 독립적인 기금 이사회와 수탁자책임, 이해상충 관리, 성과 공시 등을 바탕으로 기금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될 공공형·비영리 연합형·금융기관 개방형 기금도 각기 다른 목적에 맞춰 성과평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공형은 높은 수익률 자체보다는 중소·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 확대와 수급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비영리 연합형은 산업이나 직종 등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와 지속 가능한 운용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민간 금융사의 운용 역량을 활용해 위험을 감안한 장기수익률 경쟁을 촉진하는 구조가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 개편도 병행해야 한다. 기금형이 도입되더라도 계약형 퇴직연금이 장기적으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DB형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적립금운용위원회와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실질화하고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업이 직접 투자판단을 하기보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 기반해 전문 운용기관에 자산운용을 맡기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DC형은 현행 디폴트옵션을 사실상의 자동투자 제도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지금은 가입자가 디폴트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옵트인(opt-in)' 구조여서 투자 결정을 하지 않은 자금이 저수익 상품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장기 분산투자 상품에 자동 배분하고 가입자가 원할 때 빠져나오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다.
남 위원은 "퇴직연금 개편의 본질은 상품 몇 개를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질지를 바꾸는 데 있다"며 "개인의 투자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전문적인 자산배분 역량이 퇴직연금 운용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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