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팔, 중국에 배상 요구 없을 것”…녹색발전 선도· 기후위기 공동책임론 강조

박은하 기자 2026. 9. 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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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네팔 중국대사, 네팔 외교장관과 회동
네팔의 요구 ‘파리협정’에 따른 것 강조
자국은 탄소배출 감축해 배상 의무 없어
개도국 기후지원은 일대일로 통해 주력
장마오밍 주네팔 중국대사가 3일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과 만났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히말라야 네팔·중국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를 계기로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기후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후 정의’ 요구에 직면했다. 중국은 네팔의 배상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자국이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네팔 중국대사관은 3일(현지시간) 장마오밍 대사가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과 만났다고 공식 웹사이트에서 전했다. 장 대사는 중국이 네팔의 재난 구호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 왔다며 양측이 협력한다면 반드시 재해를 극복하고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사는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직면한 공통 과제이며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는다며, 네팔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 지속해서 협력해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완화해 나갈 뜻이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카날 장관은 중국의 네팔 구호 지원에 감사하고 기후 변화 대응이 국제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중국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카날 장관은 네팔은 중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로부터 ‘기후 정의에 따른 배상’을 요구할 의도는 없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의 틀 안에서 국제적인 배상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카날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네팔 칸티푸르TV 인터뷰에서 중국·미국·인도 등을 거론하며 UN회의 등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카날 장관은 “탄소 배출량을 보면 중국·미국·인도 등 대국들과 산업화한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네팔의 기여도는 제로에 가깝다”며 “하지만 그로 인한 가혹한 피해와 비용은 네팔 국민이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카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항상 세계적인 녹색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크게 기여해 왔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탄소 집약도 감축을 목표로 하는 ‘쌍탄 정책’ 목표를 적극적이고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쌍탄 정책은 2030년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이르도록 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을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유엔의 최고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지난해 7월 기후변화협약이 각국에 부과한 엄격한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기후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기후 위기를 일으킨 국가에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기후 위기 대응 불이행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ICJ의 의견을 재확인했다.

카날 장관의 유엔 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 언급에 대한 중국 측 발표는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적인 자국이 특정 국가의 개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 국가지만 가장 급진적인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세워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환하고 전기차를 빠르게 보급하면서 당초 2030년으로 예정된 중국의 탄소 배출 정점(탄소 피크)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 여파에 따른 석유 소비 감소로 올해 2분기 중국의 탄소배출량이 전년 동기보다 1% 줄었다는 관측 결과를 내놓았다. 중국의 급진적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은 석유 의존을 최소화하려는 에너지 안보 목적도 갖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의 발전 권리’를 대변하는 강대국으로서 리더십을 확보하려 해 왔다. 중국은 유럽연합(EU)이 도입하려는 ‘탄소 국경조정제도’를 국제 무역 원칙을 위반하는 보호무역 조치이며 개발도상국에 불공평하게 부담을 준다고 반발했다. 중국산 태양광과 풍력발전 제품에 대한 관세 도입도 세계의 녹색 발전을 늦춘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개도국에 철도 인프라를 짓고 태양광·풍력·수력 발전소를 공급하면서 녹색 발전을 대안으로 내세워 왔다.

중국은 선진국의 기후 위기를 내세운 산업 규제 정책을 비판해 왔지만 선진국을 향한 개도국의 기후정의 요구에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선진국은 자금 공여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 덴마크, 영국 등이 기후기금에 자발적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2024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자국은 개도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기여국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개도국 녹색 발전 지원은 양자관계 또는 일대일로 사업의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중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명목상 1인당 국민소득은 1만~1만2000달러로 브라질 등과 비슷하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1선 도시는 3만 달러 선으로 선진국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현행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개도국 지위에 따른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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