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정제 조형에 동양 감성 결합
독일 출신 디자이너…물방울·용의 문양, 두 얼굴
5000년 중국 문화 속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찾다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비야디(BYD)는 중국 토종 브랜드 가운데 드물게 흑자를 내는 전기차 기업으로, 서양의 정제된 조형과 동양적 감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디자인 DN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다와 물결에서 영감을 받은 유선형 조형과 절제된 동양적 미감을 동시에 구현하는 이른바 ‘오션 에스테틱(Ocean Aesthetic)’ 철학을 오션 시리즈 차량 전반에 녹여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같은 디자인은 아우디와 알파로메오 출신의 글로벌 디자인 총괄 볼프강 에거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유럽 완성차 브랜드에서 쌓은 세련된 조형 감각을 바탕으로, BYD 특유의 동양적 서정성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방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션 시리즈의 정제된 곡선
오션 에스테틱 철학의 핵심은 친환경성과 동양적 서정성의 결합입니다. 물의 흐름과 파도의 곡선을 모티브 삼아, 딱딱한 기계적 인상 대신 유려하고 부드러운 존재감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션 시리즈에는 실(Seal), 돌핀(Dolphin), 씨걸(Seagull) 등이 속해 있습니다.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물결 모양을 본뜬 U자형 헤드램프와, 곡선을 강조해 앞모습을 부드럽게 만든 이른바 ‘더블-U(Double-U) 페이스’입니다. 각진 형태가 주를 이루는 내연기관차와 차별화된 이 앞모습은 오션 시리즈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으며,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옆면과 뒷모습 역시 같은 철학을 따릅니다. 손잡이를 문 안쪽으로 넣어 매끈하게 만든 도어 핸들과, 지붕에서 뒤쪽으로 둥글게 떨어지는 곡선을 적용됐습니다. 여기에 오리 꼬리처럼 살짝 들린 형태의 뒷유리 스포일러와, 차량 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물방울 모양의 얇은 LED 테일램프를 더해 도로 위에서 부드럽고 유려한 존재감을 완성했습니다.
‘용의 서사’ 담은 왕조 라인
오션 시리즈와 대비를 이루는 라인업은 왕조 시리즈입니다. 친(Qin), 탕(Tang), 한(Han), 송(Song) 등으로 구성된 이 라인업에는 용의 수염과 이빨 모양을 본뜬 이른바 ‘드래곤 페이스’ 패밀리룩이 적용돼, 중국의 전통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오션 시리즈의 서양적 정제미와는 결이 다른 동양적 정체성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내에서도 동서양이 결합된 디자인 언어가 이어집니다. 좌우로 돌아가는 대형 화면과 자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DiLink’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화된 실내를 적용해, 화면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간결한 구성을 완성했습니다. 이는 물방울과 용 문양 등 외관 디자인에 담긴 상징적 언어를 실내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겉모습과 실내가 하나의 디자인 서사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와 DM-i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차량 설계 전반에 반영돼 있습니다. 부품을 통합한 이 같은 구동 방식은 차체 설계의 자유도를 높여, 오션 시리즈의 유선형 조형과 왕조 시리즈의 존재감 있는 비례를 동시에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에거는 한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션 시리즈와 왕조 시리즈에 담긴 상징에 대해 직접 밝혔습니다. 그는 오션 시리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방울을 언급하며 “이런 상징들을 우리 디자인 언어에 녹여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왕조 시리즈의 용 문양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용이 행운과 권력, 부를 상징하는 자애롭고 평화로운 존재로 여겨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문화적 상징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