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코를 잘 풀까”…일본, ‘괴짜 노벨상’ 20년 연속 수상

홍석재 기자 2026. 9.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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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잘 푸는 법.'

그는 논문에서 "코 풀기는 코 위생을 위한 중요한 사항의 하나"라며 "코 풀기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동작을 분석해 '코 푸는 법' 잘 모르는 이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 '별난 연구 연보'(AIR)는 3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올해의 이그 노벨상' 의학상 수상자로 운노 교수를 선정했다.

일본 티비에스(TBS) 뉴스는 이날 행사장에 초청된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코를 푸는 행동을 하며 '코 잘 푸는 법'의 이그 노벨상 수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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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운노 도쿠지 아사히카와의과대학 교수 수상
3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36회 이그 노벨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고 운노 도쿠지 아사히카와의과대학 교수를 대신해 제자 다카하라 미키 교수가 이그 노벨상 의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코 잘 푸는 법.’

고 운노 도쿠지 아사히카와의과대학 교수는 1977년 의학 논문 하나를 발표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그들은 과연 코를 제대로 풀고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는 논문에서 “코 풀기는 코 위생을 위한 중요한 사항의 하나”라며 “코 풀기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동작을 분석해 ‘코 푸는 법’ 잘 모르는 이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사람들은 제각각 방법으로 코를 잘 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양쪽 코를 막는 사람과 한쪽 코를 막는 사람이 따로 있었고, 느리고 길게 코를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번에 빠르고 세게 콧바람을 내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운노 교수는 “어떻게 하면 모두가 코 밖으로 분비물을 가장 효과적으로 내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는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에 나섰다. 콧구멍 양쪽에 공기 유속 측정 장치를 설치한 뒤, 양쪽을 풀 때와 한쪽을 막고 풀 때 콧속에 발생하는 공기의 속도와 양, 지속 시간을 측정했다. 귀에도 센서 등을 설치해 어느 정도 압력이 걸리는지 확인했다. 그는 논문에서 “양쪽 콧구멍보다는 한쪽을 막고 반대로 푸는 게 효율적이며, 충분한 양의 숨을 이용해 강하고 길게(a big and long nose blow) 푸는 게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유머과학잡지 ‘별난 연구 연보’(AIR)는 3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올해의 이그 노벨상’ 의학상 수상자로 운노 교수를 선정했다. ‘괴짜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그 노벨상’ 명칭은 ‘있을 것같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라는 단어의 첫글자에서 따왔다. 일반인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1991년 제정한 것으로 10개 부문에 걸쳐 기발한 연구를 대상으로 매년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날 의학상 시상식에는 2022년 별세한 운노 교수를 대신해 제자인 다카하라 미키 교수가 참석했다. 다카하라 교수는 “일상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학문적으로 규명한 점이 평가받은 것 같다. 운노 교수님도 기뻐하고 계실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일본 티비에스(TBS) 뉴스는 이날 행사장에 초청된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코를 푸는 행동을 하며 ‘코 잘 푸는 법’의 이그 노벨상 수상을 축하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또 일본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이그 화학상을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들은 바퀴벌레의 젖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결정이 같은 무게의 포유류 우유보다 3배 많은 에너지를 함유했다는 것을 밝힌 공로가 인정돼 수상했다.

이로써 일본은 20년 연속 ‘이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이전에도 기상천외한 연구들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소에게 얼룩말 무늬를 그리면 흡혈성 파리의 공격이 줄어든다는 걸 입증해 일본 연구팀이 생물학상을 차지했다. 젓가락에 약한 전류를 흘려 미각을 변화시키는 ‘전기가 흐르는 젓가락’를 비롯해 ‘보행자끼리는 왜 부딪칠까’, ‘헬륨을 마신 악어의 울음소리는 어떨까’, ‘스스로 앉아서 하는 대장내시경 자가 검사’, ‘키스가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하는 효과’, ‘바나나 껍질은 왜 미끄러울까’, ‘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등이 일본 연구진에게 ‘이그 노벨상’을 안긴 연구들이다.

일본이 ‘신기하고 놀라운 연구 분야’에 강점을 갖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있다. 앞서 야마모토 도모노리 일본과학미래관 과학커뮤니케이터는 공익재단 ‘포린 프레스센터’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연구·개발자의 두터운 층과 높은 기술력, 이를 뒷받침해온 경제 기반이 있었던 점도 중요하다”며 “돈이 되지 않는 일을 높은 수준으로 성취하는 사람을 ‘재능의 낭비’라는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칭찬하는 문화도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월간 ‘분게이슌슈’는 “당장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 기초 연구를 오랫동안 폭넓게 이어온 일본 과학 연구의 특징이 배경”이라거나 “일본은 특이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 관대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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