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금융권 반발 확산...금감원 직원 1720명, 李대통령에 탄원

유준호 기자 2026. 9. 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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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 1700여 명은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같은 날 금융노조도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하며 1만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여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 이전 추진 방침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4일 금감원 노동조합은 김상우 위원장 명의로 금감원과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탄원서를 대통령 앞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탄원서에는 금감원 임직원 1720명이 서명했다. 금감원의 6월 말 기준 임·직원 수 2211명의 약 7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서명에는 노동조합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참여했다. 노조는 육아휴직자와 휴가자 등이 서명에 참여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내부의 지방 이전 반대 여론은 서명자 수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서명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임원진은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원장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이전을 두고 “공사판 현장 감독이 현장을 떠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감원 노조는 탄원서를 통해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 감독당국이 밀집해 있는 서울에서 금감원이 떨어져 나갈 경우 금융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은 전문 인력과 기관 간 긴밀한 정보 교류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시장의 이상 징후 등을 신속하게 포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이전 이후 감독당국 내 전문 인력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금감원 직원 설문조사에서 지방 이전이 공식화될 경우 만 40세 미만 응답자 757명 가운데 609명(80.4%)이 이탈 의향을 보였다. 노조는 변호사 172명 중 147명(85.5%), 회계사 361명 중 285명(78.9%), 석·박사 인력 310명 중 203명(65.5%)이 이탈 가능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연간 약 80만건의 금융민원 가운데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금감원을 직접 찾아오는 민원도 연간 3468건에 달한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서 멀어지면 불완전판매나 불건전 영업행위 등 소비자 피해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 이전 추진 방침에 반대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경찰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이른바 ‘3대 국책은행’ 소속 노조원을 중심으로 1만4000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지방 이전 반대, 주 4.5일제 도입, 임금 6.0% 인상 등을 요구했다.

전날 정부는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통해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의 지방 이전을 내년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산업은행 등 정부 지정 공공기관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보류해 놓은 기관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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