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에 건설 특수 기대…혁신도시 ‘공실 해소·선별 개발’ 시험대
클러스터 용지 17.7% 미분양…기존 공간 채우고 부족한 시설 확충해야
[미디어펜=조태민 기자]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혁신도시 건설과 지역 부동산시장에도 새로운 수요가 열릴 전망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는 상가 공실과 미분양 클러스터 용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신규 공급에 앞서 기존 공간을 채우고 부족한 정주·산업시설을 선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소관 부처와 지방시대위원회 논의를 거쳐 올해 4분기 기관별 이전계획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이전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1차 이전이 계획 발표부터 실제 이전까지 7년 이상 걸렸던 점을 고려해 신청사 완공 전이라도 민간 건물을 빌려 기관부터 옮기는 방안도 활용한다.
공공기관이 내려오면 신청사와 주택, 상업시설, 교통망 등 지역의 건설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혁신도시에는 아직 활용하지 못한 건물과 토지가 남아 있어 신규 공급에 앞서 현재 부동산 재고부터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클러스터 용지 분양 현황을 보면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는 총 294만6000㎡다. 이 가운데 17.7%는 아직 분양되지 않았다. 충북과 경북 혁신도시의 미분양률은 각각 37.6%, 36.0%에 달한다.
클러스터 용지는 이전기관과 연계된 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새로운 개발 부지를 조성하기보다 남아 있는 용지를 활용하면 기관 이전과 지역 산업시설 확충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상업·주거시설도 지역별 공급 여력을 따져봐야 한다. 나주시에 따르면 광주·전남혁신도시에는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상가 공실 230여곳이 남아 있다. 주택은 750가구가 공사 중이며 1528가구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아직 착공하지 않은 상태다.
이전 인구와 기존 주택·상가의 규모를 함께 살피지 않으면 신규 공급이 지역에 남아 있는 물량과 겹칠 수 있다. 기존 시설로 흡수할 수 있는 수요와 새로 지어야 할 시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실제로 1차 이전에서도 청사와 주택 공급이 지역 정착과 산업 성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기관 150곳과 종사자 약 5만명이 지방으로 옮겼지만 교통·의료·교육 등 정주 여건과 지역 산업의 연계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토연구원도 신도시와 신시가지 개발 위주로 조성된 혁신도시는 기반시설에 지속적인 예산이 투입됐고 정주 여건이 자리 잡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산업 생태계 구축도 과제로 남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 이후 제조업과 지역서비스업 고용은 증가했지만 지식기반산업의 고용 증가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기관과 인구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기업과 연구시설을 함께 유치해야 하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건설시장에 새로운 일감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청사와 주택 공급부터 늘리면 기존 공실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지역별 부동산 재고를 먼저 살피고 부족한 교통·의료·교육시설과 이전기관 연계 산업시설을 중심으로 투자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