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 심상찮다”…다시 고개 든 ‘엔캐리 청산’ 공포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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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급락세(엔화 강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지자 엔화 약세를 전제로 구축됐던 투자 포지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린 뒤 추가 긴축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강해질 경우 투자자들이 남아 있는 엔화 매도 포지션을 추가로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전략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여전히 남아 있는 대규모 엔화 숏 포지션이 추가로 청산되면서 하락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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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숏·엔캐리 포지션 청산이 엔화 강세 기여
JP모건 “엔화 매도 완전히 청산되면 환율 142엔”
“엔/달러 추가 하락 가능성 낮다” 반론도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급락세(엔화 강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지자 엔화 약세를 전제로 구축됐던 투자 포지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청산이 엔화 강세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오후 2시 1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6.38엔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160엔에 육박했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2일 158엔 수준으로 급락한 데 이어 전날에는 장중 155.3엔까지 떨어졌다. 환율은 미·일 공동 개입으로 지난달 초 155엔대까지 하락했다가 월말 다시 160엔 부근까지 반등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지난 한 달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되돌렸다.
이번 엔화 강세를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일본은행의 긴축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취재진에게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에 더 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다카타 하지메 일본은행 심의위원도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현 단계에서 0.5%포인트가 될지 0.75%포인트가 될지는 말할 수 없지만, 계속 강조해왔듯 환경은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를 인상한 뒤 곧바로 추가 인상에 나서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최근 일본을 향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 7월까지 추가로 약 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도 가격에 반영됐다.

◇ 엔화 강세에 '엔캐리 청산' 시작
문제는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떠받쳐온 엔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수익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의 예상 밖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맞물리자 엔/달러 환율은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위험자산 매도세를 증폭시키면서 그해 8월 5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당시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최근 엔화 환율이 급락하자 기존 엔화 매도와 엔캐리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자료에 따르면 전날 이달 만기 달러 대비 엔화 콜옵션 거래량은 풋옵션 거래량의 2.5배를 웃돌았다. 기존 엔화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콜옵션은 엔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노무라 런던지점의 사거 삼브라니 수석 외환옵션 트레이더는 “엔화를 조달해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다른 주요 10개국(G10) 통화보다 엔화를 보유하려는 상당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엔캐리 트레이드의 시대가 사실상 끝났으며, 일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의 규모도 크게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대체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엔캐리 청산 여파는 엔/달러 시장에만 나타나지 않았다.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대표적인 고금리 통화인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도 전날 엔화 대비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이는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을 매수했던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광범위하게 되돌려지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 아직 남은 엔화 숏…추가 청산이 엔화 더 끌어올리나
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들은 지난 25일까지 한 주 동안 엔화에 대해 8만1619계약 규모의 순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산운용사들 역시 1만8284계약 규모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본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린 뒤 추가 긴축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강해질 경우 투자자들이 남아 있는 엔화 매도 포지션을 추가로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다시 사들여야 하는 만큼 엔화 강세가 또 다른 청산을 부르는 흐름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전략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여전히 남아 있는 대규모 엔화 숏 포지션이 추가로 청산되면서 하락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현재 남아 있는 엔화 약세 베팅 규모가 최대 17조엔(약 1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포지션이 완전히 청산될 경우 이론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142~146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JP모건은 일본은행의 긴축 기대가 다소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며 현재로서는 엔/달러 환율이 155~165엔 범위를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갈빈 치아 신흥 아시아시장 전략가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최근 엔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이고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일부 엔캐리 포지션이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행이 엔캐리 트레이드에 충격을 주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은 상당히 높다"며 “엔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게 하려면 일본은행이 상당한 수준의 매파적 정책 신호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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