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언더조직’ 논란에 8년 전 노동당 내부 증언 소환···“정당에 들어가도 관계는 그대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과거 노동당의 이른바 ‘언더조직’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특히 언더조직의 수장으로 지목된 김길오 코리아보드게임즈 대표의 비서로 활동했던 인물이 8년 전 공개한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제의 글은 2018년 4월 17일 노동당 당원게시판에 ‘김길오 선생님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장문의 공개서한이다. 게시자는 당시 노동당원 서상영씨로 돼 있지만 서씨가 다른 사람에게 받은 글을 대신 올린 것이며, 전문 말미에는 “부산에서 이민정이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최근 일부 보도에서는 이를 서씨의 공개서한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씨는 서한에서 “학생운동 이후 노동조합 상근자를 하다가 갑자기 차출돼 일주일 만에 짐을 싸고 2002년 선생님의 비서로 들어갔다”며 “2002년부터 2003년 동안 선생님의 비서로 있으면서” 조직의 원칙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후 2012년까지 조직 활동을 했다고 했다.
이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 소위 말하는 그 언더조직의 수장이 김길오 선생님”이라고 했다. 김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조직문화도 설명했다. 이씨는 김씨가 조직의 ‘장자’이자 혁명의 책임자라는 의미에서 이런 호칭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비서라는 특수한 위치 때문에 다른 조직원과 거리를 두도록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했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조직에는 정식 명칭이 없었다. 내부에서는 ‘언더’, ‘팸’, ‘조직’, ‘우리운동’ 등으로 불렸고 스스로를 “조선공산당의 후계자”로 규정했다. 목표는 ‘당 재건’이었으며 조직원들은 엄격한 비밀 유지와 선발 원칙을 교육받았다고 했다.
다만 이씨가 언급한 ‘조선공산당’은 북한 조선노동당과는 구별된다. 1925년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창당됐다가 1928년 일제의 탄압 속에 해체된 조선공산당을 뜻한다. 이후 국내 사회주의자들은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을 이어갔으며, 1930년대 이재유가 이끈 경성트로이카와 경성재건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활동가에 관한 규율도 구체적으로 적었다. 김씨가 당초 “여성은 혁명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여성 조직원을 받지 않으려 했으나 뛰어난 여성 활동가를 만난 뒤 생각을 바꿨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여성 정치인의 모델로는 당시 박근혜를 들었으며 “여성 정치인은 연애 스캔들 같은 것 없이 평생 비혼으로 살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고 밝혔다.
혼전순결 역시 조직 원칙이었다고 이씨는 적었다. 조직원 사이의 혼전 성관계를 단순한 개인적 문제로 취급하지 않았고, 여성 조직원들에게 더 강한 억압으로 작용했다고 회고했다. 또 김씨가 남성 동성애자의 조직 가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자신이 알고 있던 조직원의 성적 지향을 김씨에게 알렸을 당시 김씨가 해당 인물을 조직에서 배제하라고 했으며, 이후에도 중간 책임자들이 이를 조직의 원칙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혼에도 제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우자의 외도 및 폭력을 제외하고는 이혼은 불가하다”는 것이 조직의 룰이었다며, 정식 결혼이 아닌 동거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낙태 금지’에 대해서는 증언이 다르다. 이씨는 별도의 항목에서 “이것은 선생님의 룰이 아니었다”며 김씨에게 낙태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입장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적었다. 노동당 진상조사위원회는 이후 언더조직에서 혼전순결과 낙태 금지 내용을 담은 교양교재가 활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치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언더조직과 공개 정당의 관계다. 그는 김씨가 조직원들에게 정당운동으로 ‘오픈’하더라도 기존 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인사권과 재정의 최종승인권자가 따로 존재하는 방식은 여전히 작동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이 구조의 일부였다고 했다. 이씨는 “진보신당과 통합 이후 전국적으로 대의원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가를 계획했던 기억이 난다”며 “제가 노동당에서 의결권을 가졌던 대의원, 전국위원이었을 때 조직의 지침에 따라서 행동했었다”고 밝혔다. 당원들에게 “잘못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재정에 대한 증언도 있다. 이씨는 김씨가 “혁명가라면 자신의 활동비와 재정을 책임질 수 있는 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자본가가 돼야 한다고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김씨의 권유에 따라 비서 생활을 마친 뒤 식당을 차렸다가 4500만원의 빚을 졌으며 이를 5년에 걸쳐 갚았다고 밝혔다.
이씨의 서한은 2018년 2월 이가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 등의 언더조직 폭로 이후 작성됐다. 노동당은 같은 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조사위는 언더조직의 존재와 김씨의 알바노조 등에 대한 재정 지원, 혼전순결·낙태 금지 내용이 포함된 교육자료의 사용 등을 확인했다.
김씨도 이씨의 공개서한이 올라온 지 엿새 뒤인 2018년 4월 23일 노동당 당원게시판에 ‘김길오 전 당원이 드리는 글’을 올렸다. 당시 이미 노동당을 탈당해 글쓰기 권한이 없었던 김씨는 구형구 전 노동당 사무총장을 통해 글을 게시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옛 노동당 게시판에 실린 원문은 직접 확인되지 않지만 최근 이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김씨는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사람과 운동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습니다”고 썼다. 이어 운동에는 사명감과 욕망의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반적 상식이 저의 퇴장을 명하고 있습니다. 상식에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본소득당 측은 언더조직 논란을 두고 기본소득당 창당 이후 비선조직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김길오씨는 기본소득당과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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