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퇴직연금 시장 참여 부적절…계란 한 바구니 담으면 공멸"

최수진 기자 2026. 9. 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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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공공이 민간 시장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태"라는 전문가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자금의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맡더라도 기존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을 재현할 수 없으며, 결국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 중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과 유사한 자산배분(장기 기대수익률 4% 초반)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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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성격 달라…고수익·저비용 주장 의문
수익률 경쟁 아닌 사각지대 해소·안정적 수급권 확보 중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공공형 퇴직연금 모델에 국민연금공단의 참여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최수진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공공이 민간 시장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태"라는 전문가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자금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 국민연금이 내세우는 '고수익·저비용' 구조를 퇴직연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남 위원은 노사정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비영리 연합형, 금융기관 개방형, 공공형 등 3가지 유형 중 '공공형'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의 시장 참여에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 기대 현실적으로 무리

최근 노동계 일각과 국민연금공단은 기존 국민연금기금의 높은 운용수익률과 공단의 인프라를 활용한 낮은 운영보수를 내세워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하는 퇴직연금기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퇴직연금 수탁법인의 외부전담운용(OCIO) 위탁운용사로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하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남 위원은 "이러한 전제는 국민연금기금의 현행 포트폴리오에 퇴직연금을 그대로 추가해 동일하게 운용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운용 성과와 급여 수준이 무관한 확정급여형(DB) 공적연금과, 근로자 개인의 퇴직 시점에 상응하는 기간수익률로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요구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다르다.

자금의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맡더라도 기존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을 재현할 수 없으며, 결국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 중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과 유사한 자산배분(장기 기대수익률 4% 초반)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공=연합]

◆민간 시장에 뛰어드는 고래…민간 쫓겨날 수밖에 없어

또한 '저비용' 효과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두 기금을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운용할 수 없는 이상, 국민연금공단은 내부에 퇴직연금을 위한 별도의 전문 운용 조직과 인프라를 신규로 구축해야 한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비용을 줄인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결국 정부 재정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어 현행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과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남 위원은 국민연금공단이 OCIO 운용사로 민간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OCIO 시장은 전형적인 민간 자산운용 시장"이라며 "특정 성격의 자금 운용에 있어 공공기관이 민간 금융기관보다 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실증적 근거가 부재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민간 시장에 대한 공공의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편익은 불확실한 반면, 공공이 민간을 구축(Crowding-out)할 것이라는 부정적 영향은 확정적"이라고 비판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노후 자산의 위험 분산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투자 격언 중 하나다. 그만큼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여러 층위의 연금을 쌓아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려는 '다층연금체계'의 근본 취지를 고려할 때, 공적연금(국민연금)과 사적연금(퇴직연금)의 운용 주체를 겹치게 해 이른바 '한 바구니에 담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 위원은 "공공형 기금의 성공 요건은 높은 수익률 경쟁이 아니라, 중소·영세 사업장과 취약계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수급권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퇴직연금제도 개편의 궁극적 목표는 전문적인 자산배분과 수탁자책임을 바탕으로 민간 금융기관들이 장기 운용 성과 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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