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좋아 이율 높다”는 절반만 맞는 낙관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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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일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이 채권시장을 다소 안정시켰다. 대체로 현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거나, 채권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의 탄탄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인데 금융시장은 이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월가의 9월 미국 금리 전망은 지난달 28일 와이오밍주 연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 때 워시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연설을 선보인 이후로는 줄곧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의 국채 금리는 외려 저성장을 동반한 물가 상승, 이로 인한 국가 재정의 부실화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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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채권시장, 연준 인사들 한마디에 ‘출렁’
낙관론에도 9월 금리 인상·동결 확률은 ‘반반’
“美경제 견고”라지만 日·유럽은 재정 우려뿐
AI도 90년대 IT와 비용·중국·리더십 다 달라
무역적자, ‘엔 캐리’ 청산 우려...CPI가 분기점

미국 국채 금리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일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잇따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이 채권시장을 다소 안정시켰다. 대체로 현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거나, 채권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의 탄탄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인데 금융시장은 이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초부터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는 그대로인 상황이기에, 최근 금리 상승은 중동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이뤄진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의 정부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점도 국채 가치의 발목을 잡는 장기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 지표가 어느 정도 선전하는 것은 사실이나, 중동 전쟁이 마무리되거나 각국 재정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전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 연준이 금리 인상을 늦춰 정보기술(IT)의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했던 사례를 들며 현 AI 시대에도 중앙은행이 비슷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 역시 기술 혁명이라는 공통점에만 지나치게 주목하는 관점이라는 평가다. 과거 IT 혁명 때와 현 AI 도입 시대는 글로벌 기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비용, 중국의 지정학적 역할 등의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 있는 까닭이다. 연준 내에서도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이달 통화정책 전망은 오는 15~1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전까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1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06%), 나스닥종합지수(1.40%)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1% 이상 뛰어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98.91로 내려가 지난달 21일 이후 최저치로 낮아졌다.
이날 국채 금리가 낮아진 것은 연준이 15~16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전날보다 상당히 커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던 지난해부터 매파와 비둘기파 행보를 오락가락하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월러 이사는 이날 로이터통신 주최 화상 행사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당히 웃돌고 있다”면서도 “최근 지표들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의 일부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러 이사는 그러면서 “앞으로 2주 동안 발표되는 지표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쪽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가 디스인플레이션의 조짐으로 거론한 지표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6월 대비 수치였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지수와 전품목 지표 모두 6월보다 각각 0.2% 상승했기에 둔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월러 이사의 생각이었다. 월러 이사는 PCE 가격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전품목 3.7%, 근원 3.3%씩 상승한 것을 두고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선의 지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월러 이사가 금리 동결 입장을 굳힌 것은 아니었다. 그는 중동 내 군사적 충돌과 무역정책, AI가 물가와 경제활동에 상당히 불확실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러 이사는 “8월 물가 지표에서 개선세가 일시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달 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 30일에 나오는 8월 PCE 가격지수가 아니라 10일과 11일에 발표되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물가지표와 함께 연준이 중요하게 살피는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오는 4일 공개된다.
8월 CPI로 디스인플레이션만 확인되면 이달 금리 동결을 지지하겠다는 월러 이사의 한마디에 시장은 온종일 흔들렸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사전 예고 지침)를 폐지한 여파로 개별 인사 의견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진 여파도 있었다.

월러 이사, 윌리엄스 총재 등의 잇따른 인플레이션 낙관론에 9월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도 상당 부분 달라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5~16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전날 36.8%에서 이날 49.8%로 높여 잡았다. 인상 확률은 63.2%에서 50.2%로 낮췄다. 월가의 예측이 사실상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월가의 9월 미국 금리 전망은 지난달 28일 와이오밍주 연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 때 워시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연설을 선보인 이후로는 줄곧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워시 의장뿐 아니라 상당수 연준 인사들이 잭슨홀미팅 앞뒤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연달아 설파한 영향도 컸다. 워시 의장은 잭슨홀미팅 당시 “기저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할 일을 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월러 이사와 윌리엄스 총재의 우호적인 경제 진단에도 이달 통화정책 전망이 반반으로 나뉜 것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시장에 이상 신호가 너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전날인 2일에만 하더라도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장중 4.818%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1일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도 4.410%로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30년물 금리 또한 5.296%까지 솟구치며 지난달 18일 기록한 전고점(5.337%)에 재차 다가섰다. 이날은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신호를 나타내는 지표나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혀 없었는데도 채권 금리가 이처럼 급격하게 움직였다. 채권 금리는 이후 “이란 재공습이 너무 오래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윌리엄스 총재의 인플레이션 완화 언급에 힘입어 장 막판 겨우 하락세로 전환했다.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뒷받침된 현상이라기에는 너무나도 허술하고 취약한 움직임을 보였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다른 나라들의 국채 금리 상승 동향에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도 일본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상당수의 국채 금리는 1996~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들은 AI 투자가 활발하다거나 경제 성장세가 뚜렷한 나라들도 아니다. 이들의 국채 금리는 외려 저성장을 동반한 물가 상승, 이로 인한 국가 재정의 부실화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우선 1990년대 IT 혁명 때는 필수 인프라가 PC와 통신망 정도였기 때문에 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점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AI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빚을 내는 현재와 달리, IT 산업 초기에는 인프라 투자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여지가 적었다.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기술 발전의 법칙)’에 힘입어 PC 가격이 매년 하락한 점도 IT 시대에는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워시 의장도 7월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정책 포럼에서 무어의 법칙을 거론하며 “AI 모델의 개선율은 기하급수적인 수준”이라고 소개했으나, 이는 비용보다는 주로 생산성과 관련된 평가였다.
IT는 AI에 비해 필요 전력 수요가 적어서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지 않았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 ‘챗GPT’에서 한 번 검색하는 데 드는 전력은 기존 구글 검색의 10배에 달한다. AI도 종국적으로 IT처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 물가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그때까지 이어질 인플레이션 자극 수준은 훨씬 클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당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역할이 현재와는 180도로 달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990년대 글로벌 경제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한 덕분에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성장·저물가’ 효과를 누렸다. 중국이 떠받치는 ‘초세계화’ 경제 구조는 IT 혁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는 별개의 흐름이었다. 중국의 부상은 IT 혁명이 일부 자극하는 물가 상승을 연준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한 주요 동력이 됐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 냉전 해체 이후 한동안은 미국의 지정학적 패권 독주를 견제할 세력도 없었다. IT 혁명은 미국이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기술만 개발하면 되는 시기에 태동했다.
1990년대와 달리 AI 시대에는 미중 양국이 기술 부문까지 경쟁하는 관계에 놓였다. 원자재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공급망·생태계에 걸쳐 패권을 다투고 있기에, 미국은 더 이상 ‘가장 저렴한 곳’이 아니라 매우 비싸더라도 자국과 같은 ‘가장 안전한 곳’에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는 AI 산업 발전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끊임없이 수반하는 구조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당시와 현재의 다른 점은 연준 내에도 있다. 바로 그린스펀 전 의장과 워시 의장의 리더십 차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정해 두고 이에 동의할 때까지 위원들을 설득하는, 카리스마에 기초한 독단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와 달리 워시 의장은 두 번째 FOMC 회의 만에 반대 의견을 3표나 받을 만큼 통화정책 결정을 민주적 난상 토론에 맡기고 있다. 워시 의장이 AI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개인적으로 금리 동결을 염두에 둔다고 해도, 그의 통찰력에 대한 신뢰가 아직 확고하지 않은 현 연준의 구조 아래에서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워시 의장이 연준 개혁을 외부 인사 위주의 태스크포스(TF)에 맡기는 배경 또한 그의 느슨한 조직 장악력에 있다는 지적도 많다. 더욱이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여전히 워시 의장이 매파적 결단에 거부감을 가질 인물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취임 초에 잠시 임명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라는 의심이 적지 않게 나오는 이유다.

2일 로이터통신도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일본계 자금이 본국으로 유인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해외 채권을 2조 4000억 달러(약 2200조 원) 정도 들고 있다. 투매까지는 아니어도, 일본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짐에 따라 상당분은 회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실제 일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해외 채권을 3조 엔(약 26조 원) 이상 순매도했다. 이는 채권 가격이 폭락했던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 정부연금투자펀드(GPIF)가 자국 자산의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글로벌 채권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일본이 다른 나라 채권보다 자국 상품을 선호하게 되면 미국 국채 수요자는 자연히 줄어들게 되고, 금리는 재차 올라갈 수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속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 가치는 3일 달러당 155엔대로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인 미국 주담대 금리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3일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택대출 평균 금리는 6.71%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자, 지난해 7월 31일(6.72%)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미국 주담대 금리는 중동 전쟁 직전인 2월 27일까지만 해도 5.98%에 불과했다. 15년 만기 고정 주택대출 평균 금리도 일주일 전 5.98%에서 6.04%로 상승했다. 1년 전에는 5.60%였다.
설상가상 7월 미국 무역적자는 AI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상호관세 부과 직전인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7월 미국의 상품·서비스 무역수지 적자는 6월보다 24.4% 증가한 886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AI 인프라인 컴퓨터와 주변기기, 반도체 등 자본재 수입(144억 달러)이 11.4% 급증해 1993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무역적자가 가중되면 관세 효과는 상쇄되고 연방정부 부채는 더 늘어나 국채 가격에 하락 압박 요인이 된다.
연준의 9월 금리 경로 예상이 연일 흔들리면서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발표될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1차 분기점이지만, 연준이 물가지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적어도 11일 8월 CPI가 발표될 때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CPI가 나온 이후에도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FOMC 회의 마지막 날까지 연준 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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