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아졌는데 교섭 난항…HD현대중공업 성과배분 갈등 장기화

전지성 jjs@ekn.kr 2026. 9.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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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부분파업과 함께 사실상 멈춰 서면서 장기화 되는 조짐이다. 노조가 회사의 두 번째 제시안이 나올 때까지 교섭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한화오션 노조도 성과급 지급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규직 노사의 교섭은 아직 쟁의행위 단계로 확산하지 않았다.

회사가 기본급과 격려금 액수만 높일지, 노조가 요구한 실적 연동 성과배분 원칙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에 따라 교섭 재개와 파업 확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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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19차 교섭 무산
노조 “2차 제시안 전까지 불참”
일회성 격려금 vs 이익 연동 요구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부분파업과 함께 사실상 멈춰 서면서 장기화 되는 조짐이다. 노조가 회사의 두 번째 제시안이 나올 때까지 교섭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고선가 선박의 실적 반영으로 조선업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진입했지만, 늘어난 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를 둘러싼 노사 간 간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울산 본사에서 19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노조가 불참하면서 교섭을 열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전향적인 2차 제시안을 내놓을 때까지 본교섭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예정된 후속 교섭 역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회사는 지난 1일 열린 18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월 10만5000원 인상과 격려금 200%+100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첫 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인상액에는 호봉승급분 3만5000원이 포함됐다.

노조 요구안은 기본급 월 14만9600원 인상이다. 호봉승급분은 별도다. 상여금 100% 인상과 신규 채용 확대, 각종 수당의 통상임금 산입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재원으로 삼는 성과공유 기준 마련이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그대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면 그에 연동해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규칙을 만들자는 취지다. 반면 회사의 첫 제시안은 일정액의 기본급 인상과 일회성 격려금을 결합한 방식이다.

노사 간 입장 차이는 금액뿐 아니라 보상의 원칙에 있다. 회사는 수주와 원가, 환율 등 경영환경이 바뀔 때마다 지급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 노조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일회성 보상 대신 실적과 연동되는 예측 가능한 산식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특유의 긴 실적 시차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조선사는 계약을 따낸 뒤 설계와 건조를 거쳐 선박을 인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실적에는 과거 확보한 고선가 선박의 매출이 반영되지만, 회사는 향후 원자재 가격과 환율, 신규 선박 투자비와 업황 변동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인식은 다르다. 장기 불황기 임금 억제와 인력 감축을 감내했고, 수주 회복 이후에는 숙련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상승을 겪은 만큼 호황의 성과를 더 분명하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황기에는 비용 절감에 동참하고 호황기에는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성과배분 공식 도입을 미룬다는 것이 노조 측 문제의식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일 집행간부와 대의원 등이 참여하는 7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10일까지 일부 날짜를 제외하고 조직별 순환파업을 이어가고, 15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간부와 일부 조직 중심의 파업이어서 선박 건조 현장 전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조선소는 자동차공장과 같은 컨베이어 생산방식이 아니어서 일부 인력이 작업을 중단해도 즉각 전 공정이 정지하지 않는다. 다만 전 조합원 파업이나 조선소 내 물류 차질로 확대되면 생산성과 선박 인도 일정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같은 조선 호황을 맞았다고 모든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한화오션 노조도 성과급 지급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규직 노사의 교섭은 아직 쟁의행위 단계로 확산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현장직 노조가 출범했지만 기존 노동자협의회가 임금협상을 주도하고 있어 HD현대중공업과 노사관계 구조가 다르다.

HD현대중공업의 파업을 조선업 호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에 더해 강한 산별노조, 과거 불황기에 누적된 보상 요구, 영업이익과 연동되는 성과배분 기준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의 다음 분기점은 회사의 2차 제시안이다. 회사가 기본급과 격려금 액수만 높일지, 노조가 요구한 실적 연동 성과배분 원칙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에 따라 교섭 재개와 파업 확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면 업황 변동성이 큰 조선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면 매년 교섭을 통해 일회성 격려금 규모를 다시 정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호황기마다 동일한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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