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데 이렇게 못하기도 힘들다...한화 투수진 붕괴, 200% 감독 미스

정철우 2026. 9.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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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가 속출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선발은 무너졌고 불펜은 더 처참하게 붕괴했다.

더 뼈아픈 것은 지난해 한화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정우주와 김서현의 추락이다.

144경기를 버틸 선발진을 설계하고, 불펜에 질서를 만들고, 젊은 투수를 성장시키며, 처음 세웠던 계획이 어긋났을 때 새로운 길을 찾는 것까지가 마운드 운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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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QS 8위·블론세이브 20회…선발도 불펜도 모두 무너졌다
정우주·김서현 동반 추락…한화 미래까지 흔들린 성장 플랜
폰세·와이스 사라지자 드러난 민낯…플랜B도 해법도 없었다
출처:한화 이글스

(MHN 정철우 기자) 부상자가 속출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선발은 무너졌고 불펜은 더 처참하게 붕괴했다.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현주소다. 이 정도라면 선수 몇 명의 부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마운드를 어떻게 구성하고 관리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체적인 설계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록부터 심각하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21로 리그 8위다. 선발진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팀 퀄리티스타트(QS)는 32회로 역시 8위에 머물러 있다. 리그 평균이 42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선발투수가 최소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책임지는 기본적인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니 불펜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 불펜마저 버텨내지 못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불펜 성적은 더욱 충격적이다. 한화는 20차례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세이브 성공률은 0.172에 불과하다. 경기 후반 리드를 잡고 있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팀이 됐다. 선발이 무너져도 불펜이 버티거나, 불펜이 흔들려도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지는 식의 상호 보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선발과 불펜이 동시에 붕괴하면서 마운드 전체가 흔들렸다.
출처:한화 이글스

더 뼈아픈 것은 지난해 한화 불펜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정우주와 김서현의 추락이다. 정우주는 1승3패 5홀드, 평균자책점 8.36에 머물고 있다. 김서현은 더욱 심각하다. 1승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9.20이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투수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후퇴했다.

젊은 투수라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한 명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은 벤치가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으로 분류했던 젊은 투수들이 동시에 방향을 잃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우주와 김서현은 한화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마운드의 중심으로 키워야 할 자원이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들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명확한 성장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했다. 결과는 정반대다. 둘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후퇴했고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시점까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감독 책임의 첫 번째 근거가 나온다. 선발진 설계에 실패했다. 선발 한두 명의 부진이 아니라 QS가 리그 평균보다 10차례나 적다는 것은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다. 누가 5선발을 맡을 것인지, 부진한 선발에게 어느 정도까지 기회를 줄 것인지, 기존 카드가 실패했을 때 어떤 대안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충분했다면 시즌 내내 선발진이 삐걱거리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어야 했다. 좋은 선발 다섯 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감독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을 조합해 최선의 로테이션을 만드는 것은 분명 벤치의 몫이다. 한화는 그 답을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출처:한화 이글스

두 번째는 불펜 설계와 관리 실패다. 블론세이브 20회와 0.172의 세이브 성공률은 특정 마무리 투수 한 명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필승조 전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누가 7회를 맡고 누가 8회를 책임지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 누구를 내보낼 것인지에 대한 계산이 시즌 내내 서지 않았다. 핵심 투수가 흔들렸다면 새로운 승리조를 만들어야 했고, 기존 보직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역할을 재편해야 했다. 실패한 공식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20차례의 블론세이브는 선수들이 20번 못 던졌다는 기록인 동시에 벤치가 그 실패를 막을 새로운 공식을 끝내 만들지 못했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젊은 투수 성장 관리의 실패다. 김서현과 정우주의 추락은 단순한 불펜 평균자책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젊은 강속구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질 수 있는 환경과 명확한 역할이다. 흔들릴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 수정할 시간을 줘야 하고, 다시 1군에 올렸을 때는 어떤 상황에서 활용할 것인지 기준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두 투수의 현재 성적은 그런 관리가 효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게 만든다. 정우주 평균자책점 8.36, 김서현 9.20이라는 숫자는 선수 개인의 실패이면서 동시에 한화가 핵심 자산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출처:한화 이글스

네 번째는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즌 전 예상은 틀릴 수 있다. 계산했던 투수가 갑자기 부진할 수도 있고 기대했던 유망주가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감독의 능력은 예상이 맞았느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예상이 틀렸을 때 얼마나 빨리 수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선발이 흔들리면 새로운 선발 후보를 만들어야 하고 불펜이 무너지면 보직을 바꾸거나 새로운 승리조를 찾아야 한다. 젊은 투수가 같은 문제를 반복하면 육성 방향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한화는 선발도 불펜도 시즌 초와 비교해 확실하게 개선됐다고 평가할 만한 해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실패 자체보다 실패가 반복됐다는 것이 감독에게 더 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한화는 부상을 핑계 삼기 어렵다. 보통 마운드가 이 정도로 무너지면 핵심 선발 두세 명이 빠졌거나 필승조가 줄줄이 이탈한 경우가 많다. 한화는 달랐다. 엄상백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지난해에도 팀 마운드를 이끌었던 핵심 전력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문동주의 수술 정도는 긴 시즌을 치르는 어느 팀에나 발생할 수 있는 변수의 범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는 마운드의 뼈대를 송두리째 흔들 정도의 대형 부상 악재가 거의 없었다.
출처:한화 이글스

그래서 더 신기할 정도다. 부상 때문에 계획이 깨진 것이 아니라 계획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었는데 결과가 이렇다. 선발 8위, 불펜 붕괴, 젊은 투수 동반 추락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전력 손실이라는 외부 변수보다 선수 구성과 역할 배분, 시즌 중 관리, 성장 계획이라는 내부 문제를 먼저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감독 책임을 '200%'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독이 직접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볼넷을 내주고 홈런을 맞는 것은 결국 투수다. 그러나 감독은 한 시즌 동안 누구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결정하고, 그 선택이 실패했을 때 다른 답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선발 로테이션 구성, 불펜 보직, 투수 교체, 젊은 선수 육성 방향, 부진 선수의 재정비 시점 모두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영역이다. 이 가운데 한두 가지가 실패했다면 선수 개인의 부진이나 예상 밖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시스템을 설계한 책임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지난해에는 폰세와 와이스가 선발진에서 워낙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두 외국인 투수가 경기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주면 불펜 운용은 쉬워진다. 5회부터 계투 작전을 시작해야 하는 경기와 7회까지 선발이 막아준 경기는 감독이 풀어야 할 난도가 전혀 다르다. 폰세와 와이스가 만들어준 긴 이닝과 안정적인 경기 흐름 속에서 한화 벤치의 마운드 운영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올 시즌은 그 보호막이 사라지자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선발이 짧아지자 불펜을 더 자주, 더 정교하게 운용해야 했다. 지난해보다 벤치의 판단이 중요해졌지만 결과는 팀 평균자책점 8위, QS 8위, 블론세이브 최다 수준 이었다. 지난해 성적이 감독의 정교한 투수 운영 덕분이었는지, 폰세와 와이스라는 압도적인 원투펀치가 많은 문제를 덮어준 덕분이었는지 다시 묻게 만드는 대목이다.
출처:한화 이글스

더구나 올해는 왕옌청이라는 대박 카드까지 있었다.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전력 구성이 아니었다. 그런데 좋은 카드를 하나 더 확보하고도 전체 마운드는 후퇴했다. 결국 좋은 투수 한두 명을 확보하는 것과 투수진 전체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왕옌청이라는 성공 사례가 있었음에도 선발 로테이션 전체를 안정시키지 못했고, 불펜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지 못했으며, 정우주와 김서현도 살려내지 못했다.

결국 세 가지 질문이 남는다. 왜 시즌 전 선발진의 플랜B가 준비되지 않았나. 왜 불펜 붕괴가 반복되는데 새로운 승리 공식을 만들지 못했나. 왜 가장 중요한 젊은 투수 두 명이 동시에 후퇴하도록 방치됐나. 이 질문에 선수 개인의 부진만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세 가지 모두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시즌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답을 내놓아야 했던 영역이기 때문이다.

좋은 감독의 투수 운영은 투수교체 타이밍 하나로 평가되지 않는다. 144경기를 버틸 선발진을 설계하고, 불펜에 질서를 만들고, 젊은 투수를 성장시키며, 처음 세웠던 계획이 어긋났을 때 새로운 길을 찾는 것까지가 마운드 운영이다. 올 시즌 한화는 이 네 가지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출처:한화 이글스

부상자가 넘쳐났다면 핑계라도 있다. 전력 자체가 형편없었다면 한계를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교적 건강한 전력을 갖고도 선발과 불펜이 동시에 리그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지난해 희망이었던 젊은 투수들까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폰세와 와이스라는 강력한 방패 뒤에 가려졌던 감독의 투수 운영 능력이 올 시즌 바닥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프지도 않은데 이렇게 못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선발을 만들지 못했고, 불펜의 질서를 세우지 못했으며, 젊은 투수를 성장시키지 못했고, 실패가 확인된 뒤에도 확실한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 한화 마운드의 붕괴를 단순한 집단 슬럼프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선수가 한두 명 무너지면 선수의 책임이다. 마운드 전체가 무너지면 설계를 돌아봐야 한다. 올 시즌 한화의 성적표는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200% 감독 미스'라는 표현이 과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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