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 '삼전 배당' 실탄으로 해외 M&A…최대 8조 메가딜

김호성 기자 2026. 9.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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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우스 지분 80~90%·PFG 10%대 중반 인수 추진…美·英 보험시장 정조준
내수 성장 한계 판단…특수보험·퇴직연금으로 수익원 다변화, 글로벌 사업 확대
서울 강남 삼성생명·화재 본사 앞에 놓여있는 머릿돌. 사진=각 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해외 보험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쌓으며 소수 지분 투자와 파트너십에 집중해온 삼성 금융계열사가 본격적인 '인수 성장'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호황에 따른 배당 확대가 이들 계열사의 해외 M&A 실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1.49% 보유하고 있다.

두 거래가 모두 성사될 경우 투자 규모는 최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권의 해외 M&A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거래가 될 수 있다.

◆삼성화재, 캐노피우스 지분 80~90%로 확대

3일 보험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영국 특수보험사 캐노피우스 지분 80~9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2019년과 2020년,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캐노피우스 지분 40%와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다. 현재 캐노피우스 지분 100%를 보유한 포튜나탑코의 40%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번에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센터브리지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기존 최대주주로부터 추가 지분을 인수해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잔여 지분 인수에 필요한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캐노피우스는 로이즈 시장에서 테러와 납치, 전쟁, 예술품 분실 등 일반 보험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위험을 다루는 특수보험 전문회사다. 세계 5위권 특수보험사로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에 거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캐노피우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익성이다.

캐노피우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대에 달한다. 삼성화재는 현재 보유한 40% 지분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1685억원의 지분법이익을 거뒀다. 삼성화재 상반기 순이익 1조3723억원의 12.3%에 해당한다.

지분율을 80~90% 수준까지 높이면 기존 지분법이익을 크게 확대하는 동시에 캐노피우스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특수보험과 재보험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 삼성생명은 美 PFG…퇴직연금 시장 정조준

삼성생명이 겨냥한 곳은 미국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이다.

삼성생명은 PFG 지분 10%대 중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인수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해 주요 투자은행과 회계법인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며 기존 주주와 비공개 협상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PFG는 미국 아이오와주에 본사를 둔 보험·자산운용그룹이다. 미국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 시장에서 '톱3' 사업자로 꼽히며 중소기업 대상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총운용자산(AUM)은 7810억달러, 약 1073조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이 PFG에서 보는 핵심 가치는 퇴직연금 운용 역량과 대체투자 노하우다. PFG는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PFG 투자를 통해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 진입하는 동시에 북미 상업용 부동산과 인프라 등 우량 대체투자 자산을 국내에 공급하는 협력도 모색할 수 있다.

지분율에 따라 PFG가 관계기업으로 편입되면 지분법 적용을 통해 PFG의 실적이 삼성생명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PFG의 시가총액은 약 32조원으로, 삼성생명이 10%대 중반 지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최대주주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경우 5조~6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 삼성 금융, M&A로 성장공식 무게

이번 거래에서 더 주목되는 부분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성장 전략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국내 생명·손해보험 시장에서 각각 1위 사업자지만 국내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는 대규모 M&A보다는 안정적인 자본관리와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한 파트너십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직접 확보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부사장급 임원이 이끄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PFG 외에도 여러 글로벌 M&A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아시아 시장은 물론 미국과 같은 선진 시장의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도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해외 M&A 확대 배경에는 삼성전자 배당 확대 기대도 자리 잡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0%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삼성전자의 실적과 배당이 확대될 경우 보험계열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현금 유입원이 늘어난다.

이를 국내 사업의 자본력 유지에만 사용하는 대신 해외 성장동력 확보에 투입하려는 것이다.

◆캐노피우스·PFG 동시 인수 땐 '역대급' 해외 금융 M&A

두 거래가 모두 성사되면 삼성 금융계열사는 미국과 유럽이라는 선진 보험시장에 동시에 대규모 베팅하게 된다.

삼성화재는 캐노피우스를 통해 특수보험과 재보험이라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고, 삼성생명은 PFG를 통해 미국 퇴직연금과 자산운용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구조다.

단순히 해외 보험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삼성 금융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해외로 넓히는 전략이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 5조~6조원, 삼성화재 2조~3조원으로 최대 8조원에 달할 수 있다. 두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내 금융권의 역대 최대 규모 글로벌 M&A 기록을 잇달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의 PFG 투자는 전 산업을 포함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글로벌 M&A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두 거래 모두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삼성생명은 PFG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역시 캐노피우스 인수 시점과 금액 등은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M&A의 성패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 자체보다 인수 이후 글로벌 보험·퇴직연금 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삼성의 성장동력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그동안의 '수비형' 경영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배당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판을 만들 수 있을지가 이번 거래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