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와 통합' 석유공사, 49년 만에 간판 내리나

오지혜 2026. 9.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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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중심으로 한 이재명표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여기에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통합안과 함께 발전5사, 지역별 항만공사 통합,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할 방안 등이 포함됐다.

4개 지역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서로 다른 경제권과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항만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다고 해서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며 "물리적 통합은 의사결정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내부 갈등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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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발표
가스공사 모체로 석유공사 통합 방안 등장해
발전·주택·항만 부문 등에서도 '쪼개고 붙이고'
急 변화에 직원들 '멘붕'... "일, 가정 어찌되나"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중심으로 한 이재명표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여기에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통합안과 함께 발전5사, 지역별 항만공사 통합,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할 방안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날 밝힌 큰 그림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인데, 각 조직 내부에서는 시작부터 충격파가 크다.


가스공사가 석유공사 흡수... 이번엔 실현될까

한국석유공사 사옥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3일 산업통상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가스공사를 모체로 석유공사와 통합해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석유공사의 기능 중 비축과 일부 탐사 개발 기능은 통합 공사로, 국내 유통이나 유가정보시스템 운영 등은 석유관리원으로 넘긴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통합 방안을 구체화 할 예정으로,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통합 공사 출범이 가능할 전망이라 이 경우 석유공사는 50년 가까이 달았던 간판을 내리게 된다.

정부는 통합이 공급망 위기 대응과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거라고 설명한다. 탐사 경험이나 기술, 지질 정보 등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면 전문성이 올라가고, 중복 투자도 줄일 수 있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손'이라 협상력이 있어, 석유 개발 사업에도 협상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엑손모빌 등 해외 민간 메이저 회사들도 석유와 가스 사업을 함께 하고 있어 시너지가 날 거라고 봤다"고 했다.

양사 간 통합안이 거론된 건 십수년 전부터다. 이명박 정부 때는 통합을 통해 자원 메이저 회사로 육성하기 위함이었다면, 박근혜 정부때부터는 구조조정 차원으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한 차례 통합을 추진했지만 여태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번에도 쉬운 길은 아니다. 석유공사의 재무 상황이 원인 중 하나다.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17조 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또 내부 직원들 뿐만 아니라,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들도 설득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노동조합,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7월 14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발전 5사(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사장들과 '에너지대전환 시대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간담회'를 갖고 기능 재편 방향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2001년 5개 발전사(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로 쪼개졌던 발전부문도 하나로 합쳐진다. 6월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도출된 관련 연구용역 결과와 기후부 차원의 간담회 등을 여러 차례 열고 있어, 상대적으로 빠르게 결론이 날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4일 발전5사 관계자, 노조들과 간담회를 예정하고 있기도 하다.

LH는 택지 개발·주택 건설 기능을 가진 개발공사(가칭)와 주거 복지·자산 비축 기능을 가진 자산공사(가칭)로 쪼개기로 했다. 한 기관에서 개발과 복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주택 공급 속도가 떨어지는 비효율을 해결하겠단 취지다. 해양수산부는 기능이 유사한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할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 중에는 중소기업의 판로지원을 담당하는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과 공영홈쇼핑을 가칭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된다. 통합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 발굴·컨설팅·입점·판매·성과관리까지 일원화된 유통 플랫폼을 구축, 중복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일은, 집은 어쩌나"... 통폐합 기관 직원들 '멘붕'

게티이미지뱅크

큰 변화가 갑작스레 예고되면서 직원들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반기에 추진 중이던 일들은 조직 정비 후로 밀릴 수밖에 없고, 정주 지역을 옮겨야 할 가능성도 생겼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문 공공기관 직원은 "소문이야 있었지만, 오늘 발표를 보고 통합을 알게 돼 난감하다"며 "조직 내부에서 여러가지 일을 추진 중이었는데 백지화 될 듯 하다"고 했다. 또 "아이들 교육 문제도 중요한데 (이제) 환경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성과 강화를 위한 진단과 처방이 잘못돼 부작용이 나올 거란 우려도 있다. 4개 지역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서로 다른 경제권과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항만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는다고 해서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며 "물리적 통합은 의사결정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내부 갈등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LH 노동조합은 주택 공급이 지연되는 주된 원인이 토지 보상이나 기반 시설 이전 등 사업 현장에 있는데, 조직 개편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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