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제니 편①] 제니가 곧 장르다

이젠 'K팝'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제니의 음악이 설명될 만큼 하나의 장르가 됐다. 음악에 퍼포먼스, 비주얼 등 각종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합해 제니만의 놀랍고 독보적인 음악적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블랙핑크 그룹 활동을 하면서 보여준 행보도 훌륭하지만, 그동안 솔로 아티스트로서 거둔 음악적 성과는 더욱 주목할 만 하다. 제니는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 '루비(Ruby)'로 미국 음악 전문 매거진 롤링스톤(Rolling Stone)의 'The 100 Best Albums of 2025'(2025년 최고의 앨범 100장)에 선정됐다.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한국 아이돌'(KOREAN IDOLS OF THE YEAR 2025)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메가 히트를 친 타이틀곡 '라이크 제니(like JENNIE)'를 비롯해 '만트라(Mantra)'·'젠(Zen)'·'필터(Filter)'· '서울 시티(Seoul City)' 등 모든 수록곡이 명곡이라는 호평이 나올 만큼 앨범 완성도가 높았다.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그 결과 올 1월 열린 '제40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선 아티스트 대상을 수상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뛰어난 음악적 성과와 영향력을 보여준 최고의 아티스트가 받을 수 있는 상을 받으며 글로벌 아티스트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제니가 발표하는 음악은 매번 새로운데, 자신만의 색깔과 스타일이 짙게 묻어나는 게 특징이다. 올해 썸머송으로 선공개한 '레스 댄 어 러버(Less than a Lover)'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결의 음악을 선보였다. 낭만적인 무드와 섬세한 감정을 앞세웠다. 빠른 비트나 강렬한 퍼포먼스형 음악이 아닌데, 잔향과 여운이 오래 남는 매력적인 곡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새 디지털 EP '폴른 엔젤(Fallen Angel)'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폴른 엔젤'은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한 팝 장르의 곡이다. 화려한 외양 이면의 결핍과 고뇌를 돌아보며 안식과 자아 해방을 이야기한다. 절제된 보컬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제니의 새로운 면모도 담겼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타락한 천사를 몽환적인 이미지로 표현해 곡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확장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의미있는 성적표도 받았다. 8월 31일(현지시간)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호주 출신 사이키델릭 록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와 협업한 곡 '드라큘라(Dracula)'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역주행했다. 이 곡은 톱10에 무려 14주째 머무르며 장기 흥행 중이다. 이 노래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2026 American Music Awards) '송 오브 더 서머'(Song of the Summer) 부문 후보에도 지명됐다.
제니의 강점은 특정 장르를 잘 소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팝부터 일렉트로닉, 어쿠스틱 기반의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이미지와 결합해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뮤직비디오, 무대 연출, 티저 콘텐트를 포함한 홍보 방식까지 자신의 취향과 방향성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번 컴백 때 팬들과 소통을 위해 켠 라이브를 마무리 하면서 '폴른 엔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과 동일한 포즈를 취했다. 이렇듯 매 순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그의 노력이 더해져 더 큰 화제성과 파급력을 불러일으킨다.

제니의 무대가 매번 화제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같은 곡으로 공연을 해도 매번 다르게 시도하는 무대 연출과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퍼포먼스, 눈길을 사로잡는 헤어·패션으로 제니만의 독보적인 무대를 완성한다. '코첼라 단골'이지만 그 중에서도 지난해 참석해 꾸민 무대는 '역대급'으로 꼽힌다. 무대 등장부터 퇴장까지 강렬했다. 수많은 관객의 함성 속에 제니는 긴 공연 시간 동안 춤을 추면서 안정적인 라이브를 보여줬고 클래스가 다른 무대를 만들었다.
올해도 다양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뉴욕 '더 거버너스 볼 뮤직 페스티벌'(The Governors Ball Music Festival), 덴마크 '로스킬데 페스티벌'(Roskilde Festival), 폴란드 '오프너 페스티벌'(Open'er Festival), 스페인 '2026 매드 쿨 페스티벌'(2026 MAD COOL FESTIVAL),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Lollapalooza Chicago), 일본 '서머 소닉 2026'(Summer Sonic 2026) 등 글로벌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다. 특히 북미 최대 규모의 페스티벌로 꼽히는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 무대에는 한국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메인 스테이지 '버드 라이트'는 그동안 더 큐어, 콜드플레이, 더 위켄드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친 상징적인 무대다. 제니는 이곳에서 18곡을 소화하며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현지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공연 직후 올라온 각종 무대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가요 관계자는 "블랙핑크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 제니의 성장은 K팝 아이돌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감함을 보여준다. OA라는 개인 레이블을 설립하고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과 콘텐트까지 자신의 취향과 방향성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팝의 다양한 장르와 트렌드를 자신의 이미지와 결합해 하나의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음악과 콘텐트 전반에서 '내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에 대한 주체성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K팝 아티스트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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