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제니 편③] 제니, 홀로서기 3년만 커리어하이 가능했던 전략

제니는 지난 2023년 11월 YG엔터테인먼트와 개인 전속계약을 종료한 뒤, 1인 기획사인 OA엔터테인먼트(ODDATELIER)를 설립했다. 블랙핑크 그룹 활동은 YG엔터테인먼트가 계속 담당하되 솔로 앨범 및 개인 활동은 자신이 세운 기획사에서 주도하는 이원화 전략을 취했다. 그리고 홀로서기 약 3년 만에 음악, 패션, 예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제니의 이름을 하나의 거대한 '글로벌 IP(지식재산권)'로 발전시켰고, 독보적인 커리어 하이를 달성 중이다.

수치가 그 성과를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OA엔터테인먼트는 설립 첫해인 2024년 매출 189억 원, 영업이익 5억 8000만 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5년에는 매출 2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6%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제니가 회사로부터 수령한 정산금은 2024년 143억 원, 2025년 약 95억 원으로 2년 누적 238억 원에 달했다. 지분 100%를 본인이 보유한 구조이기에, 대형 기획사와의 분배 없이 성과가 고스란히 개인 사업의 성장과 수익으로 직결된 셈이다.
제니의 홀로서기 전략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제니'라는 브랜드를 최우선에 둔 전방위적 비즈니스 시도다. 과거 대형 시스템 안에서는 정해진 컨셉트와 일정에 따라 움직였다면, 독립 후에는 기획 단계부터 스스로 주도권을 잡고 전담 팀인 '팀 제니'를 구축해 기획력과 실행력을 극대화했다. 독립 후 발표한 첫 싱글 '만트라(Mantra)' 발매 당시 미국 대형 음반사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통망을 글로벌 단위로 확장했고,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진입과 전 세계 47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이어 선보인 첫 정규 솔로 앨범 '루비(Ruby)'는 제니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대중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앨범은 빌보드, 롤링스톤 등에서 나란히 '2025년 최고의 앨범'으로 뽑았으며, 전 세계 10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한국 솔로 아티스트로는 이례적으로 영국 앨범차트 최고 순위 타이로 기록을 세웠다. 앨범 발매를 전후해 서울은 물론 뉴욕, LA의 옥외광고판을 루비빛으로 물들이는 대규모 마케팅을 펼쳤고, 미국 NBC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등 해외 유명 토크쇼를 순회하며 화제성을 극대화했다. 이 앨범을 기반으로 열린 단독 투어 'The Ruby Experience'는 첫 솔로 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K팝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코첼라 아웃도어 시어터 스테이지에 올라 50분간 13곡을 소화하는 등 전 세계 주요 음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샤넬(Chanel)의 오랜 글로벌 앰버서더로 독보적인 스타일 아이콘 입지를 다져온 제니는 단순히 상업적인 광고 모델에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잘 들어맞는 브랜드와 유기적으로 호흡해 왔다. 이러한 협업은 일상 속 SNS 게시물부터 공항 패션, 무대 의상에 이르기까지 그가 착용하고 노출하는 모든 아이템이 '제니 스타일'이라는 하나의 독자적 장르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억지로 만든 PPL이 아닌 제니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브랜드 가치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극대화한 것이다. 이 같은 고유의 영향력 덕분에 단일 파트너십만으로도 수천억 원 규모의 미디어 영향력 가치(EMV)를 창출해 냈을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그의 SNS 게시물 하나의 가치를 약 210만 달러로 분석하기도 했다. 방송 영역에서도 tvN '아파트404', JTBC 'My name is 가브리엘' 등 예능을 통해 친근한 반전 매력을 더하며 IP의 가치를 다각도로 확장했다.

타임(TIME)이 202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제니를 선정한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소속사의 울타리 대신 스스로 설계한 브랜드 전략으로 음악, 패션, 콘텐트를 넘나들며 자신을 하나의 글로벌 IP로 완성한 제니. 독립 후 단 3년 만에 이뤄낸 그의 비즈니스 시도는 대형 기획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티스트가 커리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제니의 사례는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을 벗어나더라도 아티스트 본인이 명확한 브랜딩 방향성을 가졌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결정적 선례"라며 "단순히 소속사를 옮겨 솔로 활동을 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거대한 IP이자 크리에이터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했다는 점에서 후배 K팝 아티스트들의 미래 행보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니는 음악과 패션, 콘텐트를 기획 단계부터 하나의 브랜드 철학으로 묶어내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며 "1인 기획사라는 주체적인 구조 속에서 글로벌 파트너십과 각종 패션, 라이프스타일 앰버서더를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 선진적인 모델"이라고 전했다.
정하은 엔터뉴스팀 기자 jeong.haeun1@jtbc.co.kr
사진=JTBC 엔터뉴스, O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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