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허위종결 사건 두고 확산되는 혐오, 스피커 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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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허위종결 사건 이후 제주 지역 혐오에 기반한 SNS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몇 년 전 제주도민이 온라인에 남긴 경고성 글이 주목받는다며 자세히 소개한 뒤 "다만 개인이 작성한 안전 조언일 뿐 최근 실종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이 확인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영상에 달린 7000개의 댓글은 대부분 제주와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채워졌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지난달 27일 도청에서 열린 '안전한 제주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회의'에서 "실종 허위 종결 사건 이후 제주가 다른 지역보다 위험하다는 식의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확산하는 것 또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에 대한 혐오는 이번 실종 허위종결 사건에만 벌어졌던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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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에서 근거 없는 제주 공포 조장, 중국인 혐오 게시물 확산
커뮤니티 글 재확산하는 언론, 정치인 혐오 선동 발언도 그대로 인용
제주 내에서도 우려… 제주지사 "유언비어 확산 시급히 바로잡아야"
사건 본질 가리는 지역 혐오, 자극적 음모론 속 피해자·유가족 소비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허위종결 사건 이후 제주 지역 혐오에 기반한 SNS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다수 언론도 커뮤니티 글을 인용하면서 '괴담'이라는 이름 아래 혐오를 확산시키고 낙인을 굳혔다. 사건의 본질은 경찰의 허위 종결과 지휘·감독 실패에 있지만, 혐오에 기반한 자극적 음모론이 이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종결 사건 후 SNS에서 확산된 '제주 혐오'
제주에서 실종 신고된 장씨가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잇따른 실종자 시신이 발견되면서, 제주 지역 전체를 '위험한 범죄 도시'로 낙인찍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이 허위로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치안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SNS에서도 제주의 안전 여부를 우려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제주에 가더라도 밤에 절대 돌아다니지 말라'는 글이 퍼졌고 실종 사건 위치를 표시한 '실종의 섬, 제주도'라는 지도까지 등장했다.
불똥은 제주도 여행 정보를 소개하거나 제주도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도 튀었다. '위험한 제주도를 그동안 왜 홍보했냐', '제주도 놀러 가라고 부추긴 책임도 있으니 사과하라'는 식의 억지스러운 요구와 악성 댓글이 달렸다. 특히 이번 사건을 중국인과 엮는 혐오 발언도 어김 없이 등장했다. 제주도가 중국인을 중심으로 범죄조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중국인을 겨냥해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이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경찰의 부실 수사 등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제주와 제주도민을 혐오하거나 관련 없는 대상을 비난하는 식의 '마녀사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통계는 '제주도 범죄율은 전국 1위'라는 주장이다. 국가데이터처가 검찰청 범죄분석통계를 인용해 제공하는 시도별 범죄율을 보면, 2024년 기준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도가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착시가 있다. 범죄율은 모든 범죄를 다 포괄해 계산하는데, 강력범죄로만 좁히면 제주도는 전국 220여 개 시군구 중 27위로 상위권이긴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찰청의 제주도 죄종별 범죄발생·검거현황을 봐도, 지난해 발생 건수 1위는 사기·횡령·배임 등 지능범죄로 약 9000건에 달했지만 살인·강도·강간 등 생명과 직결되는 강력범죄는 총 422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의 1.5% 미만이었다.
제주도가 관광지라는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2024년 기준 제주의 상주 인구는 약 67만 명인데, 관광객은 약 1378만 명으로 20배 더 많은 수준이다. 지역 범죄율은 상주 인구 대비 범죄 발생 건수로 계산한다. 제주에 오고 가는 사람이 많을수록 범죄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관광인구 수는 계산에 넣지 않으니 실질보다 분모가 줄어들어 범죄율이 높게 나타나는 셈이다.
'제주에서 1년에 성인 1000명이 실종된다'는 주장도 과장된 정보다. 경찰청이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성인 실종 건수 약 7만 건 중 제주 지역은 768건으로 전국으로 보면 특별히 많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한국 전체 인구 중 제주도 인구 비율은 약 1.3%인데, 실종 신고 비율은 전체 중 1.11% 정도로 오히려 인구 비례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성인 실종 신고 대부분은 본격적인 수색 전 소재가 파악돼 수색 없이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커뮤니티 글 인용하는 언론, 혐오 재확산 책임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언론도 있지만, 동시에 많은 언론은 SNS나 커뮤니티 반응을 인용하며 제주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확산시켰다. 과거 제주 여행 중 겪은 안전 관련 경험담이 다시 회자된다며 가수 성현우가 올린 영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언론도 다수였다. 제주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는 방송인이자 의사 홍혜걸씨가 개인 SNS에 제주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글을 올리자 이 역시 수많은 언론이 그대로 인용했다. 제주 혐오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홍씨는 후에 재차 게시물을 올려 사과했다.

부산경남 지역방송 KNN이 지난달 25일 유튜브에 게재한 <“지금 보니 섬뜩하다” 제주 도민 과거 경고문 '재조명'>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150만 회를 기록했다. 몇 년 전 제주도민이 온라인에 남긴 경고성 글이 주목받는다며 자세히 소개한 뒤 “다만 개인이 작성한 안전 조언일 뿐 최근 실종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이 확인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영상에 달린 7000개의 댓글은 대부분 제주와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채워졌다.
특히 다수 언론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귤'에 최근 범죄 조직 근거지로 알려졌던 '캄보디아'를 합성한 '귤보디아'라는 멸칭을 사용했다. 팩트체크성 보도를 하거나 경찰의 부실 대응이 애꿎은 지역에 번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귤보디아'라는 단어를 문제의식 없이 제목에 쓰는 경우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그대로 받아쓰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더욱이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확산됐다고 보도하면서 언론이 해당 내용을 계속해 재상산하는 것도 모순적이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있다면 언론은 사실과 현실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다수 언론은 흥미를 끌 만한 자극적 반응과 용어를 앞세우며 제주에 대한 혐오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집중했다.
혐오 선동 나선 정치인들, 힘 실어주는 언론
일부 정치인들도 이번 사건을 중국인과 연관 지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8일 실종 허위종결 사건 현장을 찾아 “제주도에 1만700명 정도의 불법체류자가 있는데 그중 85%인 9100명이 중국인이고, 외국인 범죄 피의자 중 70%가 중국인”이라며 “불법체류자 문제나 무비자 입국 문제, 제주도의 치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외국인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관련 있다는 내용은 확인된 바 없음에도 관련 통계를 나열하면서 혐중 감정을 자극한 것이다.
장 대표의 발언 역시 혐오 선동에 대한 지적 없이 다수 언론사의 제목으로 인용됐다. 다만 한겨레 기사 <'제주 실종' 현장서 웬 혐중…장동혁 “중국인 9100명 불법체류”>(8월28일)처럼 제목과 본문에서 해당 발언이 혐오 선동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도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4일 유튜브 방송에서 장씨 실종 수색 과정에서 제주 경찰이 인터폴 '황색 수배'를 요청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인신매매나 장기매매 사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경찰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 의원은 “중국인 범죄와 관련된 위협이 제주도를 휩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폴 황색수배는 행방이 묘연한 실종자를 찾을 때 내려지는 조치로 중국인 범죄를 전제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주장도 일부 언론을 통해 지적 없이 인용됐다. 가령 한국경제는 기사 <주진우 “제주, 중국 범죄조직에 휩쓸리고 있다” 경고>(8월25일)에서 주 의원이 관련해 의구심을 나타냈다며 그가 중국 범죄조직에 대해 “경고”했다고 제목을 붙였다.
지난 2일 오전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본인의 SNS에 근거 없이 “제주 장씨 사건은 자살이 아니고 피살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하는 짧은 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홍 전 시장의 추측성 글을 몇몇 언론에서는 '속보'를 붙여 내보냈다. 근거 없는 추측성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 행태다.

제주 내에서도 우려… 제주지사 “유언비어 확산 시급히 바로잡아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의혹과 혐오가 확산되면서 제주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지난달 27일 도청에서 열린 '안전한 제주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회의'에서 “실종 허위 종결 사건 이후 제주가 다른 지역보다 위험하다는 식의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확산하는 것 또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역시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과 SNS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과대 해석 내용이 유포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제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콘텐츠의 유포와 유통을 자제하고 잘못된 내용의 콘텐츠는 삭제해 주길 요청다”고 당부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전체를 위험한 지역으로 규정하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와 과도한 추측이 관광객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심어줘 제주 경제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나 조작된 정보를 고의적·반복적으로 생산·유포해 관광객의 불안을 조장하고 제주관광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제주 관련 허위 정보에 대한 조속한 조치를 요청했다. 제주도당은 두 기관에 공문을 보내 허위정보를 신속히 삭제하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사건 본질 가리는 지역 혐오
제주에 대한 혐오는 이번 실종 허위종결 사건에만 벌어졌던 일은 아니다. 제주 지역은 비수도권이자 섬 지역으로서 배제와 차별을 경험했고, 특히 4·3 사건으로 인해 오랜 세월 국가폭력에 침묵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제주 지역에 중국 혐오까지 덧씌우며 혐오를 확산시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제주 지역언론에서 일하고 있는 A기자는 지난 2일 미디어오늘에 “이 문제와 관련해 장씨 수색 현장과 시신 발견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관련 기사도 여러 차례 작성했다”며 “취재하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문제는 기사 속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의 경계가 모호해 독자에게는 의혹까지 확인된 사실처럼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허위 종결과 지휘·감독 실패라는 사건의 본질이 혐오 선동에 가려질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위험한 문제다. A기자는 “확인된 경찰의 잘못을 정확히 비판하는 것과 근거 없는 의혹을 확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사실과 의혹을 구분하지 않으면 정당한 비판의 신뢰도까지 함께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보도가 반복되면 피해자와 유가족은 사건의 진실보다 자극적 음모론 속에서 다시 소비될 수 있다”며 “제주에 사는 중국인과 외국인 역시 아무런 근거 없이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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