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초 예술 살리자며 시작한 ‘청년문화예술패스’… 결제 1위가 ‘왕사남’?
19~34세에 매년 10만~15만원씩

19~20세 국민 28만명에게 문화 관람비를 지원하던 ‘청년문화예술패스’가 내년부터 19~34세 919만명으로 지원 대상자가 확대된다. 기존에는 생애 단 한 차례 1인당 15~20만원을 지원했지만, 내년부터는 매년 1인당 10~15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사업 정부 예산도 올해 361억원에서 내년 7925억원으로 약 22배로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원 분야도 기존 공연·전시·영화·도서에 이어 체육 활동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청년문화예술패스 사용이 주로 인기 영화나 콘서트 티켓 구매에 집중되면서, 클래식과 무용 등 기초 예술 분야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청년문화예술패스 이용 내역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결제액 10건 중 9건이 영화·콘서트 티켓 구매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전체 이용 건수 38만 7811건 가운데 영화가 80%, 콘서트가 9.6%를 차지했다. 결제액 상위 1~5위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콘서트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 영화 ‘군체’, 콘서트 ‘워터밤 서울’ 순이었다.
일부 흥행작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결제액 상위 30개 작품의 이용 건수는 24만3817건으로 전체의 62.9%를 차지했다. 특히 결제액 1위인 ‘왕과 사는 남자’(4만9416건), 2위 ‘살목지’(4만9190건), 4위 ‘군체’(4만4751건) 등 영화 세 편에서만 14만3000여 건이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용 건수의 약 37%가 세 작품에 몰린 것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장려한다는 취지와 달리 일부 작품에 지원이 편중되면서, 인기 영화와 대형 콘서트의 티켓값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제도 도입 당시, 정부가 시장 확대 효과를 기대했던 클래식·무용·국악 등 기초 예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전체 이용 건수에서 이들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13.3%, 2025년 9.0%, 2026년도 상반기 1.36%로 떨어졌다.
조은희 의원은 “청년문화예술패스가 인기 영화·콘서트에 세금을 보태는 ‘흥행 상품 보조금’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효과 검증도 없이 예산부터 22배 늘리는 것은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재명표 소비쿠폰’의 상설화”라고 했다. 이어 “특정 흥행작에 세금이 쏠리는 구조부터 바로잡고, 8000억원 규모의 예산 확대안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분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비인기 분야에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도 문체부 예산은 올해보다 22.6% 증가한 9조 6345억 원으로 편성됐다. 문체부는 대형 지식재산(IP)과 해외 진출 중심으로 투자를 재편하고, 콘텐츠 정책금융 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2000억원을 공급하는 등 K컬처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예술인의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을 늘리는 ‘예술인 기초생활보장 지원’ 예산도 15억원에서 311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방한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지방 공항을 중심으로 한 ‘5대 메가관광권 조성 사업’에도 총 935억을 새로 투자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립준비 청년’ 위해 체육공단 발벗고 나섰다…“정서적 안정감 회복 도울 것”
- 폴크스바겐, 최대 10만명 구조조정 현실화… 추가 5만명 감축 추진
- 나홍진 ‘호프’, 미국 극장 1500곳 개봉... ‘기생충’ 이후 최대 규모
- 네팔 대홍수 9일 만에 수력발전소서 네팔인 직원 2명 구조
- 오세훈 “부동산 불씨에 기름 붓는 격”… 李정부 예산안 비판
- 세우타 사태 모로코 개입설에 스페인 ‘발칵’… 산체스 “문서 전면 공개”
- “바위 떨어지는 소리”… 홍천 산사태로 주민 16명 대피
- 네팔 대홍수로 1280명 사망·5624명 실종… 시신 대신 인형 만들어 장례 치러
- 법원행정처, 일부 직원 주민번호 암호화 안 하고 보관... 과태료 처분
- “금리 상승에 내 돈 날아갈라”… 美 개미들의 재테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