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사람’ 앉히란 뜻”…靑 재제청 요구에 조희대의 선택은

김임수 기자 2026. 9.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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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임명권 행사가 우선인가, 대법원장의 제청권 보장이 먼저인가.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임명에 관한 절차는 헌법이 정한 원칙 아래 하위법령 및 여러 관례를 거치며 완성돼온 것이다. 그 결과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기 전에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조율·협의 내지 협조를 구하는 단계가 만들어졌다. 양쪽 대리인이 다시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대통령이 정해 놓은 후보자를 미는 것도,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마음대로 뽑겠다는 것도 국민들 보기에 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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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헌법 조항 없는 ‘후보 교체’ 압박…與는 법원조직법 개정 카드
기존 후보 재제청·추천위 재구성·권한쟁의 ‘세 갈림길’…대법원 고심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가 우선인가, 대법원장의 제청권 보장이 먼저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또다시 정치적 격랑의 한가운데에 섰다. 1987년 헌법 체제에서 처음 벌어진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인사권 충돌은 단순히 '헌법 해석을 둘러싼 견해 차이'를 뛰어넘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2028년부터 3년간 대법관 12명이 증원되는 데다 현직 대통령이 형사재판 피고인인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제약되는 선례가 남으면 대법원 구성의 독립성과 삼권분립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8월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靑, 손봉기 제청 물리치며 "절차적 흠결"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가 있은 지 엿새가 흐른 9월3일. 부친상을 마치고 복귀한 조 대법원장은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르려 했는데 요란스럽게 돼서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가 현안 질의를 이유로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정부가 제청 요구를 거절하는 초유의 사태에 곧바로 응수하는 대신 사법부 구성원들과 숙고에 돌입했다.

앞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8월28일 브리핑에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후보자(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8월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 후보자를, 9월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서면 제청한 지 열흘 만에 나온 결정이다.

청와대가 문제 삼은 것은 제청 '과정'이었다. 강 대변인은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한쪽 의사만으로 대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며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못 박았다. 청와대는 나아가 "손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추천위(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은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했다"며 절차적 공정성 훼손도 문제 삼았다.

대통령이 사법부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1957년 12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자유당 경북도당위원장이던 이우익을 제청하라는 친서를 보냈는데, 법관회의가 이를 거절하고 조용순 전 대법관으로 재제청하자 넉 달을 버티다 이듬해 6월 결국 임명했다. 당시 자유당은 법관회의 제청 절차 없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곧장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을 시도했다가 법조계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법 개정으로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는 해산한 것으로 간주해 새로 꾸리도록 한 현행 법원조직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이는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3명 후보자 한 명을 다시 제청할 것을 요구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월29일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 서면 제청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허무는 처사"라며 신속한 재제청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은 세 후보자 중 선택지는 김민기뿐"

조 대법원장 앞에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청와대와 여당 요구대로 기존 추천 후보자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하거나,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라 추천위를 새로 꾸려 원점에서 절차를 밟는 일이다. 전자는 제청권을 스스로 축소한다는 내부 비판을, 후자는 청와대·여당과의 전면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헌법재판소(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관련해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변호사는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가 제청됐을 때 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임명 거부뿐이다. 재제청 행위는 법령에 없는 권한 없는 무효 행위를 한 것"이라며 "당연히 권한쟁의심판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황 변호사는 그러면서 "같은 제청이라도 국무총리의 제청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성격이지만,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제청은 사법권 독립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1987년 체제 헌법이 대법관 임명에 '국회 동의' 절차를 추가한 것도 결국은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 정신에 따라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잘 상의해 추천된 대법관 후보 중 재제청할 것으로 본다. 대법관 후보자 일부가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 새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대법원장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법원도 국가기관이고, 국가기관의 구성은 원칙상 국민의 대의기관인 대통령 임명권이 우선인 것이 본질이다. 대법원장은 선출된 공직자가 아니다. 대법원의 구성에 있어 임명권이 본질인 것이고, 국회 동의나 (대법원장) 제청은 임명권을 신중하게 행사하도록 견제하도록 하기 위해 부수하는 절차로 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대법관 제청 반려가 결국 특정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관철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앞선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법이나 법원조직법에는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하거나 재제청을 요구하는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대통령이) 제청을 반려할 수 있다고 보지만, 나머지 후보자 중 재제청하라고까지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을 앉히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청와대는 1순위로 김민기 후보자를 원했는데, 결국 4순위인 손 후보자를 제청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대법원도 이미 양보할 만큼 했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남은 선택지는 김 후보자뿐"이라고 했다. 나머지 두 후보자 중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을 맡고 있는데 선관위 특검이 출범한 상태고,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내란재판장을 맡고 있어 현실적으로 제청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임명에 관한 절차는 헌법이 정한 원칙 아래 하위법령 및 여러 관례를 거치며 완성돼온 것이다. 그 결과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기 전에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조율·협의 내지 협조를 구하는 단계가 만들어졌다. 양쪽 대리인이 다시 만나서 협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며 "대통령이 정해 놓은 후보자를 미는 것도, 대법원장이 관례를 깨고 마음대로 뽑겠다는 것도 국민들 보기에 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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