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곰희 칼럼] 연금저축·IRP, 안 할 이유가 있는가
세액공제 넘어 노후 부족분 채운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적립'

지난 세 편의 글을 통해 여성의 노후가 왜 더 길고 불안한지, 그 격차를 메우는 우물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내 노후 자금의 부족분이 정확히 얼마인지까지 확인했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실전이다. 다만 이번 글에서는 연금저축계좌와 IRP 계좌가 각각 무엇인지 처음부터 짚기보다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에 집중하려 한다.
이미 유튜브에서 그리고 필자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책에서 숱하게 다룬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금 전문 인플루언서의 글에서 계좌에 대한 설명이 통째로 빠지면 서운할 독자들을 위해 글 말미에 표로 간단히 정리해 두겠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6년 넘게 상담해 오며 그리고 최근에는 자문사 대표로서 자주 받는 몇 가지 유형의 질문이 있다.
Q1) 20대 후반의 사회 초년생이라 아직 연봉이 많지 않아요. 연금저축계좌에 얼마를 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IRP 계좌가 나을까요?
Q2) 50대 전업주부예요. 직장인이 아니니까 IRP 계좌를 못 만드는 건 알겠는데 세액공제를 받지 않아도 연금저축을 해야 할까요? 시작한다면 얼마씩 하면 좋을까요?
Q3) 지난달에 퇴직한 61세 은퇴자예요. 평생 예적금만 하며 살았는데 이제야 박곰희TV 채널을 알게 돼 지나간 세월이 후회스러워요. 연금저축계좌에 납부를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겠죠? 이제 와서는 필요 없겠죠?
과장 없이 이런 질문을 셀 수 없이 받아왔다. 천 단위가 아니라 만 단위다. 지금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다.
어떤 답을 해줘야 할까. 신기하게도 5년 전 필자가 했던 답변과 지금의 답변은 꽤 많이 달라졌다. 이과적으로만 접근하면 계산기 하나로 끝나는 쉬운 질문이지만 '노후'라는 단어에는 문과적 고민이 절반 이상 개입하므로 간단히 답할 수 없다는 걸 매번 새삼 깨닫는다.
가장 손쉬운 답변은 이렇게 할 수 있다.
A1) 지난해 연말정산 내역을 확인하거나 올해 모의 연말정산을 해보고 결정세액을 16.5%로 나눈 금액만큼 연금저축 계좌에 적립하시면 됩니다. IRP 계좌는 적립금의 일정 비율을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 데다 중간에 목돈이 필요해도 계좌를 통째로 해지해야 하므로 연금저축계좌보다 여러모로 불편하거든요.
A2) 세액공제가 필요 없으시다면 연금저축계좌보다는 ISA를 활용하세요. 연금저축계좌 대비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많고 이자·배당 수익에 대해 비과세와 분리과세 혜택까지 있거든요.
A3)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연금저축계좌에 적립을 시작하셔야 해요. 연금저축계좌는 일반 계좌와 달리 과세이연과 저율 과세 혜택이 있으니까요.
세액공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
간결하고 명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이다. 하나같이 연금저축계좌와 IRP 계좌를 '세액공제를 위한 수단'으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노후 보장 체계는 다음과 같은 '3층 보장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1층(공적연금): 국민연금 -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노후 생활비
2층(기업연금): 퇴직연금·IRP -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준비하는 노후 자금
3층(개인연금): 연금저축계좌 - 개인의 자발적인 노후 준비
이 중 1층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이 저출생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후 대비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노후 자금을 적립하도록 '세액공제'와 '과세이연'이라는 강력한 세제 혜택, 이른바 당근을 마련해 둔 것이 바로 연금저축계좌이다.
저축형 IRP 계좌는 이보다 한참 뒤인 2012년에 만들어졌지만 탄생 배경은 유사하다. 1편에서 짚었던 국민연금의 성별 격차, 2편의 출산크레딧·추납·임의가입, 3편에서 계산해 본 노후 자금 부족분까지,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지는 '그래서 그 부족분을 어디에 채워 넣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 답이 바로 3층에 해당하는 이 두 계좌다.
이제 다시 위의 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노후 자금은 결국 목돈이어야 하고 목돈은 한 번에 생기지 않으니 미리미리 조금씩 모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연금저축계좌와 IRP다. 20대 후반이든, 소득 없는 50대 전업주부든, 막 은퇴한 61세든, 안 할 이유가 있는가?!
연 900만원 한도보다 중요한 꾸준함
물론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됐다고 해서 '얼마나, 어떻게'까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연금저축계좌와 IRP 계좌를 실제로 채워 넣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숫자가 바로 세액공제 한도와 소득 구간별 환급률이다. 연금저축계좌는 단독으로 연 6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되고 여기에 IRP를 더하면 두 계좌를 합쳐 연 900만원까지 한도가 늘어난다. 다만 이 900만원은 어디까지나 연금저축계좌 600만원을 이미 포함한 합산 한도라는 점을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즉 연금저축계좌에 600만원, 여기에 IRP를 더해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구조다.
세액 공제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두 구간으로 나뉜다. 총급여 5500만원(종합소득 4500만원) 이하라면 16.5%, 이를 초과하면 13.2%가 적용된다. 900만원을 꽉 채워 냈다고 가정하면 저소득 구간은 최대 148만5000원, 고소득 구간은 최대 118만8000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환급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앞서 Q&A에 등장한 사회 초년생처럼 아직 연봉이 크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 계좌의 효율은 오히려 더 크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액공제'라는 단면일 뿐 Q2와 Q3의 사례처럼 세액공제가 아쉽지 않거나 필요 없는 사람에게도 이 계좌들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과세이연과 저율 과세라는 별개의 혜택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자.

다음 편에서는 세액공제가 필요 없거나 이미 한도를 채운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절세 주머니인 ISA의 비과세 혜택을 200% 활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세액공제= 산출된 세액에서 정해진 일정 금액을 직접 차감해 낼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
☞과세이연= 자산을 처분하거나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세금을 즉시 내지 않고 일정 시점(재투자·교체 투자, 만기·해지, 인출 등)까지 납부를 미뤄주는 제도.
☞저율 과세= 특정 금융상품·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 등 소득에 대해 일반 원천징수세율(예: 15.4%)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분리과세로 과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
박곰희 크리에이터
gomhee.park@gamil.com

박곰희 유튜브 크리에이터 · 당연투자자문 대표
재테크 초보자를 위한 유튜브 채널 '박곰희TV(구독자 125만)' 운영자이자, 당신의 연금 '당연투자자문' 대표.
미래에셋증권 강남본부 PB로 종합 1등을 기록한 후, 미래에셋자산운용 디지털마케팅 매니저와 골든트리투자자문 세일즈 총괄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대중과 투자 철학을 나누기 위해 퇴사 후 유튜브 박곰희TV를 개설했으며 저서로는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이 있다. 유튜브를 넘어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사람들 곁에 서고자 당연투자자문을 설립했다. '당연'은 '당신의 연금'의 준말로 고객 스스로 자산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 중심의 자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