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팅’ 성공해야 앉을 수 있는 〈시사IN〉 모임이 있다? [찾아가는 독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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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동네서점 '바베트의 만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모임이 열린다. 그중에서도 '〈시사IN〉 읽기 모임'은 서점의 대표 모임이다.
"멤버들이 어떤 기사를 골랐는지 맞히기 위해서라도 저는 오프라인 모임 때는 〈시사IN〉 한 권을 모조리 다 읽어야 해요. 기사 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가 없어요." 그가 들고 온 〈시사IN〉은 '독자와의 대화'까지 형형색색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모임 당일인 8월5일 저녁 7시, 〈시사IN〉 기자의 방문을 모든 멤버가 '선물'처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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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동네서점 ‘바베트의 만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모임이 열린다. 8월만 해도 책 모임이 23일간 있었다. 북토크나 일회성 독서 모임부터 필사 클럽, 음악 감상회까지 모임 성격도 다양하다. 일정은 전달 중순경 공지되고, 모집은 선착순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시사IN〉 읽기 모임’은 서점의 대표 모임이다. 서점지기 두 명을 포함해 2024년 3월 네 명이 시작했던 모임은 현재 서점 내 가장 큰 테이블의 최대 정원인 여덟 명을 매번 꽉 채우고 있다. 공지를 늦게 확인해 7월 모임을 놓쳤다는 닉네임 ‘깨구리’가 다소 분한 듯 말했다. “공지 올라오자마자 신청하지 않으면 오고 싶어도 못 와요. 항상 내 자리가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 2024년 12월부터 모임에 참여한 ‘하루’는 지금껏 딱 두 번 불참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랑 딸 생일이 모임 날과 겹쳐 못 왔어요.”
평소에는 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그때그때 기사 리뷰를 느슨하게 나누고, 오프라인 모임 날짜가 정해지면 ‘티케팅’에 성공한 멤버들이 직전 발행된 〈시사IN〉을 읽은 후 모인다. 모임은 1부와 2부로 나누었다. 1부에서는 커버스토리만 집중해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각자 골라온 기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기하게도 멤버들이 고른 기사가 겹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윤’은 몇 달 전부터 2부의 ‘코너 속 코너’를 맡고 있는데, 2부 시작 전 멤버들이 어떤 기사를 골라왔는지 맞히는 역할이다. 윤에게 〈시사IN〉 읽기는 멤버들을 읽는 일이기도 했다. “멤버들이 어떤 기사를 골랐는지 맞히기 위해서라도 저는 오프라인 모임 때는 〈시사IN〉 한 권을 모조리 다 읽어야 해요. 기사 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가 없어요.” 그가 들고 온 〈시사IN〉은 ‘독자와의 대화’까지 형형색색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8월 모임은 한 번쯤 쉴까도 생각했다. 일종의 여름방학이었다. 맥주 애호가인 하루가 좋아하는 펍에서 ‘번개’ 형식으로 모이면 어떨지 논의했다. 그때 서점지기인 김민철씨가 ‘블라인드 호스트’ 아이디어를 냈다. 8월에는 모임마다 비밀 호스트를 초대하자는 계획이었다. 6월 중순 〈시사IN〉에도 ‘은밀한’ 제안이 도착했다. “우리가 읽는 시사주간지를 만드는 사람인 기자 한 명을 호스트로 초대할 수 있을까요?” 호스트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졌다. 모임 당일인 8월5일 저녁 7시, 〈시사IN〉 기자의 방문을 모든 멤버가 ‘선물’처럼 반겨주었다. 이렇게 성사된 ‘찾아가는 독자위원회’ 번개가 윤의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와 함께 왁자지껄 시작됐다.
둘러앉은 테이블 위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 〈시사IN〉으로 빈틈이 없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의사봉이었다. 의사봉 담당자는 모임 때마다 바뀌는데, 8월에는 깨구리가 의사봉을 쥐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꼭 ‘삼천포’로 빠지거든요. 그때 의사봉을 땅땅 치면,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돌아와요(웃음).” 의사봉에 당첨되는 주요 인물 중 하나가 “웃기고 만만하고 귀여운 아저씨가 장래 희망인” ‘태구’다. 그런데 태구의 어떤 이야기에는 깨구리도 쉽게 의사봉을 칠 수 없다. 천관율 편집위원의 연재 ‘오늘의 기원’을 한창 얘기하던 순간이 그랬다. 말이 길어지는 태구에게 1분만 더 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갔다. 그때 태구가 말했다. 태구의 결혼기념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라고. “저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과 가장 슬픈 날이 겹쳐 있어요.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이 몇 주년인지 기억할 필요가 없어요. 역사가 기억해주니까요.”
구독자 전용 콘텐츠인 ‘오늘의 기원’은 〈시사IN〉 읽기 모임의 호스트인 ‘슈가’가 매번 골라오는 기사이기도 하다. 슈가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오늘의 기원 대화방-독자가 묻고 천관율이 답한다’에도 들어가 있다. 슈가는 해당 연재가 주로 다루는, 강고한 진보 블록인 ‘중핵 세대(1968~1985년생)’가 아니다. 그래서 이 연재를 더 열심히 읽는다. “이를테면 저는 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건 알지만, 너무 어릴 때라서 관련한 개인적인 기억이 없거든요. 그때 이런 마음으로 어른들이 추모를 했구나…, 그렇게 중핵 세대를 알아가는 마음으로 읽어요. 이 모임이 좋은 건 실제 중핵 세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이기도 해요. 기사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는 느낌이에요.”
‘중핵귀’라는 밈을 아십니까?
모임에는 ‘밈’이 하나 있다. ‘중핵귀(중핵 세대 귀여워)’라는 말이다. 중핵 세대 간 의견이 맞붙을 때 나머지 멤버가 입을 모아 놀리듯 밈을 합창한다. 8월 모임에서 중핵 세대는 하루와 태구 둘이었는데, ‘이제는 알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을 만든 힘’ 기사를 놓고 둘의 의견이 갈렸다. 하루는 “사후적으로 끼워 맞추는 이야기다”라고 했고, 태구는 “정말 탁월하게 설명하고 있다”라며 반박했다. 태구도 중핵 세대라는 명명이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 우리를 역사 안에서 정의해준다는 것이 ‘유니폼’을 하나 받은 기분이 들어요. 나를 재발견하는 느낌도 받고요. 내가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든 구성원이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고요.”
의견이 종종 갈리는 두 사람도 합의하는 지점이 있다.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불러일으키는, 흔치 않은 연재라는 점이다. 천관율 편집위원이 오픈채팅방에서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점 역시 멤버들 모두 높이 샀다. 정치에 관심 많은 깨구리는 이 모임에서만큼은 정치 이야기를 해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가 되지 않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정치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정말 드물고 귀해요.” 석 달 전부터 모임에 참여하는 ‘박하’와 ‘복숭아’에게도 이 모임은 기존에 알던 세상과 조금 다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바베트의 만찬에서 교환독서 모임을 하다가 〈시사IN〉 모임을 알게 되었어요. 소설 위주로 읽고 정치는 잘 몰랐는데, 멤버들 이야기를 듣다가 재미를 붙여서 정기 구독도 시작하게 됐어요.”

박하는 이날 모임의 주요 리뷰 대상인 제985호 커버스토리 ‘15만원이 바꾼 것들’을 가장 비판적으로 읽은 멤버이기도 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다룬 해당 기사를 두고 “정치 기사 커버스토리가 연달아 나오면서 피로감을 느끼던 차에 모처럼 편안하게 읽었다”라는 의견이 대세였다면, 박하가 펼쳐둔 〈시사IN〉에는 물음표가 여럿 달려 있었다. “정부 정책 홍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친정부적이지는 않은가? 문제점이나 반대 의견에 대해선 왜 다루지 않았지? 이런 메모를 하면서 읽었어요.” 박하의 의견 덕분에 토론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기사 한 편이 모든 관점을 담아낼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하루 말마따나 기사에 소개된 사례들은 “일부가 누리는 가장 좋은 사례”일 수 있다.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것도 기사의 구실이지만, 좋은 사례를 발굴해 공동체의 참고가 되도록 소개하는 것도 언론이 할 일이라는 공감대를 나눴다. 대전 역시 ‘큰’ 도시인 만큼, 도시에 사는 사람이 몰랐지만 알아야 할 이야기라는 반성도 더해졌다. 농어촌 기본소득 15만원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나름의 수확이었다. 태구는 기사에서 길게 소개된 금액 책정 까닭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도시가 농어촌으로부터 빼앗은 돈이더라고요.” 윤은 정책의 지속성 측면에서 시범 사업이 끝난 뒤 후폭풍 역시 농어촌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닐지 걱정했다. 복숭아는 ‘희망 편’만큼이나 ‘절망 편’의 이야기도 〈시사IN〉이 후속 기사로 다뤄주길 당부했다.
“여기까지는 이해되시죠?”
공통의 밑줄은 남해여성농민회의 기본소득 후원 원칙이었다. 슈가가 대표로 그 문장을 읽었다. “‘지역에서 청년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다, 이들이 나중에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삶을 살게 되면 더 바라지 않는다···.’ 교과서적 멘트이지만 이게 ‘원칙’이라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바베트의 만찬에서 자주 마주치는 마음이기도 해요. 저는 대전 사람이 아닌데도 이 서점 덕분에 정착하고 스며들고 얽혀 있을 수 있었거든요.”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슈가는 다양한 삶에 대한 상상력과 인정이야말로 사회의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읽을 때와 달리 함께 읽은 후 해당 커버스토리는 그저 ‘사회’ 기사일 수 없게 됐다. 어떤 기사보다 ‘정치적’인 기사로 다시 읽혔다. 버스가 없고, 병원이 없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기 어려운 농어촌의 현실 자체가 정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커버스토리 이외의 기사를 리뷰하는 2부에서는 돌아가며 각자가 고른 기사의 ‘일타강사’ 역할을 맡았다. 잘 모르는 영역이라, 취향이 아니어서 등의 까닭으로 읽지 않고 넘긴 기사가 멤버들의 소개 덕분에 흥미진진해졌다. 깨구리가 이종태 기자가 정승일 박사를 인터뷰해 쓴 ‘AI 시대, 필요한 건 공익적 인수합병’ 기사를 소개하겠다고 나서자 윤이 가장 반색했다. “나 이 기사 진짜 누가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직 교사이기도 한 복숭아가 ‘트럼프 월드컵의 폐막, 기로에 선 한국 축구’를 소개하며 퀴즈를 냈을 때는 모두가 학생이 된 듯 답을 맞히기 위해 경쟁하기도 했다. 정치와 스포츠 기사 중 어느 분야가 더 ‘마이너’한지를 두고 옥신각신도 이어졌다. 하루가 전다현 기자가 쓴 ‘중소업체 문 닫을 위기, 두 기관의 설탕 전쟁’ 기사를 소개할 때는 제빵업계에 있는 깨구리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며 기사를 좀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루는 무뚝뚝한 말투와 달리 꽤 친절한 가이드였는데, “여기까지는 이해되시죠?”라는 말을 설명 끝에 자주 덧붙였다. 2부에서도 박하의 쓴소리가 가장 매웠다. 법조계 언저리에서 일하는 박하는 ‘세상에 이런 법이’ 연재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AI 나홀로 소송, 이것만은 기억하자’ 기사는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맞는 얘기지만 책임을 소송 당사자에게 돌리는 이야기처럼 읽혔고, 현장에서 만나는 절박한 민원인들 얼굴이 떠올라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당사자가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자 판사가 해당 소송을 각하해버렸다’는 대목에서는 법원의 오만에 대해 좀 더 아프게 지적했다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모임이 세 시간이 넘어가고 담당 기자가 기차표 시간을 두 번 바꾸는 동안에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시사IN〉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은 다 해소하지 못해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기사 댓글을 닫는 원칙이 있는지, ‘기사를 읽어드립니다’ 서비스가 일부 기사에만 제공되는 이유는 뭔지, 정기 구독을 늘리기 위한 묘책은 무엇인지…. 질문만큼이나 아이디어도 쉼 없이 오갔다. 바베트의 만찬(인스타그램 @babette_bookstore)은 9월2일에도 〈시사IN〉을 펼쳐놓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선착순 안에 들기만 하면 누구든 이 만찬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시사IN〉 독자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동네서점, 혹은 이미 〈시사IN〉 읽기 모임을 하는 단체의 문의도 환영합니다(문의: ilhostyle@sisain.co.kr).
대전·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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