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퇴직연금, 뜯어보니 ①] 노후자금 맡기는데 수익률보다 ‘덤’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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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500조원 시대, 노동자의 노후자산은 어떤 기준으로 맡겨지고 그 성과와 위험은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가. 현행 제도는 퇴직연금사업자 선정과 운용 과정에 노동자대표의 동의·의견청취 절차를 두고 있지만 실제 노동자 참여는 제한적으로 작동한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사업자가 40곳을 넘지만 노동자가 각 사업자의 상품 구성, 수익률, 수수료를 종합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업자 간 변별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다 보니 실제 선정 과정에서는 퇴직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주거래은행, 계열사 관계, 부가서비스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시행령은 사용자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운용관리·자산관리 업무와 관련 서비스 등을 포함해 사업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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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 500조원 시대, 노동자의 노후자산은 어떤 기준으로 맡겨지고 그 성과와 위험은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가. 현행 제도는 퇴직연금사업자 선정과 운용 과정에 노동자대표의 동의·의견청취 절차를 두고 있지만 실제 노동자 참여는 제한적으로 작동한다. 퇴직연금사업자를 고를 때 부가서비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노동자는 자신의 퇴직연금과 수익률·수수료 정보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달 공공부문 노조 100곳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인식·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공공기관의 퇴직연금사업자 선정 관행과 정보·교육 실태, 수익률 격차와 책임구조를 살펴보고 제도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공공기관은 노동자의 노후자금인 퇴직연금을 맡길 금융회사를 어떤 기준으로 고르고 있을까. 3일 <매일노동뉴스>가 2023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알리오에 등록된 공공기관·지방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퇴직연금사업자 선정 제안요청서(RFP) 72건을 전수분석했다. 그 결과 72건 모두 '덤'이라고 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를 평가항목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자(임직원) 선호도를 별도 점수로 반영한 곳은 2곳(2.8%)뿐이었다.
부가서비스는 복지·편의서비스, 제휴서비스처럼 퇴직연금 운용·상품·교육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임직원 지원을 말한다. 세무·부동산·은퇴설계 상담과 금융 우대서비스부터 건강검진, 커피쿠폰, 푸드트럭, 안마의자까지 범위가 넓다. 임직원 봉사활동에 인력과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도 있었다. 노동자의 노후자금을 맡길 금융사를 고르면서 정작 가입자의 선호보다 이른바 '덤'에 가까운 서비스가 더 폭넓게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부가서비스 100%, 노동자 선호 2.8%
공공기관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금융회사가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표에 따라 채점한다. 평가기준과 배점은 RFP에 담긴다. 72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부가서비스 평균 배점은 13.4점이었다. 자산운용수익률 7.9점의 1.7배, 교육역량 6점의 2.2배다. 자산운용수익률을 평가한 곳은 67곳, 교육역량을 평가한 곳은 71곳이었다.
자산운용수익률보다 부가서비스에 5~7배 높은 점수를 준 기관도 있었다. 인천환경공단은 정성평가 50점 가운데 부가서비스에 35점을 줬다. 자산운용수익률은 5점, 교육역량은 3점이었다. 시흥도시공사는 전체 정량평가가 20점인데 부가서비스 한 항목에 30점을 배정했다. 자산운용수익률은 4점이었다.
반면 분당서울대병원은 정량평가에 75점을 배정했다. 자산운용수익률 15점, 원리금보장상품 제안수익률 30점, 수수료 10점을 반영했고 부가서비스는 5점이었다. 같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하면서도 무엇을 핵심 역량으로 보는지 기관별 차이가 컸다.
부가서비스 중심 관행은 사업자 선정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한 공기업은 최근 12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참여하는 '퇴직연금 페스티벌'을 계획했다. 확정기여(DC)형 가입자의 수익률 확인과 상품 변경, 추가납입 등을 돕는 상담부스와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인공지능(AI) 포토부스와 푸드트럭, 트래블 키트, 지역 농산물 꾸러미, 호텔 외식상품권, 블루투스 스피커, 뷰티 디바이스 등 경품·기념품 제공 계획도 포함됐다. 전체 예상 예산 5천만원 가운데 공기업 부담은 500만원이었다. 나머지 4천500만원은 퇴직연금사업자가 부담하는 구조였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행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해 진행됐다. 일부 사업자가 과도한 비용 부담과 행사 성격에 난색을 보이면서 규모가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중요하다고 본 부가서비스는 9.8%
노조의 인식은 달랐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공공부문 노조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퇴직연금 인식·실태조사에서 유효응답 92건 가운데 67건(72.8%)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노동자 선호도에 100점 만점 중 30점 이상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20점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86건(93.5%)이었다.
사업자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서비스 두 가지를 묻자 '상품 종류와 선택 폭'이 66건(71.7%)으로 가장 많았다. 전담조직·전문인력 37건(40.2%), 상담·교육 지원 36건(39.1%)이 뒤를 이었다. 노동자 선호도와 앱·시스템 편의성은 각각 15건(16.3%)이었다. 커피상품권·영화티켓 같은 부가서비스를 중요하다고 고른 응답은 9건(9.8%)에 그쳤다.
객관적 지표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났다. 노조가 가장 많이 꼽은 기준은 퇴직연금 운용실적·적립금 규모 59건(64.1%)이었다. 장기 수익률과 신용등급·재무건전성이 각각 52건(56.5%)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회사 자체 수익성은 6건(6.5%)뿐이었다. 반면 실제 RFP에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총자산이익률(ROA) 같은 금융회사 자체 수익성을 평가한 비율이 77.8%였다.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의견수렴 제한적

'운용성과 경쟁'만으로 설명 어려운 시장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사업자가 40곳을 넘지만 노동자가 각 사업자의 상품 구성, 수익률, 수수료를 종합적으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업자 간 변별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다 보니 실제 선정 과정에서는 퇴직연금을 잘 운용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주거래은행, 계열사 관계, 부가서비스 같은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공연구원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비교공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25년 말 은행권은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의 44.5%, DC형 적립금의 56.9%,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의 59.8%를 차지했다. 연구원은 급여이체·법인계좌·대출·자금관리 등 기존 거래관계를 바탕으로 주거래은행을 퇴직연금사업자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자사 계열사 적립금도 55조7천955억원이고, 상위 5개 사업자가 이 중 88.1%를 차지했다. 장기 수익률이나 수수료, 위험관리, 교육·운용지원 서비스보다 기존 거래관계와 계열사 관계가 시장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은 '능력과 전문성' 종합평가, 배점은 기관 몫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시행령은 사용자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 운용관리·자산관리 업무와 관련 서비스 등을 포함해 사업자의 능력과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DB형 규약에는 사업자 선정 사항을 담아야 하고, 근로자대표의 동의·의견청취 절차도 거쳐야 한다. DC형에도 관련 규정이 준용된다. 다만 법령이 수익률·부가서비스·노동자 선호도의 구체적인 배점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기관마다 평가표가 크게 달라지는 이유다.
사업자 선정 기준은 DC형이 확대될수록 중요해진다. DB형과 달리 DC형은 운용성과가 노동자의 퇴직급여에 직접 반영되고 손실 위험도 노동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디폴트옵션이 확대되면서 사업자의 상품 구성과 운용지원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회사를 어떤 기준으로 고르느냐가 노동자의 노후자산 성과와 직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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