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E100 기업 사업장 재생에너지 사용률, 국내선 13%, 해외선 67%”

한국의 ‘재생에너지 100%’(RE100) 사용을 선언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일본과 중국 등 주요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경우 국내 사업장과 해외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의 격차도 컸는데, 한국의 절대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과 조달 방식 차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메가프로젝트로 대규모 신규 전력수요가 더해지면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 재생에너지 공급과 관련된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3일 발간한 ‘국내 반도체·AI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병목과 글로벌 격차’ 보고서에서, 국내 RE100 기업의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2024년 기준 13%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일본(90%)·중국(41%)에 크게 못 미치고, 미국(19%)보다도 낮다. 조사 대상인 5개국 중 한국이 4위, 대만(5%)이 최하위였다.
조사 대상이 된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RE100 달성 목표를 선언한 기업 36개였다. 이중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10% 미만인 기업이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10~20% 미만은 6곳, 20~50% 미만이 6곳이었다. 50% 이상은 아모레퍼시픽·한국수자원공사·LG 이노텍·미래에셋증권 등 단 4곳에 그쳤다. 한국수자원공사처는 자체 수력발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개사는 전력수요가 작은 금융·소비재 업종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외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 격차도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각각 13.1%와 14.4%였지만, 해외 사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각각 96.9%와 100%에 달했다.

보고서는 국가별 전력 조달 환경이 가장 주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개별 기업의 노력 차이보다 국가별 재생전력 공급 수준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적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제조 기업일수록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렵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3%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중국은 34%, 일본은 25%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도 달랐다. 한국의 RE100 사업장은 녹색요금제(기업 등이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을 내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제도) 등 간접조달에 의존했다. 일본도 간접조달이 많았지만, 비화석증서·그린전력증서 등 인증서 시장을 다층화해 소매판매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미국 등은 계통 외 전력을 직접 구매 계약하는 전력구매계약(PPA) 방식이나 재생에너지 인증(REC) 방식 등 직접 조달 방식 비중이 높았다. 보고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부족한 데다 직접 PPA 도입도 상대적으로 늦어 기업이 활용할 조달 물량에 제약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다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SG 경영실장은 “메가프로젝트로 전력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전력 총량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기업이 실제 조달할 수 있는 재생전력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력망 확충을 통해 지역 간 전력 공급과 수요 차이를 해소하는 한편, PPA 제도 등 불균형 전력을 보완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정산체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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