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까지 번진 ‘파크골프 열풍’… 지자체장 절반이 “구장 짓겠다”

지난 2일 오전 8시 인천 연수구 송도파크골프장. 온라인 예약에 실패한 40여 명이 현장 표를 구하려고 줄을 섰다. 손경래(75)씨는 “온라인 예약이 열리자마자 클릭했는데도 대기자가 7000명이나 돼 실패했다”며 “로또도 아니고 직접 나왔다”고 했다. 인천시는 월요일마다 일주일 치 이용권의 60%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예약이 시작되면 2~3분 만에 모두 매진된다고 한다. 지난 1일 문을 연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제2파크골프장도 온라인 예약에 3650명이 몰려 2분 21초 만에 표가 매진됐다.
파크골프 인기가 치솟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신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전국 유명 파크골프장과 주변 관광지를 묶은 ‘원정 투어’ 상품도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원정 투어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왔다. 참가비는 1만9000원으로 세 끼 식사와 관광버스 요금이 포함됐다. 이 커뮤니티엔 이런 모집 글이 일주일에 20여 개씩 올라온다.
충남 청양군은 다음 달부터 ‘파크골프 in 청양’ 관광 열차를 운영한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 내린 뒤 관광버스로 칠갑타워 등을 둘러보고 파크골프를 즐기는 일정이다. 전남광주시는 지난 7월 여행사 4곳을 뽑아 ‘파크골프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수도권 파크골프 관광객을 데려오면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2만원씩 인센티브를 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파크골프 상품을 개발하는 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원 화천군은 매년 5번 전국 대회를 열어 파크골프 동호인을 끌어모으고 있다. 2021년 이후 5년간 200만명이 파크골프를 치기 위해 화천을 찾았다. 화천 인구(2만3000명)의 87배다. 화천군 관계자는 “군 부대가 빠져나간 자리를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메워주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2040도 파크골프
파크골프 동호인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2025 프로파크골프 대회’에 출전한 동호인 718명을 분석해보니 20~40대가 22%였다. 협회 관계자는 “골프에 관심을 보였던 20~40대가 비용 부담이 적고 손쉽게 칠 수 있는 파크골프로 옮겨오는 것 같다”고 했다. 파크골프는 골프와 달리 골프채 1개만 있으면 된다. 이용료도 5000원 안팎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이모(27)씨는 “부모님 온라인 예약을 대신 잡아드리다가 요즘은 온 가족이 함께 파크골프를 치러 간다”고 했다.
전국 대학에 개설된 파크골프 관련 학과는 46개다. 조진석 대구 영진전문대 파크골프경영학과장은 “파크골프가 하나의 레저스포츠 산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스크린 파크골프장 창업 등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매립장·고가 밑·폐역까지 찾아간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 243명 중 130명(53%)이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자체장들은 “실내 체육관 하나 지으면 150억~300억원이 들지만 파크골프장은 9홀 기준 3억~10억원에 조성할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문제는 땅이다. 파크골프장을 짓는 데 적어도 1만㎡의 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시는 올 7월 기흥구 하갈2교 고가 아래에 파크골프장을 열었다. 처인구 원삼 폐수처리장에는 덮개를 씌우고 그 위에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만들 계획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동호인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수도권에는 파크골프장을 지을 땅이 마땅치 않다”며 “주민 민원이 빗발쳐 자투리 땅을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울산시는 남구 옛 쓰레기 매립장 부지에 97억원을 들여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을 지어달라는 민원이 많아 고민하다 옛 쓰레기 매립장까지 찾게 됐다”고 했다.
경남 사천시는 지난달 27일 경전선 옛 다솔사역 일대에 37억원을 들여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2016년 역이 문을 닫은 뒤 방치됐던 땅이다.
파크골프장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도 생기고 있다. 충북 제천시 신월동의 파크골프장은 올 12월 개장 4년 만에 문을 닫는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공 치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항의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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