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인력·장비 한곳서 지휘⋯강원 산불 대응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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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은 한 기관의 힘만으로 막을 수 있는 재난이 아니다. 강원도와 18개 시·군, 산림청, 소방, 기상청 등 여러 기관이 가진 정보와 진화자원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현재 강원도와 18개 시·군, 기상청, 소방 등이 함께 산불에 대응한다.
임호상 강원도산불방지센터 부소장은 "과거에는 시·군별로 헬기를 운영해 다른 지역 자원을 투입하려면 협의 과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센터가 산불 위치와 헬기 배치 상황을 확인해 가장 가까운 지자체에 직접 출동을 지시한다"며 "정보를 즉각 공유하고 진화자원을 신속하게 배치해 진화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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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강원도센터출범, 진화자원 통합 운영
신고 접수시 화재발생 50㎞ 내 헬기 3대 투입
AI 산불조기감지·화목보일러 화재감지 등 활용
산불예방 위해 산림인접지 화재 공동대응 총력

산불은 한 기관의 힘만으로 막을 수 있는 재난이 아니다. 강원도와 18개 시·군, 산림청, 소방, 기상청 등 여러 기관이 가진 정보와 진화자원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10년간 강원지역에서는 산불 668건이 발생해 1만3,138㏊의 산림을 태웠다. 반복되는 산불에 맞서 강원도는 기관별 진화자원을 통합하고 산불 대응 지휘체계를 다듬어왔다. 그 중심에 ‘강원특별자치도산불방지센터’가 있다. 8월11일 강릉시 연곡면 송림리에 있는 센터를 찾아 강원형 ‘산불 거버넌스’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봤다.
■흩어진 진화자원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강원특별자치도산불방지센터의 출발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복되는 동해안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동해안 6개 시·군, 동부지방산림청, 강릉산림항공관리소 등 11개 기관이 참여하는 ‘강원도동해안산불방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동해안 지역 헬기와 장비, 인력을 관리할 권한을 센터가 갖자 초동대응에 속도가 붙었다. 실제 2017년 강릉산불 당시 신고 접수부터 초동대응까지 183분이 걸린 반면 센터 출범 이후인 2019년 고성·속초 대형산불에서는 76분 만에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가 구성됐다.
센터는 2022년 10월 ‘강원도산불방지센터’로 확대 개편돼 전국 최초의 산불 전문 협업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강원도와 18개 시·군, 기상청, 소방 등이 함께 산불에 대응한다. 산불 예방사업부터 24시간 상황관제, 진화자원 통합운영, 현장지휘까지 센터가 맡고 있다.
■헬기 투입·산불 진화 모두 빨라졌다= 센터 출범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은 산불진화 헬기 운용 방식이다. 현재 강원지역에는 고성권역(속초·고성·양양), 강릉권역(강릉·동해·삼척), 화천권역(철원·화천), 홍천권역(춘천·홍천), 인제권역(양구·인제), 원주권역(원주·횡성), 정선권역(태백·정선), 평창권역(영월·평창) 등 8개 권역에 임차헬기가 1대씩 배치돼 있다.
이전에는 시·군이 권역별로 헬기를 계약해 운영했다. 철원 산불 현장에 화천에 배치된 헬기를 보내려면 해당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산불이 빠르게 번지는 상황에서도 헬기를 움직이려면 지자체 간 협의가 먼저였다. 2023년부터 센터가 도내 임차헬기 8대를 통합 운영하면서 방식이 바뀌었다. 어느 지역에서 불이 나든 센터가 산불 위치와 헬기 배치 현황을 확인해 가장 가까운 헬기를 보낸다.
임호상 강원도산불방지센터 부소장은 “과거에는 시·군별로 헬기를 운영해 다른 지역 자원을 투입하려면 협의 과정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센터가 산불 위치와 헬기 배치 상황을 확인해 가장 가까운 지자체에 직접 출동을 지시한다”며 “정보를 즉각 공유하고 진화자원을 신속하게 배치해 진화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대응 체계도 산불 초기에 가용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신고가 들어오면 발생지 50㎞ 안의 헬기 3대가 동시에 뜬다. 시·군 경계를 따지지 않고 가장 가까운 진화인력도 곧장 현장으로 향한다. 불이 커진 뒤 자원을 늘리는 대신 초반부터 화세를 누르고, 이후 상황을 보며 추가 지원을 결정한다.

■전국 최초 365일·24시간 상황 관제=불이 나면 강원도산불방지센터 상황실에 있는 대형 화면이 하나의 현장을 향한다. 산불상황관제시스템에 불이 난 위치가 붉게 표시되고 주소와 신고 내용이 속속 올라온다. 현장에 투입된 진화인력과 장비, 헬기 현황도 차례로 기록된다. 다른 화면에서는 소방차량에서 전송하는 현장 영상과 헬기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낮에는 하늘에서 불길의 확산 방향을 보고, 야간에는 진화대원과 지상 카메라가 보내오는 영상으로 불길을 좇는다.
상황실에 모인 정보는 현장 지휘인력과 유관기관에도 공유된다. 어디로 불이 번지고 있는지, 어디에 인력과 장비를 더 보내야 하는지 함께 판단하기 위해서다. 각기 다른 기관과 현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연결하고 다음 대응을 결정하는 것,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상황실의 핵심 역할이다.
산불감시카메라에 현장이 잡히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시야를 찾는다. 이때 ‘스마트강원 통합플랫폼’에 연결된 시·군과 유관기관의 CCTV 약 3만 대가 활용된다. 산 정상에서 불길이 가려지면 발생지와 가까운 도로나 마을 쪽 CCTV를 띄운다. 그래도 사각지대가 생기면 관리기관에 연락해 카메라 방향을 돌려달라고 요청한다.

■번질 길을 보다 ‘산불확산·예측시스템’=산불이 나무 두어 그루를 태우기 시작했을 때 상황실은 이미 그다음 수를 본다. 몇 시간 뒤 이 불이 어느 골짜기로 번지고, 어느 마을까지 닿을지 알아야 한발 앞서 대응할 수 있다.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의 한 산에서 발생한 불의 시작점을 ‘산불확산·예측시스템’ 지도에 입력하자 불이 번질 길이 그려졌다. 센터는 GIS 지형자료와 실시간 기상정보, 임상도 등을 토대로 불길의 진행 방향과 확산 속도를 시뮬레이션했다.
지도에 표시된 색깔은 주민들에게 대피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 빨간색 구역은 즉시 대피해야 하는 곳, 노란색 구역은 5시간 안에 대피해야 하는 곳이다. 확산 예상지역에 민가나 복지시설이 포함되면 시·군은 예측 지도를 참고해 주민 대피와 진화 전략을 짠다. 불길이 마을로 향하기 전에 재난문자와 마을방송, 경보사이렌으로 주민들에게 대피를 알린다.
일반적인 기상 조건과 평탄한 지형에서 예측 정확도는 70~80% 수준이다. 다만 양간지풍과 같은 국지성 강풍이나 험준한 산악지형, 두터운 낙엽층 등은 오차를 키울 수 있어 현장에서는 드론 영상과 실제 풍향·풍속을 확인하며 예측 결과를 계속 보정한다.
김상곤 산불정책실장은 “불이 번질 방향을 예측하고 드론 영상과 현장 관측자료로 계속 보정하면서 진화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산림과학원은 AI가 현장의 다양한 여건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적정 진화자원 배치까지 제시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봄 산불조심기간부터 시범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어오르는 연기, AI가 미리 잡아낸다= 도내 산불감시카메라 300여 대에는 ‘AI 산불 조기감지시스템’이 연동돼 있다. 카메라에 연기나 불꽃과 비슷한 움직임이 잡히면 AI가 해당 장면을 골라 상황실 화면에 띄우고 담당자의 휴대전화에도 알림을 보낸다. 이때 담당자는 영상을 다시 확인해 연기가 실제 산불 연기인지, 구름이나 안개인지 가려낸다. 산불로 확인되면 시·군에 상황을 전파해 진화인력이 현장으로 움직인다.
AI가 산불을 먼저 찾아낸 사례도 있다. 지난 6월2일 홍천군 두촌면의 한 산에서 난 산불을 AI가 신고가 접수된 시간보다 6분 먼저 포착했다. 수백대의 카메라를 사람이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AI가 먼저 이상 징후를 골라내면 현장 출동 시간 역시 단축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사람의 눈을 대신할 수준은 아니다. 안개나 먼지를 연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고, 카메라가 향하지 않은 곳에서 난 불은 잡아내기 어렵다. 실무진도 현재 시스템을 초기 단계로 보고 사람과 AI가 함께 감시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감시망은 산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과 맞닿은 집에서 쓰는 화목보일러도 감시 대상이다. 동해안 6개 시·군 산림 인접 가구 500여 곳에는 ‘화목보일러 화재감지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보일러 안이 지나치게 뜨거워지거나 연기가 나면 센서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혹여라도 보일러가 과열되거나 남은 잿더미 속 작은 불씨가 화재로 번진다고 해도 산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대응하기 위함이다.

■‘산불진화’에서 ‘산불예방’ 체계로 전환=24시간 상황실과 통합된 진화자원, 확산예측시스템과 AI 산불조기감지시스템까지. 센터는 산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센터는 최우선의 산불 대응 방법으로 ‘산불 예방’을 지목했다. 강원도는 건조하고 강한 양간지풍이 불면 불씨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대형 산불로 번질 위험이 크고 헬기 접근까지 어려워지면 타들어가는 숲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한다.
센터는 산불 예방에서도 대응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산과 가까운 주택이나 농경지에서 불이 나면 소방과 정보를 공유해 산불진화 인력도 함께 움직인다. 올봄 산불조심기간 동안 진화대는 산불 42건뿐 아니라 산림 인접 주택화재와 소각 등 산불 외 화재 47건에도 공동 대응했다. 주택의 불은 소방이 끄고, 산불진화대는 산림 경계에 물을 뿌려 불씨가 산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식이다.
임호상 강원특별자치도산불방지센터 부소장은 “과거에는 산 바로 인근에서 불이 나더라도 소방 중심으로 대응했지만 지금은 산림 인접 화재도 센터에 곧바로 공유돼 함께 대응하고 있다”며 “산불은 발생한 뒤 진화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고, 불씨가 산림으로 번지기 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기사는 2026년 강원특별자치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강릉=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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