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아끼려는 무인점포… 그 부담은 결국 누가 떠안나[이용재의 식사의 窓]

이용재 음식평론가 2026. 9. 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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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대로변 건널목 앞에 빵집이 문을 열었다.

2017년경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통해 등장한 무인점포는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비대면 소비 문화를 타고 전방위로 퍼져 나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인점포로 인한 경찰 인력의 낭비다.

업주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인 탓에 발생하는 범죄나 소란을 112 신고를 통해 해결하면서 지역 경찰이 본의 아니게 무인점포를 관리하는 부담까지 떠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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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대로변 건널목 앞에 빵집이 문을 열었다. 식빵과 쿠키 서너 가지를 팔았다. 흥미롭게도 무인점포였다.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베풀고 싶다’라는 요지의 안내문과 함께 카드 단말기가 놓여 있었다. 키오스크 이전 시대였으니 구매자가 직접 품목과 수량을 입력하고 카드를 꽂아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무인점포는 당시만 해도 정말 참신했다. ‘각박한 세상에서 뭘 믿고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끔 들러 빈 가게에서 카드를 긁고 빵을 샀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졌다. 요식업을 중심으로 무인점포가 많이 늘어난 가운데 올해 1월 국내 최대 제빵 프랜차이즈도 24시간 영업에 진출했다. 낮에는 사람이 관리하고 밤에는 카드 인증을 거쳐 입장하는 무인점포가 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올해 2월 기준 전국 17곳이 시험 영업 중인데 매출이 5% 올랐다고 한다.

2017년경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통해 등장한 무인점포는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비대면 소비 문화를 타고 전방위로 퍼져 나갔다. 밀키트 매장이나 카페, 셀프 라면 가게 같은 요식업뿐만 아니라 구제 옷 상점 등으로 업종도 확산됐다. 관련 법령이 미비해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전국 1만 곳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렇게 무인점포가 늘어난 만큼 운영 및 관리 인력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하다.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이 제때 관리되지 않아 소비자 안전(위생)이 위협받고 있으며, 무인점포 내 절도는 5년 사이 거의 세 배 늘어 지난해 1만1000건을 돌파했다. 범죄를 막고자 설치하는 폐쇄회로(CC)TV 역시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낳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인점포로 인한 경찰 인력의 낭비다.

오죽하면 ‘치안력의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업주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인 탓에 발생하는 범죄나 소란을 112 신고를 통해 해결하면서 지역 경찰이 본의 아니게 무인점포를 관리하는 부담까지 떠맡는 것이다.

다른 기업도 아니고 국내 최대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의 모기업이라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사회 안전망에 기생하면서 신뢰자본을 갉아먹고, 사회에 부담을 전가하는 무인점포 시장에 ‘큰손’인 국내 최대 제과제빵 프랜차이즈까지 진출한 것 아닌가. 해당 회사는 노동자의 끼임 사망 사고, 기계 절단 사고 등 잦은 중대재해로 손가락질을 받았다. 가뜩이나 미흡한 공장의 안전 비용 투입을 지적받는 가운데 인력을 쓰지 않는 야간 무인 영업으로 이익 극대화를 노린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원고를 쓰며 오랜만에 ‘원조’ 무인 빵집에 들렀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빵을 만드는 주인의 얼굴을 8년 만에 처음으로 보았다. 품목은 더 줄어 있었고 사려던 식빵은 아예 준비조차 돼 있지 않았다. 마뜩잖았지만 사람이 있었기에 차마 빈손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아, 이 상황 참 얄궂다. 내키지 않는 빵 하나를 집어 들고, 카드 단말기를 대체한 키오스크로 계산하며 궁금해졌다. 8년 전 내세웠던 ‘스승님의 가르침’은 과연 무엇이었으며, 아직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처음으로 가게에서 주인을 보았지만 차마 물을 수는 없었다. 과연 무인점포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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