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람이 이렇게 모인 게 얼마 만이야”…사창리 골목 다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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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여기 왔으면 소주 한 잔 하고 가야지."
3일 저녁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의 한 골목.
"얼마 만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였는지 모르겠다", "매월이 아니라 매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김 군수는 "사내면에서 야시장이 제대로 될까 걱정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며 "면민들이 한 사람처럼 뭉쳐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니 군수로서 너무 흡족하고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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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군수·조웅희 군의장도 “정례화·지원 필요 공감”… 주민 화합의 새 모델 기대

“형님, 여기 왔으면 소주 한 잔 하고 가야지.”
3일 저녁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의 한 골목. 평소 밤이면 인적이 뜸해지던 거리가 이날만큼은 사람들의 웃음과 이야기 소리로 가득 찼다. 골목 양쪽으로 늘어선 먹거리 부스 앞에는 주문을 기다리는 주민들이 줄을 섰고, 테이블마다 가족과 직장동료,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았다. 아이들은 이곳저곳을 뛰어다녔고 어른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화천군사내면주민자치위원회와 화천군소상공인연합회가 주민들의 힘으로 마련한 첫 ‘별별 야시장’이었다.
당초 주최 측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사람들이 나올까”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며 주민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준비했던 40여개의 테이블에 20여개를 더 꺼내놨지만 금세 자리가 동났다. 현장을 찾은 주민은 1,000여명에 달했다. “자리가 없어서 난리”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올 정도였다.
특히 최근 지급된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민들을 골목으로 불러내고, 현장의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한 분식집 사장은 쉴 새 없이 떡볶이를 볶아내면서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분식집 사장은 “오늘 야시장에서만 떡볶이를 네 판이나 회전했다”며 “손님 대부분이 농어촌 기본소득 카드로 결제했다. 매일이 이렇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현장 곳곳에서도 “기본소득 받은 김에 가족끼리 나와 저녁을 먹자고 했다”, “쓸 곳도 있고 사람도 많다니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소득 지원을 넘어 지역 안에서 소비를 일으키고, 주민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촉매 역할까지 한 셈이다.



거리 한편에 마련된 작은 무대도 흥을 더했다. 사내중 학생의 랩 공연이 시작되자 주민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무대로 쏠렸다. 이어 통기타 공연까지 이어지자 박수가 터졌다. 전문 공연장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서툰 모습에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동네 잔치’ 특유의 정겨움이 골목을 채웠다. “하고 싶어도 무대가 없어 못하던 아이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주민들의 표정이었다. “얼마 만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였는지 모르겠다”, “매월이 아니라 매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평생 한 동네에 살면서도 좀처럼 마주치지 못했던 이웃들이 이날은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많으니 괜히 설렌다”, “아이들 웃는 소리와 어른들 웃는 소리가 함께 들리는 게 행복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행사를 준비한 전미선 사내면주민자치위원장과 양윤성 화천군소상공인연합회장 역시 예상 밖의 인파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 위원장은 “이 야시장은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주민들을 위해 만든 자리”라며 “서로 인사도 나누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김세훈 화천군수도 인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 군수는 “사내면에서 야시장이 제대로 될까 걱정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며 “면민들이 한 사람처럼 뭉쳐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니 군수로서 너무 흡족하고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장터가 활성화돼 사내면이 발전하길 바란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조웅희 화천군의장 역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야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이런 별별 야시장이 매주 정기적으로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의원들과 박대현 도의원도 현장을 함께하며 주민 스스로 지역의 살 길을 찾아 나선 움직임을 지원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27사단 해체 이후 침체를 겪어온 사내면에서 이날의 풍경은 단순한 하루짜리 행사를 넘어섰다. 상인에게는 매출을, 주민에게는 만남의 공간을, 청소년에게는 끼를 펼칠 무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과제도 확인됐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로 테이블과 좌석이 부족했고, 정례화할 경우 공연 무대와 지역 청소년·음악·댄스동호회 출연 지원, 안전요원 확충, 화장실 등 편의시설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첫날 확인한 가능성은 충분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사창리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테이블마다 끊이지 않던 웃음소리. 주민들은 이날 스스로 만든 작은 야시장에서 27사단 해체 이후 잃어버렸던 ‘사람 북적이는 사창리’의 모습을 다시 꺼내 놓았다.
화천=이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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