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라시아의 심장, 중앙아시아와 함께 여는 협력의 지평
오는 16일 서울에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린다.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를 통해 다양한 문명이 교차해온 역사만큼이나 개방성과 손님 환대의 전통이 깊은 지역이다. 우리도 중앙아시아 정상들을 진심을 다해 맞이하고자 한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인연은 1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세기 우즈베키스탄 아프로시압 궁전 벽화에 등장하는 한반도 사신과 8세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담긴 파미르 고원 여정은 양 지역의 오랜 교류를 보여준다.
1937년 극동에서 이주한 한인들도 중앙아시아에 정착해 90여년간 이웃이자 가족으로 함께 살아왔다. 현재 31만여명의 고려인 동포들은 현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평균 중위연령이 30세 미만인 젊은 지역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동시에 물류의 요충지이자 에너지·핵심광물 공급망의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하며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 1992년 중앙아시아 5개국과 모두 수교한 뒤, 자동차·건설 분야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해왔고, 2007년에는 연례 협의체인 한·중앙아 협력포럼을 출범시켜 협력의 제도적 기반도 다져왔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성장 잠재력, 전략적 입지는 한국의 기술력과 산업화 경험, 기업 역량과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석유 자원과 한국의 우수한 정유 기술을 결합한 협력은 공급망 안정화의 좋은 모델이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추진 중인 다목적 화물선 공동건조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조선 기술과 기자재를 현 조선소 및 인력과 연계해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현지 조선 산업 기반 강화와 기술인력 양성으로 협력의 폭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카스피해의 물류·환적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협력의 성과는 국민의 일상에서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국제협력단이 추진한 키르기스스탄 전자정부 구축사업은 기존 133개 정부 시스템을 통합하고, 민원서비스를 온라인화해 평균 처리 시간을 75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양국 협력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울러 양 지역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인적 유대라는 소중한 자산을 활용해 협력의 저변을 넓혀나가고자 한다. 정부는 고려인 정주 90주년을 맞는 2027년을 계기로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차세대 고려인과 양 지역의 청년들이 새로운 협력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안정적이고 친화적인 협력 환경을 함께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자강을 바탕으로 동맹을 통해 안보와 전략적 기반을 다지고, 중앙아시아와 같은 역량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확대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자강·동맹·연대의 3각 선순환 외교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외교 다변화를 실현하고 국민의 삶에도 이익이 되는 구체적 성과를 이뤄낼 것이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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