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 또 숨었는데 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가정폭력’ 아내 살해한 공무원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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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피해 거처를 옮긴 아내를 이혼소장에 적힌 주소를 통해 찾아가 어린 자녀가 지켜보는 앞에서 살해한 현직 공무원이 구속됐다. 유족은 피해자가 차량 내비게이션 기록과 블랙박스 영상까지 지우며 신변을 숨겼지만 이혼소송 과정에서 주소가 노출됐다며 피해자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를 비공개로 할 수 있는 절차가 있지만, 법률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이를 미리 알고 별도의 절차를 찾아 신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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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 A씨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유치장을 나오고 있다. A씨는 아내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으로 생각해 앙심을 품고 소장에 적힌 주소로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3/mk/20260903195402228rcww.png)
수원지법 성남지원 이탁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30대 B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지난 1일 오전 7시18분께 경기 광주시 능평동의 한 다세대주택 계단에서 아내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현장에는 부부의 5세 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어린 자녀가 범행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아내를 살해한 점을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최근 받은 이혼소장을 통해 A씨가 머물던 주소를 파악한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와 양육비 등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자 앙심을 품고 A씨가 출근하는 시간대를 노려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달아난 B씨는 사건 발생 약 4시간20분 뒤인 오전 11시39분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모텔에서 긴급체포됐다. 다발성 자상을 입고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B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이 “아내를 왜 살해했느냐”, “딸이 보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느냐”, “평소 아내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유족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건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묻는 동시에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제도의 실효성을 재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네 차례 경찰에 남편의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이후 수원에서 광주로 거처를 옮겨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차량 내비게이션 기록과 블랙박스 영상까지 삭제하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혼소송 과정에서 주소가 소장을 통해 노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족은 “고인은 이혼소장을 통해 주소가 노출되자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를 비공개로 할 수 있는 절차가 있지만, 법률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이를 미리 알고 별도의 절차를 찾아 신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변보호 조치 역시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위급한 순간 신고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지만 피해자의 생명을 온전히 지키지는 못했다”며 “범행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밝혔다.
임시거처의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했다. 경찰이 제공한 임시거처가 A씨의 직장과 자녀의 어린이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외출에도 제한이 있어 기존의 일상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유족은 “안전을 위해 피해자가 기존 생활을 포기하거나 크게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이어지는 보호조치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며 “고인이 원했던 것은 특별한 보호가 아니라 가해자의 위협 속에서도 자신과 아이가 안전하게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며 “남겨진 자녀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신변보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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