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이들, 감당이 안 된다”…이재민 숙소도, 장례 치를 곳도 없는 카트만두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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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티무레 지역 사람만 올 수 있습니다."
네팔 대홍수 9일째를 맞은 3일 오전, 한 여성이 이재민들의 임시 숙소로 쓰이는 카트만두의 불교 사원 무스탕 곰파를 찾았다.
네팔 대홍수 이재민과 희생자 유족들이 수도 카트만두로 모여들며 이들을 수용할 보호소, 장례 의식을 치를 숙소도 한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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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티무레 지역 사람만 올 수 있습니다.”
네팔 대홍수 9일째를 맞은 3일 오전, 한 여성이 이재민들의 임시 숙소로 쓰이는 카트만두의 불교 사원 무스탕 곰파를 찾았다. 어깨에는 배낭, 손에는 짐을 쥔 채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사원의 두꺼운 철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파괴돼 버린 그의 고향이 이곳 사원이 받아주는 티무레가 아닌 누와코트 지역이었던 탓이다. 여성을 막아선 사원 관계자도 대재난 앞에 자비로울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금 여기는 티무레 이재민만으로도 포화 상태예요.” 여성은 체념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네팔 대홍수 이재민과 희생자 유족들이 수도 카트만두로 모여들며 이들을 수용할 보호소, 장례 의식을 치를 숙소도 한계에 이르렀다. 가족 주검을 찾아, 장례 절차 때문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수도로 몰려온 이들은 몸 누일 곳을 찾아 슬픔으로 가득한 도시를 하염없이 맴돌고 있다.
이날 한겨레가 찾은 카트만두 내 사원들 처지 대부분이 무스탕 곰파와 다르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는 이재민을 ‘지역’을 기준으로 제한하거나 다른 사원으로 분산하고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자원을 걱정했다. 무스탕 곰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옐로 곰파는 얼마 전까지 티무레 이재민 400명을 수용했다가, 공간 부족 탓에 일부를 다른 사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이 사원 관계자는 “남은 식량과 구호품을 생각하면 그래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네팔인들이 카트만두로 몰리는 이유 가운데는 ‘장례 절차’도 있다. 사망자 주검이 큰 병원이 있는 카트만두로 이송되면서, 장례 또한 이곳 사원들에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힌두교 장례는 13일 동안 지속된다. 유족들은 이 기간 외부 접촉을 줄이고 제사를 올리며 머물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장례 기간 머물 숙소(키리아푸트리 바완)를 제공하는 마하데브 사원 관계자는 “방이 17개인데 꽉 찼다. 라수와, 누와코트, 다딩처럼 홍수 피해가 심한 지역 가족들”이라며 “장례 장소를 문의하러 오는 사람이 하루에도 10명이 넘어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궁여지책으로 ‘텐트’를 숙소 겸 장례 의식을 치르는 장소로 만든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비수람 버스넷(35)은 카트만두에 있는 굽테슐 사원 허락을 받고, 사원 건물 옆에 텐트를 치고 지낸다. 그는 대홍수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삼촌 등 7명을 잃었다. 버스넷은 두 개의 기둥을 검은 천막으로 둘러싼 공간을 보여주며 “방이 없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곳”이라고 했다. 그는 “먹을 것이 너무 부족하고 딱 누울 곳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빈더 보타라이(45)는 지인을 통해 마하데브 사원의 방 하나를 구해 조카와 머물며, 홍수로 잃은 남동생과 처제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운 좋게’ 장례 기간 머물 곳을 구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돌아갈 집과 마을은 부서졌다. 보타라이는 “금방 복구되지 않을 텐데, 장례 기간이 끝나면 또 그 이후 지낼 곳이 문제”라고 했다.
집과 마을을 잃고, 몸 누일 곳을 찾아 전전하고, 마지막 의례를 위한 장소조차 구하지 못하는 홍수 피해자를 보며, 다른 네팔인들도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홍수의 직격탄을 맞은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에서 올해 3월까지 일하다가 그만둔 뒤 민간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처링라마는 “지금까지 일했으면 나도 죽었을 목숨”이라고 했다. 이어 슬픔과 공포,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체감했습니다. 그 뒤에는 왜 네팔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끔찍한 주검이 계속 보이고, 가족들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나라들이 이 풍경과 소리를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카트만두/글·사진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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