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태료·압류도 안 통했다… 포항 조항산 덮친 무법 염소들

김민주기자 2026. 9. 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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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조항산 염소떼 무단 방목 ‘민폐’ 현장 가보니
2023년부터 축산법 위반 과태료 200만원…전액 체납해 압류
현장서 50마리 넘게 확인에도 가축분뇨 시설 신고내역 없어
주민은 철망·CCTV·퇴치기까지…행정도 강제조치 수단 없어
3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조항산에서 울타리 없이 방목된 염소 수십 마리가 산길과 주변 비탈을 오가고 있다. 김민주 기자
3일 찾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조항산. 산 중턱에 들어서자 수십 마리의 염소가 무리를 지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염소들이 오가는 일부 구간에는 풀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곳곳에는 배설물이 널려 악취가 풍겼다. 별도의 울타리 없이 방목된 염소들은 산 중턱과 등산로 주변을 자유롭게 오갔다.

포항 조항산에서 염소 방목 문제가 공론화된 지 3년이 흘렀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육자에게 축산법 위반 과태료가 거듭 부과되고 체납에 따른 압류까지 이뤄졌지만 염소들은 여전히 별다른 통제 없이 산을 오가고 있다. 과태료와 압류에도 방목이 계속되면서 피해 주민들은 염소 침입을 막기 위해 철망과 CCTV, 동물퇴치기까지 직접 설치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23년 4월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조항산 정상 인근에서 수십 마리의 염소가 울타리 없이 방목돼 초지와 인근 묘지 등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항시도 현장 확인을 거쳐 과태료 부과에 나섰지만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3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조항산에 설치된 컨테이너. 사육자 B씨가 염소 분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남구청에 따르면 염소 50마리 이상을 방목 사육하는 시설은 가축분뇨 배출시설 신고 대상이지만 해당 사육지에는 관련 신고내역이 없었다. 이날 현장에서 직접 확인된 염소만 50마리를 넘었다. 산길 한편에는 B씨가 가져다 놓은 컨테이너가 있었으며 내부에도 염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B씨는 해당 컨테이너를 염소 분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항산에 선산을 둔 주민 A씨(76)는 염소들이 묘역에 들어와 향나무와 새로 심은 나무 등을 훼손하는 피해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철망을 쳐도 염소들이 밀고 들어와 심어 놓은 나무를 뜯어먹거나 밟는다"며 "CCTV까지 설치했지만 개인이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육자 B씨(73)는 염소들을 울타리 안에 가두거나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 하루 두 차례 산을 돌며 관리했지만 현재는 체력적인 문제로 이마저 쉽지 않고, 울타리 설치도 비용과 토지 사용 문제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방목에 대해서는 염소가 산의 풀을 뜯어먹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으며, 주변의 벌을 쫓아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3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조항산의 한 묘역 인근을 방목된 염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김민주 기자
행정당국의 거듭된 제재도 방목을 막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 축산과는 B씨가 판매 목적으로 염소를 사육하면서 가축사육업 등록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지난 2023년 5월 1차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 해당 과태료가 체납되면서 압류까지 이뤄졌지만 미등록 사육이 계속되자 시는 지난 4월 2차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2차 과태료는 현재 납부 독촉이 진행 중이다.

시의 현장 계도도 이어졌다. 축산과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차례씩 현장을 찾아 계도했으며, 현재 사육 규모를 100여 마리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축산법상 과태료 처분 외에 염소를 강제로 회수하거나 사육을 중단시킬 수단은 없다는 게 포항시의 설명이다.

현장을 관할하는 동해면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상범 동해면장은 "오죽 답답했으면 경찰과 119 쪽에도 방법이 없는지 물어봤겠느냐"며 "지방정부에서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공론화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방목은 멈추지 않았다. 사육자는 염소 관리와 울타리 설치가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방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기관 역시 기존 제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작 피해 주민들이 사비를 들여 철망과 CCTV 등을 설치해 염소 침입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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