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데이터센터, 전남광주시대 연다]⑬ 정주여건Ⅰ-수도권 반도체 벨트 심장부 가보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동탄의 기적’ 꿈꾼다 "
1년새 25평 아파트값, 6억 →9억
나도나도 오려하지만 쉽지 않아
학원·공원·병원 갖춘 자족도시
생활인프라 준비해야 공동화안돼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3일 오전 동탄호수공원 인근에 들어서자 탁 트인 수변 공원 너머로 40~50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풍경이 펼쳐졌다. 공원 산책로에는 유아차를 끌거나 조깅하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수공원 맞은편 상가 건물 외벽에는 수학·영어·과학·미술 등 각종 학원 간판이 층마다 빼곡히 붙어 있었다.
경기도 화성·용인·수원·평택·이천을 잇는 이른바 '반도체 벨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요 사업장이 밀집한 이 일대는 반도체 호황과 함께 국내 최대 반도체 배후 주거지로 불리는 지역이다.

◇ 반도체가 바꾼 집값
동탄에서 10년이 훌쩍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 온 '하우스코너' 변정식 대표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 단지 25평이 6억 중반이었는데 지금은 9억 중반"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싸지고 주민 구성원 비율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 대표가 처음 동탄에 자리를 잡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먼지만 펄펄 날리는 황량한 신도시에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아 집 구경만 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들어오는 사람들도 삼성 직원 50%에 일반 직장인 50%가 섞여 사는 평범한 신도시에 불과했다.
지금은 너도나도 오려 하지만 공급은 한정돼 가격이 치솟고 있어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지역이 됐다.
변 대표는 "지금은 삼성·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직원이 90~95%를 차지한다"며 "대기업 직원 아니면 못 들어오는 동네가 돼버렸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5억 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면서 진입 장벽은 더 공고해졌다.

◇ 왜 동탄일까?…어디든 가는 중간 거점
동탄이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거점이 된 핵심은 입지다.
삼성전자만 해도 기흥·화성·평택 등 사업장이 분산돼 있어 어느 곳으로 발령이 나더라도 동탄에서 30분~1시간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 셔틀버스 노선도 단지 곳곳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변 대표는 "평택 발령이 나도 동탄에서 20~30분, 기흥이나 화성은 더 가깝다"며 "어디 배치되든 동탄에 자리 잡고 있으면 손해 볼 게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으로 가는 직원들도 동탄IC를 타면 이천까지 이어지는 동선이어서 이 일대를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분당 학원도 왔다… 살수록 편해진 동네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몰리면서 동탄은 단순한 베드타운을 넘어 자족도시로 빠르게 탈바꿈했다.
동탄호수공원 등 많은 공원과 문화시설 등은 주민들의 일상 공간이 됐고, 학원가는 분당에서 내려온 대형 학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교육 인프라가 탄탄해졌다.
동네 병·의원과 인근 한림대병원을 비롯한 상급 의료시설도 갖춰져 있다.
변 대표는 "분당은 애들이 적어서 학원들이 동탄으로 내려왔고, 학원은 망했다는 소리 못 들었다"고 전했다.
주민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집중돼 있다.
동탄역 SRT 개통 이후에는 장거리 출퇴근도 가능해지면서 유입 인구가 더 늘었다.

◇ 갖춰진 곳이 뜬다… 전남광주 조건은
변 대표는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소식도 알고 있었다.
변 대표는 "고급 인력들이 동탄 올 때도 처음엔 싫다 했는데 살아보니 괜찮더라고 하면서 정착하는 패턴이 됐다"며 "거기도 비슷한 흐름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동탄이 보여주는 패턴은 단순하지 않다.
이천처럼 공장 바로 옆이라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면 직원들은 외면한다.
이미 학교·병원·공원·학원이 갖춰진 곳을 찾아가고, 그 수요가 몰리면서 기존 인프라가 더 빠르게 팽창하는 구조다.
광주군공항 부지 인근이라면 조건이 나쁘지 않다.
광주송정역·상무지구 등을 포함 타 자치구의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까지 30분 안팎이고, 나주·함평 등 인근 전남권 지역도 1시간 내 거리에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공장 바로 옆 보다 이미 살 만한 곳으로 평가받는 광주 기성 시가지와 인근 지역이 먼저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려도 있다. 나주 혁신도시 같은 주말 지역 공동화 문제다.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광주송정역에서 동탄역까지 SRT로 1시간 30여 분, 군공항 부지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차로 10분 안팎으로 가족을 수도권에 두고 주중만 지역에서 보내는 생활이 가능한 거리라서다.
결국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역 정주 인구를 실질적으로 늘릴지는 단순히 공장이 들어서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변 대표는 "이미 개발돼 있는 곳, 군공항 주변에 상가나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이 먼저 뜰 확률이 높다"며 "전남광주가 그걸 미리 준비해 두느냐 아니냐에 따라 동탄처럼 될 수도, 나주처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