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곶감을 세계 입맛 사로잡을 먹거리로” [지역에 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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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는 거예요. 서울에서 맛보던 곶감과는 맛 자체가 달랐어요. 직감적으로 사업하면 성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산청에서 곶감으로 고급 디저트를 만드는 이다혜(36) 씨. 산청곶감을 한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세계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다혜 씨를 시천면에서 만났다.
산청에서 곶감을 만드는 다혜 씨에게는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고, 곶감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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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맛에 반해 시작한 사업
전통음식서 답 찾은 ‘감선옥’
규방음식 ‘건시단자’ 재해석
한국적 프리미엄 디저트로
“할머니 손맛 세계에 전하고파”

"곶감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는 거예요. 서울에서 맛보던 곶감과는 맛 자체가 달랐어요. 직감적으로 사업하면 성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산청에서 곶감으로 고급 디저트를 만드는 이다혜(36) 씨.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도시녀다. 2009년 산청으로 귀촌한 부모를 따라 2015년 자연스럽게 산청에 자리를 잡았다. 다혜 씨가 있는 산청군 시천면은 지리산 자락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왕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맛과 품질이 뛰어난 산청곶감 주산지이기도 하다. 산청곶감을 한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세계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다혜 씨를 시천면에서 만났다.
아주 특별한 곶감 '감선옥'
다혜 씨는 아주 특별한 곶감을 생산해 판매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소를 얇게 저며, 꿀에 절인 곶감으로 감싼 전통음식 '건시(곶감)단자'다. 옛 규방음식으로 알려진 건시단자는 동그랗게 단자를 빚는 형태라는 점에서 산청곶감의 모습과 닮았다. 맛은 곶감의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소에 들어가는 여러 재료에 따라 미묘한 맛을 낸다. 소 재료로는 남해 유자, 경산 대추, 가평 잣, 국산 통현미 등 귀한 지역 특산물이 들어가 한국의 맛과 멋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다혜 씨는 감선옥을 만들며 선조의 지혜를 빌렸다. 곶감 잼, 곶감 쿠키, 곶감 푸딩, 곶감 캐러멜, 곶감 젤리, 곶감 청 등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 봤지만, 서양 방식의 가공으로는 곶감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다혜 씨는 전통음식에서 답을 찾았다. 곶감의 맛과 형태를 살리면서도 현대인 입맛을 사로잡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비로소 감선옥을 탄생시켰다.
감선옥이라는 이름은 다혜 씨 할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감'이라는 글자가 들어가고, 의미 있는 단어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가족과 이야기 속에서 할머니의 이름을 떠올린 것이다. 처음에는 할머니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가족과 함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간다는 자부심을 담아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다혜 씨는 고급 디저트 '감선옥'은 감선옥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과 세심한 배려를 담아 엄마와 딸이 만들어가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했다.
다혜 씨는 감선옥을 두고 귀한 분과 특별한 날 소중한 자리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표현된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누구에게나 소개하고 싶은 한국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곶감. 국내 귀한 식재료와 정성을 더해 한국의 맛과 멋을 표현한 곶감 디저트. 감선옥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역에서 일구는 삶도 괜찮아
다혜 씨가 산청에 들어온 것은 2015년이다. 일본 도쿄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산청에 자리 잡은 부모를 따라 자연스럽게 산청에 터를 닦았다. 산청과 진주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간 다혜 씨는 농촌에서 살다 보니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농촌 살리기에 공을 쏟는데,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의 실상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혜 씨는 이런 농촌 현실이 자신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됐다고 했다.

다혜 씨는 2019년 본격적으로 곶감 사업에 뛰어들었다. 곶감 농장에서 직접 산청곶감의 원료감인 고종시를 씻고, 깎고, 말리고, 모양을 잡는 것까지 배우며 익혔다. 당시 품삯으로 받은 곶감을 판매해 첫해 2000만 원가량 매출을 올렸고, 이는 감선옥 탄생의 종잣돈이 됐다.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하나씩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다혜 씨는 지역을 강조했다. 회사 이름도 '로컬에서 하는 모든 일을 위해서 존재하는 팀'이라는 뜻을 가진 ㈜오비에프더블유(OBFW-'Of, By, For the Works')로 정했다. 회사 경영도 '로컬에서 나오는 모든 자원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창조하는 일'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혜 씨는 나름 지역에서 삶의 가치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의미 있는 삶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살면서 오히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이 뜻밖에 좁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직접 겪어보지 않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죠. 로컬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새로운 가치에 도전하는 일,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괜찮은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할머니 손맛, 산청 넘어 세계로

다혜 씨는 감선옥을 국내 판매를 넘어 수출 상품으로 기획하고 있다. 감선옥을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식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수출 박람회와 같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감선옥 매출은 2024년 감선옥을 론칭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계약 재배로 들이는 곶감 원물을 2배로 늘려 잡을 계획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회사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정비했다. 이전까지는 어머니와 함께 모든 과정을 함께했지만, 지금은 제조와 생산은 어머니가 전담하고 다혜 씨는 판매와 경영에 집중하며 명확한 분업 체계를 갖췄다. 앞으로는 직원도 채용해 회사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다혜 씨는 지역에서 세계를 꿈꾸는 청년 로컬 사업가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 곶감 사업을 시작하며 매일 새로운 상상을 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곶감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탈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감선옥이 산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