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으로 美·서유럽 뚫은 한화에어로…글로벌 방산 '톱티어'와 맞붙는다
선진시장 레퍼런스 확보…글로벌 방산 16위 도약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를 앞세워 미국과 서유럽 방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동유럽을 중심으로 수출 영역을 넓혀왔으나 이제는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과 유럽 주요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글로벌 방산기업들과 경쟁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가 미국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시스템즈(INDRA SISTEMAS S.A.)와 K9 자주포 등 수출 실행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과 서유럽 시장에 잇달아 진입했다.
미 육군 차륜형 자주포(MTC) 프로그램은 향후 4년간 시제품 6문을 우선 공급하고, 12문을 옵션으로 추가 인도하는 방식으로 최대 18문을 인도하기로 했다. 사업 규모는 총 2억6290만달러(약 3700억원)다. 한화가 차륜형 자주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다. 이번 시제품 계약이 양산 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사업비는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MTC 사업은 미국 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시제품 사업이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 K9 대규모 수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에서 운용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K9뿐 아니라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등 다른 무기체계의 현지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 육군 고위 관계자들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방문도 방산 협력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잉그러햄 차관보 일행은 최근 차륜형 K9 생산라인과 로봇 용접 등 자동화 공장을 둘러보고 기동 시연을 확인했다. 대량생산과 품질관리 등 실제 양산 역량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으로 평가된다.
스페인 계약의 경우 서유럽 시장의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K9 자주포는 터키를 비롯해 폴란드·핀란드·노르웨이 등 동유럽과 북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돼왔다. 이번 진출로 유럽 방산의 핵심 지대까지 영역을 넓히며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규모는 보안상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시상 계약금액은 6675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스페인 국방부는 육군과 해병대의 노후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최대 45억유로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유럽 진출 전략은 현지화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방산산업을 육성하면서 이른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생산과 공급망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장 침투력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군수지원과 추가 무기체계 공급에서도 유리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가 K9 중심의 수출 확대 공략에 나선 가운데 올해 글로벌 방산기업 세계 20위권에 진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미국 국방·안보 전문매체 디펜스뉴스가 선정한 '2026 방산기업 톱100'에서 한화는 올해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22위에서 6계단 상승한 순위다. 한화의 방산 매출은 2024년 68억1735만달러에서 지난해 104억3764만달러로 1년 사이 약 53% 증가했다.
특히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이 세계 15위로 나타났으며, 한화와의 매출 격차는 7억7555만달러(약 1조원)에 불과했다. 상승 폭은 한화가 더 컸다. 라인메탈은 전년 18위에서 15위로 3계단 상승한 반면, 한화는 22위에서 16위로 6계단 뛰었다.
올해 미국과 서유럽 등 방산 선진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한화의 글로벌 체급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선진시장 수주가 다른 국가의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레퍼런스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 실제 운용 및 생산 경험을 확보하면 후속 수출 협상에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9을 통해 확보한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다른 무기체계와 추가 수출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톱티어 업체들과 경쟁하는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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