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건강한 식품이야기] ⑩같은 잎, 다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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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홍차, 우롱차는 색도 향도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나무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잎이다. 딴 잎을 그대로 두면 사과를 깎아 둔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 산화를 얼마나 진행시키느냐가 차의 종류를 정한다.
잎을 재빨리 덖거나 쪄서 산화를 막으면 녹색을 지킨 녹차가 되고 오래 두어 완전히 산화시키면 붉고 짙은 홍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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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홍차, 우롱차는 색도 향도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나무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모두 같은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잎이다. 차의 얼굴을 가르는 열쇠는 '산화'다. 딴 잎을 그대로 두면 사과를 깎아 둔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 산화를 얼마나 진행시키느냐가 차의 종류를 정한다.
잎을 재빨리 덖거나 쪄서 산화를 막으면 녹색을 지킨 녹차가 되고 오래 두어 완전히 산화시키면 붉고 짙은 홍차가 된다. 그 중간에서 멈추면 우롱차, 아주 살짝만 두면 백차다. 산화가 진행되는 동안 녹차에 많던 카테킨이라는 성분이 테아플라빈 같은 물질로 바뀌면서 색이 짙어지고 풍미도 묵직해진다. 같은 잎이 전혀 다른 음료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대부분의 식품에서 산화는 막아야 할 골칫거리다. 사과나 감자, 아보카도를 깎아 두면 금세 갈색으로 변하는데 재료 속 성분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레몬즙을 뿌리거나 찬물에 담가 이 갈변을 애써 막는다. 그런데 차는 정반대다. 사과를 갈변시키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소 반응을 차는 오히려 일부러 일으켜 홍차의 붉은빛과 깊은 향을 얻는다. 막으면 '변질'이 되고 다스리면 '풍미'가 되는 셈이다. 같은 산화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버려야 할 흠이 되기도 값진 맛이 되기도 한다.
차에는 세 가지 성분이 어우러져 있다. 첫째는 카테킨이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로 산화를 덜 시킨 녹차에 특히 많다. 둘째는 카페인이다. 커피만큼은 아니어도 차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셋째는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으로 긴장을 풀어 주고 편안한 집중을 돕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 테아닌과 카페인이 함께 작용할 때다. 카페인이 정신을 깨우되 테아닌이 그 각성을 부드럽게 다듬어 커피와는 결이 다른 '차분한 각성'을 만든다는 연구가 있다(Owen 외, 2008). 차를 마시면 정신은 맑아지되 커피보다 덜 예민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건강과의 관계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영국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하루 2잔 이상 차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9~13%가량 낮았다(Inoue-Choi 외, 2022). 녹차를 즐겨 마시는 일본의 연구에서도 차 섭취가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의 감소와 연관되었다(Kuriyama 외, 2006). 다만 이들은 관찰 연구이므로 차가 병을 막아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효과의 크기도 완만하다. 그리고 한 가지, 설탕을 듬뿍 넣은 단 차는 이런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 차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전제는 대개 담백하게 우린 한 잔이다.
같은 찻잎이라도 우리는 방법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녹차는 팔팔 끓는 물을 그대로 부으면 쓴맛과 떫은맛이 강해진다. 카테킨과 카페인이 지나치게 우러나기 때문이다. 물을 70~80도로 살짝 식혀 짧게 우리면 쓴맛은 줄고 감칠맛이 산다. 반면 홍차는 향을 충분히 끌어내기 위해 팔팔 끓인 물로 우리는 편이 좋다. 마시는 시점도 참고할 만하다. 빈속에 진한 차는 위를 자극할 수 있고 차의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빈혈이 있거나 철분이 필요한 사람은 식사와 시간차를 두는 편이 낫다. 늦은 시간의 진한 차 한 잔은 커피만큼은 아니어도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차 한 잔의 매력은 성분표에만 있지 않다. 물을 끓이고 알맞게 식히고 잎이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자체가 차의 일부다. 근거가 있는 이점은 덤으로 취하되 무엇보다 향과 온기, 그리고 잠시 멈추는 여유를 누리는 것. 그것이 차를 가장 차답게 즐기는 방법이다.

[문상윤 식품학 박사(filmm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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